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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wave의 아름다운 세상을 방문해 주신 파란가족님들께 행운과 사랑을 한아름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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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9. 22:28 살며 사랑하며
- 편리한 소통 도구인 수화
- 언어로 제대로 대접 못 받아
- 특수학교서도 수업개설 안해

- 제한적인 수화 서비스 탓에
- 대부분 정보 취득 어려움 호소
- 수화통역센터 등 도우미 필요

지난 3일은 농아인의 날이었다. 조선농아협회가 설립된 1946년 6월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숫자 6을 3으로 감싸면 귀 모양이 되는 형상이 되므로 6월 3일이 농아인의 날이 됐다. 지난 1일에는 서울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주관으로 전국 농아인권리보장 촉구대회 및 100일 전국 릴레이 1인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부산 연제구 한국농아인협회 부산시협회 부설 부산수화통역센터를 찾아 농아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는 수화

지난 4일 연제구 부산수화통역센터에서 농통역사로 일하는 고현정 씨가 영상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연제구 부산수화통역센터를 들어서면서 네 명의 여성이 빠른 손동작과 다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아인으로서 수화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고현정 씨에게 농아인 김정미, 양윤희, 김지혜 씨가 찾아온 것. KT 영상전화기 명의 변경과 관련해 문의할 것이 있어 김지혜 씨가 센터를 방문했다.

영상전화기는 전화를 걸면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농아인들끼리 수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문자나 컴퓨터 채팅을 제외하고 바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불편함이 크다.

부산수화통역센터 신예린 팀장은 "농아인들의 생활 전반에 관해 통역을 한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집에 배달시키려 해도 농아인들은 불가능하다. 센터쪽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화상 전화를 하면 우리가 중국음식점에 전화를 해 배달 요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요즘은 휴대전화에 스팸문자들이 아주 많이 온다. 하지만 농아인분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센터로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건청인(소리를 듣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일도 농아인들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농아인으로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고현정 씨는 수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고 씨는 "나는 농아인 학교인 부산 배화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배화학교에서조차 수화는 수업에 없다. 수화를 국가에서 언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아인들의 가족들에게 조차 수화는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신 팀장은 "농아인의 부모들 중 많은 수는 자녀가 수화를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꾸 소리를 내 말하라고 가르친다.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시에 수화에만 의지하게 될까 두려워서다"고 설명했다.

고 씨는 "우리 부모님은 수화나 구화 어느 것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양쪽 다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할 수 있어 수화통역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수화는 농아인들의 언어다. 수화가 없으면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데도 수화에 대한 대접은 아직도 모자라기만 하다"고 아쉬워했다.

■제한되고 있는 농아인의 권리

지난 1일 열린 전국농아인권리보장 촉구대회에서 농아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보편적인 정보 취득의 권리였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텔레비전도 농아인들은 자막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것은 뉴스 등 제한적인 프로그램 뿐이다. 또 대중교통시설, 전시장, 공연장 등에서 음성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정보를 농아인들을 인식할 수가 없다.

학습권의 보장과 체계적 지원도 시급했다. 농아인들은 한글을 글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처럼 인지한다. 언어는 소리와 문자로 구성되는데 농아인은 그 중 소리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뇌가 그림으로 문자를 받아들인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거나 문장을 이해하는데 건청인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하나하나 국어사전에 찾아봐야 하고, 사전의 문장을 이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학습의 장애물이 큰 셈이다.

농아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시간은 시를 공부할 때다. 시는 함축적이며 언어의 운율을 알아야 해 농아인들이 이를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다. 고 씨는 "배화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수화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학습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 씨는 고등학교 2학년 까지 배화학교에 다니다가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학교내에서 제공하는 수업으로는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학교에서 입시를 준비해 대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아인들의 참정권 보장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방송사별로 시행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는 수화통역 및 자막방송이 제공되지 않았다. 후보자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투표를 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농아인들은 이 점에서도 많은 불만을 드러냈다.


# 농아인들의 귀와 입이 되어드려요

- 지역 내 5곳 수화통역센터, 통역사 상주…수화교육도

부산시농아인협회는 부설 수화통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화통역 및 상담, 수화교육 및 자원봉사자 양성 프로그램, 수화통역사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협회의 수화통역센터에는 농통역사 1인을 포함해 총 6명의 수화통역사가 활동하고 있다. 농아인으로서 수화통역을 하는 사람을 농통역사라 하는데, 건청인에 비해 농식 수화에 익숙한 점이 장점이다. 농식 수화는 표준 수화가 아니라 농아인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수화를 말한다.

농아인협회 지부가 있는 금정구, 북구, 서구, 수영구에도 수화통역센터가 있다. 이들 지부에는 각각 3명, 4명, 3명, 3명의 수화통역사들이 상주한다. 근무시간 외에도 수화통역센터 전화는 당직 통역사에게 연결된다. 농아인협회나 지부 모두 연중 '사랑의 수화교실'을 열고 있어 건청인도 수화를 배울 수 있다. 부산농아인협회 (051)642-6963, 영상통화 070-7947-0360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