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무려 8000년 전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이 개발되어 대중화가 시작된 해는 1977년. 즉 이제 겨우 30여년 된 우리 와인과 와인 문화를 서양의 것과 비교를 한다는 것은 8000대30의 비교가 될테고...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겠죠? 하지만, 현대인의 놀라운 문화 적응력과 정보전달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의 강력한 힘 덕분에 이러한 격차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증가하는 와인 판매량과 와인 전문 상점, 다양한 와인을 준비하고 있는 고급식당들, 그리고 와인 애호가들의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와인 문화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확고한 문화와 산업으로서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큰 저항감 없이 와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그 세계에 자꾸 빠져들어 가는 이유는 분명히 와인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김한식 선생님의 저서 '현대인과 와인(1996, 도서출판 나래)'의 추천사를 써주신 조병화 선생님(시인, 예술원회장)의 글에 아주 좋은 내용이 있어서 인용해 봅니다.
"자고로 와인은 생명의 물이라고 한다. 몸의 원기를 도와주는 음료수라는 말이겠지요. 생각만 해 보아라. 그 싱싱한 포도 알에 들어 있는 가득찬 수분을, 그 수분이 적당히 발효가 되어 쾌적한 향기와 알코올로 우리들을 매혹하는 그 기분, 어찌 도원경이 아니라 하겠는가." 이러하기 때문에 고대 희랍 유랑시인 호머시대, 그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포도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가장 매혹적인 기분 전환의 음료로. 실로 포도주는 삭막한 마음을, 그 기분을 몇 잔으로 완전히 풀어 준다.
마침내 봄바람이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서서히 풀어 나가듯이. 봄바람의 연한 향기. 그걸 맡아 본 일이 있는가. 특히 과수원을 솔솔 불어 올리는 봄바람. 그것들은 가지가지의 새싹 눈을 근질근질하게 만든다. 그와 매한가지로 포도주는 우리들의 굳은 마음을 설레는 기분으로 더욱 설레게 하여 이 건조한 세상을 윤택하게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기분도 기분이려니와 그 분위기 또한 그러하다. 맛과 향기와 그 사랑스러운 분위기. 그것은 이 포도주가 제일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와인이 있는 식탁은 다정한 이야기와 사랑하는 마음이 같이 숨어 있는 따뜻한 식탁이다. 이러한 향기 높은 생명의 물을 같이 마실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더욱 인생이 향기로워 질 수 있는 게 아닌가. |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와인 관련 서적에서 습득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내용들(색깔, 향기, 맛 등등)을 느끼는 것 이외의 좀더 다른 감정과 느낌을 먼저 지닌 상태에서 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힘과 이에 순종하여야 하는 농부의 노력과 그들의 흘리는 땀"이 바로 그것입니다.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가 영글 때까지의 힘든 노동, 한여름에 작렬하는 햇빛, 그 햇빛의 에너지를 마시는 포도알, 수확기의 불청객인 비와 서리에 대한 노심 초사, 수확기의 고된 노동, 오크 통의 숙성, 와인의 병입(甁入: Bottling), 그리고 기나긴 시간의 보관 등등의 모든 과정에 쏟았던 농부의 땀을 머금은 그 포도 주스를 입안 가득 한 모금 넣고 오래 그리고 깊이 느낍니다. 입안에서 혓바닥의 부분마다 변화하는 맛, 삼켰을 때 목구멍에 넘어가는 액체의 감도, 삼킨 후 남아 있는 잔향과 여운. 이런 것들과 함께 "자연의 힘, 농부의 땀"을 상상합니다.
우리 나라가 많이 가난하였을 때 어머니가 식탁에서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라, 그 한 톨을 만들려면 시골에서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느냐" 하시던 말씀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정미소 기술이 낙후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밥 한 공기에 쌀겨가 그대로 있는 쌀 톨들이 꼭 몇 개씩 있었고(이것을 '뉘'라고 하였죠.) 저는 이 '뉘'를 꼭 이로 터뜨려서 속에 있는 밥알 을 먹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밥을 먹으면서 시골에 계시는 수많은 농부들의 땀과 노력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와인에 대해 글을 쓰면서 '오늘 저녁에는 밥을 오랫동안 꼭꼭 씹고 침과 충분히 섞어서 단 맛이 들 때까지 자연의 힘, 농부의 땀과 노력을 생각하자'를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와인을 마시는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오늘 와인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점이며 그리고 맨 마지막 와인 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이제 와인의 특별한 것, 그 특별한 세계를 탐구하려는 당신과 함께 그 첫발을 내딛고 싶습니다.
와인 Basic은 와인의 역사적 토대를 돌아본 후, 와인의 기본 원료가 되는 포도의 재배 과정, 그리고 와인의 생산과정을 따라가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와인을 생산하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들과 그 특징들을 둘러보고 되돌아오는 길에 가상의 와인 샵에 들러 포도주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와인 시음을 하겠습니다. 물론 상상으로만 이지만요^^. 여러분들이 오랜 여행으로 지친 몸을 와인과 함께 푸는 동안에 와인의 맛을 더해줄 음식의 얘기도 하고 와인의 의학적 효과에 대해서 얘기도 해보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함께 가시는 거죠? [_마침표_] | |
| | [출처: 베스트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