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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6. 00:07 살며 사랑하며

행복 비법? 적게 벌고 적게 쓰기!… 지리산 ‘나무꾼과 햇살’ 강남욱·김일복씨 가족

천왕봉이 마주 보이는 지리산 끝자락 마을에는 ‘나무꾼’과 ‘햇살’, 그리고 네 아이가 산다. 부부는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만 꾸고 있을 때 과감히 이를 실행에 옮겼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로 남부러울 것 없던 강남욱(48)씨와 환경활동가로 활동하던 김일복(34·창원교회 집사)씨 가족이야기다. 이들은 최소한의 소비를 하고 이웃들과 소박한 삶을 나누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다. 지난달 29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서 1박2일을 함께하며 이들 가족의 삶 속에 들어가 봤다.

가난하게 살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김씨는 한 시민환경단체에서 1년간 무임상근간사로 일했다.

“돈을 안 받고도 일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시골을 다니며 생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현장에 가면 아이들이 꼭 있었다. 어른들은 어른들 일정을 진행해야 하므로 그는 아이들을 이끌며 골목대장 노릇을 했다. 해보니 애들이 정말 달라지고 어리면 어릴수록 반응이 좋았다. 단체를 그만두고 어린이 환경교육운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산촌유학을 하는 단체의 캠프도 다녀왔다. 도시 아이들이 시골에서 1년 동안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학기 중에 아이들을 3박4일 동안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아이들이 햇살 같은 미소를 지녔다고 해서 김씨에게 ‘햇살’이란 별명이 생겼다. 도서관에서 홀로 풀이름 공부를 열심히 했다.

환경단체 일을 하며 만난 14살 연상의 ‘나무꾼’ 강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김씨를 보고 그건 자신이 사는 지리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곳에 머물러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년 후로 계획했던 꿈이 현실이 됐어요. 그와 결혼 후 지리산으로 내려왔어요.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그의 말이 시기를 앞당긴 거죠.”

강씨는 본인의 삶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가난하게 살겠다’였다. 가난하고 소박하게,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는 게 삶의 목표였다. 가난하게 살고 있었던 김씨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결혼 후 김씨는 본격적으로 무보수 자원활동가로 나섰다. 남편의 조력 덕분에 가능했다. 김씨는 들살이(시골살이)를 시작했다. 도시 아이들과 3박4일 동안 시골에서 함께 사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방학 중 최대 4명까지 김씨 집에서 생활하며 자연놀이와 자연학습을 하고 갔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500여명의 아이들이 다녀갔다.

교류학습도 하고 있다. 도시아이들이 전학을 하지 않고 시골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2003년 시작했고 학기 중 1개월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김씨가 신청을 받아 학교에 대신 신청해 준다. 교류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김씨 집에서 생활한다.

“2007년부터 시작한 후발주자들은 전학형을 많이 택하고 있어요. 교류학습만 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들살이를 많이 해보고 꼭 와서 살아야겠다는 아이들이 많이 해요.”

가을에는 별로 할 게 없지만 봄에는 해가 길어 농사일도 하고 들길도 걷는 등 여러 가지 산촌체험을 할 수 있다. 2003년부터는 교회에서 ‘콩한쪽 공부방’을 시작했다. 하루에 버스가 다섯 번만 다니는 마을 특성상 학원이 들어오기도, 학원에 다니기도 힘든 아이들을 위해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취지로 공부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약속을 하고도 잘 오지 않았지만 2007년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다. 일부는 대학까지 갔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밥과 간식까지 차려줬다. 지금은 8명의 학생들과 학교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공부한다. 올해는 학부모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예산이 나와 교재와 간식을 살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중학교 보충수업 수학교사를 3학기 동안 했다.

동네 할머니 공부방도 열었다. 큰아이의 초등학교 교과서로 가르치고 동화책을 가지고 갔다. 김씨는 여력이 되면 할머니들에게 도서관을 보여드리고 싶다.

“책을 보여드렸을 때 세상에 성경 말고 다른 책이 있는 거 처음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반년 정도 했는데 할머니들 인생이 달라졌어요.”

지리산에 살림 차리다

큰 산에 살아야 굶어 죽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강씨는 지리산을 가운데 두고 빙빙 돌다 창원마을에 정착했다. 해발 450m에 위치해 해충이 잘 올라오지 않고 마을 어르신들도 기력이 없어 약을 안 쳤다.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마을이 없었다.

나무꾼과 햇살, 어색한 조합 아니냐고 물었다.

“들살이를 하다 보니 남편 별명을 지어야겠는데 남편은 손님이 온다고 하면 일단 방에 장작으로 불부터 지피고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나무꾼이란 별명을 붙였어요.”

시골살이 수칙 첫 번째가 식생활에 돈 들이지 않고 사는 것이었다. 잡곡을 비롯해 30여 가지를 경작, 자급자족하며 네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승(10·마천초4), 종아(8·여·마천초2), 현아(4·여), 찬유(2) 네 아이는 TV와 컴퓨터가 없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잠들기 전까지 들살이를 하는 집에서 피아노 치고, 책을 보고, 산책을 했다. 피아노가 이 집에 온 건 올 2월. 이웃 마을에서 공부를 봐주던 아이가 이사 가면서 주고 갔다. 나르는 비용과 조율비 정도만 들었다. 악보는 김씨가 초등학교 때 쓰던 것이었다. 피아노는 잘 치는 종아 차지다.

한 달에 두 번 읍내 도서관에 온 가족이 나들이를 간다. 이 날도 16권의 책을 빌려와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책을 봤다. 우주과학자가 꿈인 현승이는 과학책을 주로 읽었다. 하고 싶은 게 100가지도 넘는 종아는 다양한 책들에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100가지의 일을 할 거냐고 묻자 종아는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일을 하면 된다”는 깜찍한 대답을 했다.

“시골생활이 날마다 축제”라고 말하는 김씨는 농사짓고 아이들 키우는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인 경제활동도 한다고 말했다. 효소, 오디쨈, 된장, 간장 등을 만들어 먼저 가족과 친지를 위해 떼어놓고 남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이날도 남편은 장작을 때며 오미자 엑기스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활동만 하며 어떻게 먹고 사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자신들도 책 읽고 여행하고 매달 가정경제를 꾸릴 정도는 벌고 있다며 웃었다. 부부는 초심을 지키며 소박한 삶을 나눌 만큼만 벌자고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고.

함양=글 최영경 기자·사진 김지훈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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