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루머, 당신도 휩싸이면 당할 수 있다 | ||||||||||
사회 전체에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금융 위기로 촉발된 불황이 사회 전반에 급속하게 퍼지면서 ‘위기의식’이 증폭됐다. 법정 관리에 들어간 대기업과 도산·파산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가정 경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살아남은 기업 역시 조직 개편 및 축소, 인력 감원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제 기반이 무너지면서 개인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불안감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는 무력감이 통제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불안을 먹고 사는 말(言), 루머에 대해 살펴봤다. 루머는 극심한 경쟁 체제나 조직 기반의 와해 등 집단의 퇴행 현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머의 속성과 발생 이유,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루머, 구조조정 전면에 나서다 최근 외국계 의류업체인 ‘G’사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국 본사에서 한국 지사로 온 간부급 인사를 제외한 차장과 과장 등 중간 관리자 30명이 감원 대상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인력 감축의 당위성만 내세울 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곧 사내에 루머가 떠돌았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 엠디(Merchandiser:상품화 계획 또는 상품 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대상이라는 소문이었다. 또 사내 유부남과 불륜 관계였다는 루머가 퍼졌던 30대 여성 디자이너도 해고자란 이야기가 퍼졌다. 루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던 30대 여직원은 결국 스스로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다. 인력 감원 등 조직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루머’가 활개를 치고 있다. 모호함과 잠재적인 위협 등 불안을 먹고 사는 루머가 조직 정보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흔히 루머는 불확실하고 혼란한 상황에서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학자 타모츠 시부타니는 “공식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 상황을 비공식적으로 해석한 것이 루머”라고 진단한다. 불안함을 이기기 위해 정보를 구하려는 집단적인 행동이 결국은 루머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또 반복적으로 회자된 루머는 ‘집단 믿음’을 바탕으로 높은 신뢰도를 얻게 된다. 불안과 의심, 두려움이 클수록 루머의 재생산이 증폭되는 이유다. ▶루머, 편견을 정당화하다 IT산업 관련 연구원에 다니는 최미숙(가명·39·여)씨는 최근 황당한 루머에 시달렸다. 구조조정 등 조직 개편과 함께 진행된 승진 인사에 최씨가 포함되자 ‘소파 승진’을 했다는 루머가 퍼진 것이다. 최씨는 “승진 인사 중 유일한 여성인데다 싱글인 점이 루머의 빌미가 된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 최씨는 가급적 회사 상사나 남자 직원 등 소문이 날 법한 술자리는 최대한 자제하며 사생활을 관리하고 있다. 이같이 루머는 주로 여성을 공격하고 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성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문화와 편견이 루머와 연계되면서 여성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특히 불황으로 조직 몸집 줄이기가 시작되면서 직장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루머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실제 루머는 집단 메커니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학자 프라사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지진과 지진 발생 후 퍼졌던 루머를 통해 집단 메커니즘이 루머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밝혀냈다. 지진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집단이 결국 전통적인 믿음과 편견에 빗대 루머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루머의 심리학’을 통해 루머의 속성을 밝혀낸 심리학자 앨포트와 포스트먼 역시 편견을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루머는 사회적 문화와 융합, 확대 재생산 과정을 거친다고 진단한다. ▶루머, 직장인을 삼키다 취업 포탈 사이트 '커리어'는 지난해 10월 직장인 1천222명을 대상으로 루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내 루머에 시달려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3.2%에 달했다. 직장인 절반가량이 루머의 피해자가 된 경험을 겪은 셈이다. 루머의 종류로는 연애사와 개인 활동 등 사적인 것에 집중됐다. 회사 밖 개인 활동이 30.8%로 가장 높았고 연애 관련 루머 28.5%, 이직설 19.0% 등으로 나타났다. 대응 방법으로 '참고 무시한다'가 47.8%로 가장 높았고 '거짓 소문임을 증명할 방법을 모색한다'가 27.8%, '친한 동료부터 섭렵한다'가 11.5%로 나타났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도움글=니콜라스 디폰조와 프라산트 보르디아의 저서 '루머 심리학'>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9년 02월 13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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