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기행]경주 황오동‘커피볶는집’ | ||||||||||
우리나라의 커피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커피도 하나의 식(食) 문화로 다른 음식처럼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보급, 전파되고 그 소비층이 두터워지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커피 생두가 일본을 통해 수입되는가 하면 생두 로스팅(roasting, 볶는) 기계에서부터 드리퍼 등 핸드드립에 필요한 모든 기구들이 일본제가 유명하고 값도 비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경주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커피 집, 카페가 생겨나 성업 중이다. 커피를 직접 볶는 로스팅 하우스도 5개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지방 중소도시치고는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로스팅에서부터 추출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한 수준을 자랑하는 곳이 경주 황오동 243의 2번지에 숨어있다. 그곳에 가보면 ‘커피 향 가득한 경주’에 온 듯하다. 어떻게 보면 뒷골목이지만 경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찾기 쉬운 곳. 대구서 갈 경우 경주역을 지나 외환은행 앞에서 맞은편 골목길로 들어가면 되는데‘커피볶는집’(054-776-4948)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올해로 문 연지 8년째 되는 ‘커피볶는집’에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커피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처음 찾아갔을 때만 해도 ‘커피볶는집’이 경주에서는 물론이고 대구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인지 몰랐다. 최근 강원도 강릉의 유명한 카페에 들렀다가 ‘커피볶는집’의 마스터인 신형섭(31)씨의 유명세를 듣고는 다시 찾았다. 신씨는 브라질 등 커피 생산국 커피기행과 국내 로스팅 및 추출 분야 선구자들로부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으로 커피 로스팅 분야를 개척,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맛을 보면 원재료 상태와 로스팅의 적정 여부를 알아볼 정도다. 한마디로 신씨는 커핑(Cupping)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커핑이란 커피에 대한 관능 검사를 의미하는데 한 잔으로 추출된 커피에 대해 색상`향`맛`질감`뒷맛 등 얻을 수 있는 느낌 전체를 표현하고 인식하는 것.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토대로 커피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평가를 내린다. 좁은 의미의 커핑은 단순히 산지의 커피의 특성을 판단하는 것에 한정되지만 넓은 의미로서 쓰일 때 커핑은 로스팅에서의 만족도, 블렌딩(blending)에서의 성취도, 나아가 추출의 성패 등 전문적인 테이스팅(tasting)의 의미가 된다. 20여평의 ‘커피볶는집’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따스함이 다가온다. 대여섯 개의 테이블에다 바에 스탠드형 의자 몇개가 놓여있을 뿐이다. 작은 공간에 소박하고 안정된 분위기. 어쩌면 이런 분위기 때문에 20대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40, 50대 주부들까지 단골이 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늘 고소한 커피 향과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긴다. 이집은 엄격히 말하면 커피점이라기보다는 커피 로스팅 하우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상호와 딱 맞는 바로 ‘커피볶는집’인 것이다. 건물 3층에 5㎏짜리 로스팅 머신을 두고 커피를 볶는다. 신씨가 커피 볶는 일을 해 온 기간은 무려 8년이나 된다. 그동안 추출과 커핑에도 열중했지만 오로지 로스팅 분야에서는 실패와 실패를 거듭해가며 더욱 세련되고 세밀한 수준의 기술을 익혀 지금은 서울 등 전국에서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 결과 서울의 전문 업체와 함께 다른 장소에 25㎏짜리 로스팅 머신을 두고 원두를 볶아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집의 매출은 커피 판매보다는 원두 판매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고 신씨는 전했다. “올 가을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주인 신씨는 손님들이 커피에 대해 물어오면 절로 흥이 나 말수가 많아진다. 아마 그가 커피를 볶고 카페를 운영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자리를 잡기 전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날은 두 개 테이블이 젊은이들로 차 있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원두를 사러왔다. 카페 가장자리에는 판매할 원두가, 바 안쪽 벽면에는 커피로 추출해낼 원두들이 유리병에 담겨져 있었다. 카페 안쪽 방, 편안한 소파에 앉아 ‘하라’를 시켜놓고 마스터와 가게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이곳에는 요즘 대부분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머신이 없다. 에스프레소`라떼`카푸치노 등 모든 커피를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뉴가 일반 커피 전문점처럼 다양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마니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커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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