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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 17:48 와인의 향기
[조정용의 와인으로 읽는 문화사](1)프랑스 생테밀리옹의 샤토 오존
서리도 피해가는 축복의 땅… 포도밭 한가운데 마리아 교회가
  • 와인식탁에 등장하면서 음식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정교한 후각과 미각의 단련은 문화의 섬세함을 부추겼다. 와인의 주요 산지를 돌아보며 그 지역의 삶과 문화 속에 녹아든 와인의 향취를 따라가 본다. 문화사학자들에 따르면 한 지역의 문화적 깊이는 발효음식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심에 와인도 자리하고 있다.

    “와인에 물을 섞지 말기를.
    사람들은 섞이지 않은 음료를 좋아하나니.
    사람들은 순수한 와인을 순수하게 마시노라.”


    ◇생테밀리옹에서도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샤토 오존.
    로마시대의 시인 오조니우스는 생테밀리옹에 있는 자신의 집에 이런 시를 남겼다. 생테밀리옹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한 마을이며 비중 있는 와인 생산지이다. 8세기에 불국사가 건축될 무렵 순례자 에밀리옹이 거처를 마련한 곳으로 알려져 오늘날 생테밀리옹(St-Emilion)이 되었고, 그를 따랐던 많은 수도사들의 와인 양조 전통이 오늘날 생테밀리옹을 유명산지로 만들게 했다. 이런 생테밀리옹은 보르도에서도 아주 고전적이고 유서 깊은 곳이라 불국사처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샤토 오존은 축복받은 땅이다. 생테밀리옹에서도 이렇게 좋은 전망을 가진 데는 찾기 힘들다. 북쪽에서 오는 찬바람이 마을 건물에 막혀 포도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남쪽으로 비탈은 볕을 최고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존의 입지는 이미 오십 년 훨씬 전에 증명되었다. 생테밀리옹과 일대의 밭을 모조리 파괴한 무시무시했던 1956년의 서리도 오존에는 예의 서릿발을 내리지 못했다.

    와인 샤토 오존의 매력은 물론 맛에 있지만, 와인을 모르는 문외한도 탄성을 금치 못할 멋진 저장고는 단연 최고의 자랑이다. 석회암 냉장고 같은 천혜의 셀러(지하냉장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기함이 압권이다. 샤토 오존은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혼합하여 만든다. 생테밀리옹의 터줏대감 카베르네 프랑은 생태보다 늦게 개화하는 만생종으로, 농익기가 힘들어 이차대전 이후부터 조생종 메를로로 대체되었지만 샤토 오존의 성주 ‘알랑 보티에’는 전통을 이었다. “석회암과 진흙 토양. 그리고 남향의 경사면에서 카베르네 프랑은 완벽하게 익어 단단한 심지 같은 골격을 제공하므로 오존에서는 55%까지 카베르네 프랑을 쓴다”고 설명했다.

    오존 포도밭 한가운데에는 역사가 흠씬 풍겨 나오는 오래된 교회 건물이 하나 있다. 이름은 막달라 마리아 교회. 오조니우스가 살았던 로마 때에 기독교는 국교로 채택되었으며, 그가 살았던 곳 중앙에는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고 설파한 예수님을 최고로 모셨던 여인 막달라 마리아, 그녀를 기념하는 교회가 건축된 것이다.

    ◇석회암 덩어리를 깎아 만든 지하 저장고는 와인 숙성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샤토 오존은 양조장 이름이자 생테밀리옹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십년 주기로 행해지는 지역 품평회에서 거르지 않고 최고의 등급으로 뽑혔다. 동향의 ‘샤토 슈발 블랑’과 함께 카베르네 프랑의 고고한 맛을 가장 잘 표현한다. 어떤 이들은 ‘생테밀리옹의 샤토 페트뤼스(인근 마을 포므롤의 양조장)’라고 치하하지만, 머지않아 그보다 더 구하기 힘든 와인이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와인 평론가의 으뜸 로버트 파커의 평가를 보면 오존이 페트뤼스보다 훨씬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빈티지 2000(빈티지는 수확연도를 뜻한다.)부터 따져서 오존은 만점평가를 네 번 받고 있으며, 평균 점수도 가장 높다. 이는 메독의 1등급 다섯 샤토뿐 아니라 페트뤼스나 슈발 블랑보다 훨씬 앞서는 결과다. 페트뤼스는 만점 두 번에 그쳤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고평가에는 가격의 상승이 따른다. 더구나 오존의 포도밭 면적은 위의 기라성 같은 샤토와 비교했을 때 귀여운 수준이다. 겨우 7ha, 페트뤼스의 11ha보다도 작다. 매년 2만병 정도 생산되니 희소성의 원칙에 의거하여 가격은 정해진다. 이미 생테밀리옹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되었으며, 페트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Erobertparker.com에 따르면, 오존 2005 빈티지 한 병 가격대가 2288∼5000달러이고, 페트뤼스는 2699∼4975달러이다.

    ‘알랑 보티에’는 파커가 100점으로 평가한 2005년 빈티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있을 거라 했다. 2009년 12월에 만난 자리에서 그는 파커가 만점이라 해도 완벽함에 이르려면 아직 5%가 부족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뿌리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물 공급뿐이어야지, 트랙터가 되어선 안 되겠다며 얼마 전에 거금을 들여 부드럽게 땅을 파는 새 기계를 구입한 얘기를 꺼냈다. 땅을 일구다 뿌리의 솜털까지도 건드리면 그가 바라는 완벽함에 혹 누가 될까 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완전하게 구비하려는 그는 품질의 공로를 확 트인 남향의 경사면과 오래된 나무 수령, 그리고 석회암과 진흙의 토질로 돌리지만 우리는 안다, 결국 와인을 빚어내는 것은 사람임을. 알랑 보티에의 품질에 대한 갈구가 오늘날 오존을 보르도 최고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임을.

    ◆ 음식

    ◇포도밭 너머로 보이는 생테밀리옹 마을. 8세기 불국사가 창건될 무렵에 순례자들이 거처를 정했던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생테밀리옹 와인과는 비둘기요리가 좋겠다. 뭐라고 비둘기라고. 놀라지 마라. 도시에 사는 비둘기가 아닌 야생 비둘기, 산비둘기를 말한다. 프랑스인들 중에서 특히 보르도처럼 남부지방 사람들은 비둘기를 맛나게 먹는다. 수풀에 산비둘기가 많아 로마시대부터 애용해온 메뉴 비둘기 요리는 우리가 꿩 요리를 즐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역인들은 스테이크가 아닌 비둘기에다가도 레어, 미디엄, 웰던이란 굽기 종류를 적용해서 아주 난처하다. 어찌 그걸 다 안 익히고 먹는단 말인가. 이럴 땐 그저 웰던이 무난하다. 그렇지 않겠는가.

    비둘기 다리는 바싹 익혀 나오니 닭다리처럼 담백하고 고소하다. 그렇지만 다리를 뜯어 입으로 가져간다면 레스토랑에서 여러 눈총을 받을지 모른다. 식도락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은 세련된 포크와 나이프 질로 요리조리 다리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행위조차 식도락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이다. 비둘기 몸통은 지방이 적고 살집이 제법 있어 씹는 맛이 있는데 소스는 보통 무화과 등의 단 과일로부터 우려낸 것이라 맛 끝에 단맛이 남는다. 우리네 닭강정 맛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니 비둘기라 해서 마다하지 말고 부디 시도해 보길 권한다.

    지역인들이 간혹 레어나 미디엄으로 비둘기를 주문한다면 그는 사냥동물 특유의 향에 사로잡힌 경우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아주 곰삭은 김치나 강력한 생마늘의 플레이버에 매료된 경우랑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사냥동물에 견주는 와인은 아무래도 영 와인보다는 올드 와인. 오래 묵은 와인에서 풍기는 쿰쿰한 부케와 곰삭은 맛을 고기 맛에 보태기 위함이다. 그러면 향기들이 맛들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입맛을 높인다.

    추천 레스토랑은 렁베르 뒤 드코(www.envers-dudecor.com). 2004년 생테밀리옹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인근 양조장 주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식당으로서 생테밀리옹 꼭대기에 자리 잡은 교회에서 걸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므로 찾기 쉽다. 비둘기나 오리 고기 등 향토 음식을 잘 만든다고 익히 알려져 관광객들에게는 필수코스가 되었으며, 지역 언론에도 곧잘 소개가 된다. 항상 손님이 복작거려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닭이나 꿩이라 여기고 비둘기를 시켜 보라. 그래도 내키지 않는다면 오믈렛을 주문해 보라. 제철 야채를 집어넣고 달걀 4∼5개로 장만한 오믈렛은 양이 푸짐하다. 맛은 전혀 느끼하지 않고 아주 맛있다.

    와인 선물을 사기 위한다면 레상시엘(essentielthunevin.com)로 가 보자. 렁베르 뒤 드코에서 도로로 나와 왼쪽으로 돌아 걷기를 1분쯤 하면 도로 오른편에 있다. 석회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역사박물관 같은 누런 빛깔의 생테밀리옹 한복판에 아주 현대적인 색감으로 치장된 와인가게라서 이채롭다. 한쪽에서 맛을 보며 구매할 수도 있어 좋다. 또한 주인장의 기호에 따라 향기가 풍부하고 질감이 도톰하며 여운이 강한 와인들이 주로 진열되어 그런 입맛을 찾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와인저널리스트(‘올댓와인’ 저자)
  • 기사입력 2010.02.15 (월) 17:33, 최종수정 2010.02.15 (월)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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