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폴 D 블랭크 옮긴이 박정숙 펴낸곳 에코리브르 값 25,000원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약혼녀가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기 위해 할인해서 산 봉투의 봉인 면을 너무 많이 핥는 바람에 접작체 중독으로 죽어버린 이야기다. 물론 꾸민 이야기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다. 선반이나 서랍 속에 접착제 한 통쯤 구비하지 않은 집이 얼마나 될까. 이들 접착제는 근본적으론 치명적인 인체 손상을 부를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헥산이나 톨루엔이 첨가된 가정용 고무풀, 벤젠으로 오염된 접착체 등 너무나 쉽게 접하는 우리 주변의 독성 물질에 대해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이 책의 지은이는 “과연 세상은 접착제로 다시 붙여서 원래 도자기보다 이음매가 더욱 강력해진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으로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까?”(133쪽)라고 묻는다. 충격 실험을 해보면 머그잔은 산산조각이 나는데, 다시 붙인 손잡이만은 그대로라고 한다. 순간접착제가 대부분 실제 필요한 용도보다 결합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수은중독, 수질오염, 대기오염, 석면 문제, 새집증후군 등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지만 누구도 섣불리 꺼내지 않는 문제들은 도처에 있다. 생수와 생수병 문제-식수가 사고파는 상품이 되면서 생기는 갖가지 기본권 문제는 차치한다 해도, 페트병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해 물질이 발생하며,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이 병들고 있는지 주부라서 더욱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지은이는 산업의학 전문의로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각종 생활용품들의 유해성을 경고한다. 접착제뿐만 아니라 세탁기 옆에 놓여 있는 표백제, 옷장(레이온 소재 스카프, 문에 달린 놋쇠 손잡이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품들) 속에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들이 교묘히 숨어 있다는 것. 환경 관련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면 이를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해 시간이 지나면 위험이 사라졌다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다른 이름으로 탈바꿈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왔지만, 여전히 사용되는 벤젠을 예로 들며 일시적인 규제나 미봉책으론 결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빵을 얻는다’는 유대인의 기도문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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