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0. 09:38
살며 사랑하며
어떤 부부의 장기 기부 릴레이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1-05-30 03:19 최종수정 2011-05-30 07:52
둘다 간·신장 기증 남편, 91년에 위암 걸려 위 잘라내곤 기부 결심… 반대하던 아내도 "그렇게 좋은 거면 나도…" "들어가기 전에 뽀뽀나 한번 할까?", "뽀뽀는 무슨, 수술 잘 받고 나와." 27일 오전 7시 30분쯤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 수술실 앞에서 환자운반용 침대에 누운 전형자(51)씨가 밝은 미소와 함께 양손을 흔들며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 조성현(52)씨는 "아무 걱정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얼굴은 긴장해 있었다. 이날은 전씨가 간 기증 수술을 하는 날이었다. 전씨는 2006년엔 신장 기증 수술을 했다. 남편 조씨도 2001년과 2006년 각각 간과 신장을 기부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각각 신장과 간을 모두 기부한 부부"라며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려운 존경스러운 부부"라고 말했다. 이 부부의 장기 기증 릴레이는 10년 전 시작됐다. 1986년 둘은 결혼했고, 5년 뒤 남편 조씨가 위암에 걸려 위의 75%를 잘라냈다. 주변에서 '아픈 사람'으로 알고 있던 조씨는 2001년 전격적으로 신장을 기부했다. 조씨는 "내가 건강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다분히 이기적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장을 기부한 뒤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게 고맙고 감사했다"고 했다. 그래서 간 기부도 결심했다. 아내는 완강했다. 아내 전씨는 "신장 기부할 때도 상의 없이 하더니 간까지 기부한다고 통보하기에 성당에 가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며칠 뒤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나도 하겠다"며 신장 기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엔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던 남편도 "이왕 할 거면 우리 결혼 20주년에 맞춰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2006년 6월, 1주일 간격을 두고 조씨는 간을, 전씨는 신장을 기증했다. 아내 전씨는 신장 기증 수술 뒤 "나도 남편처럼 간도 기증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27일 간 기증 수술을 앞두고는 가족들의 반대가 거셌다. 수술 며칠 전 소식을 들은 전씨의 두 아들은 3일간 연락을 끊는 등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들은 부모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이날 6시간에 걸친 간 기증 수술 후 병실을 지켰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간·신장·골수다. 골수는 40세 전에만 기증할 수 있기에 조씨 부부는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더는 없다. 조씨는 "앞으로 목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며 "장기 기증을 했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조성현씨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 전형자씨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전형자씨는 신장에 이어 간을 기증했고 남편 조성현씨도 간과 신장을 기증해 부부 모두 간, 신장을 기증하게 됐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하기]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블로그와 뉴스의 만남 블로그뉴스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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