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맞아 백원경씨에
평택지방해양항만청 소속 백원경(50·기능 7급)씨 가족은 3대째 80여년 동안 등대지기로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부터 등대지기를 했고, 백씨는 1986년 아버지에 이어 등대지기를 시작해 25년째 등대를 지키고 있다.
백씨는 지금 50여개 무인도에 있는 등대를 관리한다. 1주일에 2~3번 배를 타고 바다로 가 무인도들을 돌며 등대를 점검한다. 고장 나지 않았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살피고 고장 난 부품을 갈고, 수명이 다한 전구를 갈아주는 임무다. 백씨는 "안개가 많이 꼈을 때 불빛을 보고 사고를 면하는 선박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백씨가 등대 일을 하게 된 것은 1986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다. 아버지는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고장 난 등명기를 대신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교대로 석유등으로 등대 불을 밝히기도 했다.
30여년간 등대를 관리하던 아버지는 200L 드럼통에 깔려 허리를 다쳤고, 암까지 얻어 1986년 별세했다. 요리사가 되려고 전문대로 진학했던 백씨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꿈을 접고 학교도 그만둔 뒤 등대지기가 됐다.
백씨는 처음 15년간 인천 인근 소청도와 섬미도 등에 살면서 등대를 지켰다.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배 타고 나가 등대에 매달려 등부표(燈浮標·항로를 가리키는 표지)에 있는 배터리를 갈았다. 홀로 섬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아들·딸의 얼굴을 1년에 넉 달밖에 볼 수 없었다. 백씨는 그래도 "1년에 세 번만 가족을 만난 아버지보다는 여건이 훨씬 좋다"고 했다.
백씨는 이런 공로로 오는 31일 강원도 화진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가 주는 옥조근정훈장을 받는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4대째 등대지기로 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백씨는 "힘들어서 아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본인이 하고 싶다면 어쩌겠냐"며 웃었다. 정부는 또 50여년 동안 항만·물류산업에 공헌하고 런던금속선물거래소 지정창고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데 역할한 이의순 ㈜세방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자비로 445개 섬을 돌며 '국의 섬' 시리즈를 펴낸 섬 탐험가 이재언씨에게 산업포장을 수여한다.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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