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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17. 12:41 생활의 지혜
인생의 깊이와 즐거움을 맛보라!
요ㆍ리ㆍ미ㆍ학
어느 케이블TV의 요리 프로그램 채널의 광고를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요리를 아는 자, 인생을 아는 자”라는 문구가 그것이지요. 요리를 먹기 위한 일련의 조리과정, 즉 기능적인 면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맛이 있고 그 맛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단순히 원조집과 시시각각 변하는 맛집에 연연하는 깃털 같은 요리가 아닌, 요리에서 맛의 추억과 인생의 진리를 새록새록 꺼내는 묵직한 보따리 말입니다.
이쯤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 하나, 당신에게 요리의 미학은 어떤 것인가요?
Special Part 1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

요리力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말한다“. 요리를 잘하는 것은 외국어 하나를 구사하는 것과 같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가족 중심의 삶이 중요시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요리力의 현주소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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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요리力의 변천사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예비 신부나 상류층 주부들의 전유물이던 쿠킹클래스가 일반 주부는 물론 ‘기혼남’ 에게도 인기다.
어디 그뿐인가? 공중파와 지상파에서는 유명인을 내세워 요리 전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요리 관련 서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관심이 어느 날 갑자기 확 피어오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은 경제발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면 당연히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식 환경디자인포럼 황규선 회장은 “1970년대가 밥만 먹어도 되는 시대였다면, 1980년대는 고깃국, 1990년대는 술, 2000년대는 디저트, 요즘에는 차까지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발전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70년대 _ 한국전쟁 이후 못 먹고 못 입는데서 간신히 벗어난 시기. 1970년대 말에야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요리가 생존이던 시절.
1980년대_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 1981년 KBS주관으로 ‘국풍 81’이라는 문화행사가 개최됐다. 당시 행사에는 전국의 특산물과 음식문화가 소개되었다. 음식이 생존이나 끼니를 넘은 ‘문화’의 한 축으로 인식되는 단초가 됐다
고전문가들은 평한다. 영광굴비가 처음으로 백화점에 선보였고, 전주비빔밥이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기도 했다.
1990년대_ 향토음식과 전통 음식이 문화의 한 축으로 널리 퍼지면서 이에 식상해진 대중은 새로운 외래음식에 눈을 돌린다.
다국적 패밀리 레스토랑과 각종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대거 입성, 온갖 음식을 경험하는 음식의 춘추전국시대도래.
2000년대_ 외래음식의 유입은 대중의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을 고급화로 이끄는 동기를 유발한다. 단순히 맛있고새로운 음식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같은 음식이라도 질이 높거나 남들과 차별화된 음식문화를 추구하는 시기.
2011~_ 음식을 ‘맛만’ 보던 대중이 ‘요리’에 적극 참여하는 시기 ‘. 새로운 것, 비싼 것 등 과연 밖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는 음식의 본질일까’라는 의심이 생긴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요리는 맛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비로소 음식이 요리를 만나 완성된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이다.
“요리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함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요즘의 세태는 음식문화가 미식의 단계로 넘어가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 교익씨는 선진국들은 10년 전부터 토마토 하나만 도품종별 원산지를 고루 갖춰 판매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는 대중이 입맛에 맞는 토마토를 고르는 ‘미식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방증이라고.
요리를 ‘직접’ 하는 단계가 지나면 개인의 다양한 기호를 존중하는 음식문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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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 > 조리 >요리의 관계도

한국 음식평론가협회 회장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서비스 경영학과 최수근 교수는 요리의 진정한 매력을 알려면 음식문화와 조리, 요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흔히 요리와 조리를 혼동하는 것 같아요. 공통점은 음식을 만드는 것인데, 주체와 목적이 다르죠.” 최수근 교수는 향후 음식문화가 조리와 요리를 아우르고, 최상위개념으로 맛 평가가 여겨지는 추세로 바뀔 것이라 전망한다(그림 참조). 요즘처럼 단순히 요리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인도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맛을 평가한다는 것.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히 조리의 기술을 잘 익히고 싶은 사람들은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요리학원’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식을 만들고 싶은이들은 ‘쿠킹클래스’를 찾죠. 이는 조리와 요리를 구분하는 단적인 현상입니다.”

최수근 교수는 “조리는 식당에서 맛보는 대중적인 트렌드지만, 요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에 따른 개성있는 문화”라며 “덩달아 맛 평가도 자유로우면서 다양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크로바이오틱요리연구가 이 양지씨는 “최근 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굉장히 다양해졌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주목적이던 과거와 달리 굉장히 세분화한 목적을 가지고 요리를 배운다”고 전한다.

단순히 음식 만드는 법을 몰라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뜻. 개인 맞춤형, 가족맞춤형, 질병맞춤형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요리를 배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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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요리力이란?

그렇다면 실제로 요리를 배우고 즐기는 대중은 어떤 매력에 빠져요리力을 체험하고 있을까?
요리강습이 한창인 분당의 한 쿠킹클래스를 찾았다. 아파트 1층에 문을 연 쿠킹클래스, 장대비가 내린 토요일 오전이건만 현관에 들어서니 경쾌한 도마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어우러져 요리가 한창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의 요리 주제는 ‘마크 로드라이커리’와 ‘우리 밀쌀쿠키’. 강사의 설명과 요리가 시연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그리고 질문이 쏟아지더니 이내 각자요리에 대한 노하우가 방출된다.

“세라믹칼은 사각거리는 채소를 썰 때 정교하게 잘려요.”
“커리에 두부 대신 연두부나 순두부를 넣어도 좋아요.”
“오븐이 없을 때는 전기 프라이팬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쿠키를 구워도 제맛이 나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인 쿠킹클래스현장이다. 과거 ‘요리학원’에서 강사의 일방적 설명을 듣고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요리 예찬을 펼친다. 요리는 객관적 잣대로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그것이 진정한 요리力이라는 것.
신도로테아(48·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정한 요리力은 사랑이죠.
요리의 완성은 음식인데 반드시 대상이 있잖아요.
저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배워요.
내 몸에 맞는 음식은 제가 만들어야죠.
안지윤(28·전남 광양시 마동)
음식을 잘하는 것은 외국어 하나를 능숙하게 하는 것과 동급입니다.
그게 요리力이죠. 나를 제대로 보여주는 방법, 요리만한 것이 없어요.
서영미(53·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심오한 그림을 수집하고 발레 공연을 보는 것만이 고급문화인가요?
맛있는 음식을 심미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문화예요.
화려한 문화의 정점을 찍는 것이 요리力입니다.
이한나 (26·충남 아산시 탕정면)
요리는 못하더라도 요리를 잘 아는 것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요리力은 이런 게 아닐까요?
황교익씨는 진정한 요리力은 개인의 환경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표출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요리라는 행위에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의 전달과 배려가 담겨 있다는 것.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것이 요리의 강력한 힘이고 요리가 미학이 되는 근간이라고 말한다.
어느 사람은 청국장에 은근과 끈기를, 비빔밥에서 화합이라는 거대한 뜻을, 라자냐에서 실연을 아픔을 더듬는 것처럼 말이다.
[출처: 미즈내일]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