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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1. 08:48 연예와 문화

하늘로 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중앙일보]

스웨덴 입양아 신유숙씨 지난달 23일 세상 떠나
기구한 인생유전 영화로 만들어져
해외 입양 문제 국제적 관심 일으켜

수잔 브링크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1991년 개봉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포스터(右)[중앙포토]. 장길수 감독에 고 최진실씨가 주연을 맡았다. 왼쪽 사진은 수잔 브링크가 2004년 MBC에 출연했을 당시 모습. 당시 40세였다. [출처=MBC 홈페이지]
1991년 국내외에서 개봉돼 해외 입양 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쟁을 불러왔던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실재 인물인 수잔 브링크(한국 이름 신유숙)가 지난달 23일 사망했다고 국제입양인연합(UAI)이 20일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45세였다.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이 영화에선 지난해 10월 자살한 고 최진실씨가 수잔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영화는 세 살 때인 65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신씨가 낯선 환경과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고뇌를 생생하게 그렸다. 그는 양부모의 학대를 받으면서 일그러진 성장기를 보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미혼모가 되고 실연하면서 자살까지 기도하는 등 불운한 청년기를 보냈다. 그러다 어렵게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은 그는 24세에 스웨덴의 명문 웁살라 대학 종교학과에 입학했다. 학업과 딸 양육을 병행하면서 힘겨운 삶을 살던 그는 89년 한 TV의 입양아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찾으면서 길고 긴 방황을 끝내고 자아를 찾게 된다.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통해 전해진 그의 인생은 우리 사회가 국외 입양 문제에 대해 자성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그 자신도 이후 기고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호소했다. 그는 2003년 발표한 ‘아기를 외국으로 보내지 마세요’라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이제는 국외 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들은 남자든 여자든 우선 외모 때문에 매일 일상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며 “스웨덴으로 입양된 사람들의 실업률이 50%고 자살률은 스웨덴 평균의 다섯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예쁘고 재능 있는 아들과 딸들을 외국으로 보낼 아무런 경제적 이유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평생 고통스러운 이방인으로 살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을 안겨 주는 국외 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화와 그의 글은 ‘한국의 입양 신화’를 깨는 계기가 됐다.

UAI는 “그의 죽음은 한국의 입양 역사에 슬픈 날이고 한국의 국제 입양 민권운동에 큰 손실”이라며 “그는 한국은 물론 모든 국가 출신의 입양인 사회에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또 “수잔은 많은 글과 말을 통해 스웨덴과 한국에서 입양인 권리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며 “그가 스웨덴·한국·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입양인들을 위해 했던 일과 입양인들과의 유대와 우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용기와 끈기에 빚을 지고 있다”며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의 일과 고통을 기억할 것이고 그가 흘린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UAI는 “신씨가 마지막 편지를 통해 모든 한국 출신 입양인들을 장례식에 초대했다”며 “수잔의 영혼이 그의 조상들과 함께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연합뉴스]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