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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0. 21:30 역사와 유물

[Art & Investing]

한·중 도자기 최고가 14배 차이…우리 고미술품 너무 저평가

고미술 시장 16년 혹한기

973억 vs 70억
靑시대 도자기 '길경유여 …' 亞 최고가
조선 '철화백자항아리' 70억원 그쳐

짝퉁이 문제
도자기·고서화·금속공예품 등 감정 미술품 절반이 가짜

시장성 충분한데…
업계 반목·불신이 불황 키워…공신력 있는 감정시스템 필요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간송 서거 50주기 추모전 ‘진경시대 회화대전’ 마지막 날 관람객 50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관람객들은 인근 성북동파출소까지 500m 이상 줄을 서 2~3시간씩 기다린 후에야 입장했다. 겸재 정선에서 혜원 신윤복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문화의 황금기로 불렸던 진경시대 스타화가들의 숨겨진 매력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최근 들어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 등 고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은 16년째 불황터널에 갖혀있다. 지난달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 마이아트옥션의 여름 경매 낙찰률이 52%까지 떨어지며 작년 3월 개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과 중국 도자기 최고가 14배 격차

국내 고미술 시장의 불황이 16년째 계속되면서 고서화와 도자기 가격은 중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임명석 대림화랑 대표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조선시대 ‘철화백자운룡문항아리’가 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약 70억원(841만달러)에 낙찰됐을 때만 해도 중국 고미술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요즘 중국 미술품은 세계 경매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청나라 건륭제 때의 도자기 ‘길경유여(吉慶有余) 무늬 투각호’는 973억5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아시아 고미술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작년 6월 중국 북송시대 황팅지엔의 서예 작품이 770억원,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명(明)대 청화백자 매병(梅甁)이 약 258억원(2160만달러)에 팔려 주목을 받았다.

반면 작년 경매 낙찰액 상위 10위 안에도 고미술품이 고작 3점에 불과했다. 마이아트옥션에서 18억원에 낙찰된 ‘백자청화운룡문호’가 경매 최고가에 올랐고, ‘백자청화산수문호형주자’는 15억6000만원에 낙찰돼 3위, ‘십장생도 8곡병’은 13억5500만원으로 8위에 랭크됐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국제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도자기의 최고가 도자기 가격을 기준으로 무려 14배나 벌어졌다. 한국 도자기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최근에는 희소성과 가치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국 고미술품이 세계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에서 대접 못 받는 더메스틱 디스카운트(domestic discount) 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술시장은 2006년 초까지 고미술이 주도해왔다. 당시 국민화가 박수근 유화가 4억원에 낙찰됐던 2001년 4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가 7억원에 팔려 고미술이 현대 미술의 최고가를 눌렀다. 2004년 12월 고려 청자상감 매화 새 대나무무늬 매병이 10억9000만원, 2006년 2월 조선 백자철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가 16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기록도 이어갔다.

그러나 2006년 하반기부터 서양미술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며 고미술 거래가 급갑했다. 거래가 주춤한 만큼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국내 고미술시장에서 10억원 이상 고가에 팔린 국내 근ㆍ현대미술이 7점인 반면 고미술품은 2점에 불과했다.

18세기 조선 왕실에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18억원)’와 왕비의 처소에 둘렀을 것으로 전해져오는 ‘십장생도팔곡병(十長生圖八曲屛·13억5500만원)만 유일하게 10억원을 넘어섰다. 백자호(5억8000만원)를 비롯해 성종대왕비 공혜왕후 어보(4억6000만원), 단원 김홍도의 ‘선고지과도(仙姑持果圖·3억500만원)’와 ‘홍경해형도(弘景解形圖·3억원)’, 겸재의 ‘괴단야화도(槐壇夜話圖·2억원)’ 등 수작들도 2억~5억원대에 거래됐다. 국보급 작품치고는 싼 편이다.

조선시대 거장들의 낙찰총액이 10억원을 밑돌았다. 단원의 그림이 총 7점, 9억7000만원어치가 팔려 선두를 지켰고, 겸재(4억6500만원), 장승업(3억7000만원), 흥선대원군 이하응(2억4400만원), 최북(2억1300만원), 추사 김정희(1억670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근대 한국화 그림값도 끊없는 추락

근대 한국화 대가들의 작품가격도 1996~1998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청전 이상범을 비롯해 소정 변관식, 의제 허백련, 이당 김은호, 심향 박승무 등 6대 한국화 작가들의 40호 크기 작품가격(1000만~2000만원)은 고영훈 사석원 오치균 김동유 홍경택 등 서양 화가의 작품가격에 비해 두 배 이상 벌어진 상태다.

박정준 세종화랑 대표는 “근대 한국화 시장이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미술시장에 뛰어든 30~40대 초보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고미술보다는 경매시장에서 쉽게 되팔 수 있는 서양화 위주로 컬렉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짜가 발목

고미술품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고미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북한에서 만든 가짜 고미술품이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면서 고미술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고미술협회가 2006년 이후 3년간 전체 감정품 1885점 가운데 진품은 52.7%에 불과했다. 분야별로는 서화 729점 가운데 392점(53.8%), 도자 875점 가운데 340점(38.8%), 금속 공예품 206점 가운데 127점(61.7%), 민속품 75점 중 33점(44.0%)이 가짜였다. 특히 추사 김정희 작품은 진품이 25점 중 3점에 불과했다. 도자기의 경우 가짜 비율이 백자는 41.5%, 청자는 36.3%인데 비해 분청은 70.2%, 흑유 53.8%, 토기 및 기타 54.1%에 달했다. 또 금속품은 불상이 62.7%, 다른 금속공예은 60.2%가 가짜였다.

○시장 신뢰성부터 확보해야

고미술 시장이 중국처럼 활성화하려면 우선 신뢰성이 확립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용철 인사동전통보존회장은 “고미술업계의 반목과 불신감이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고미술 가격 하락의 주범”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이 고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와 컬렉터,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고미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고미술품도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며 “고질적인 위작 논란을 잠재우는 공신력 있는 감정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책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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