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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1. 06:41 역사와 유물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의 조선시대 처자교 발굴 현장. 쌍무지개(홍예교) 형태의 이 석교가 영남대로 노선을 밝혀주고 있다. 우리문화재연구원 제공

- 합천보 인근 발굴 삼가마 4기…전문가 보존 가치 주장 무시
- 기록만 남긴채 다시 땅속으로

- 구멍 뚫린 의성 마애불 두고 "반면교사로"- "보수 할 것"
- 불교계-정부 아직도 신경전

- 김해시 추진 나루터 6곳 복원, 국비 지원 없어 무산될 상황
- 황산진지 발굴 등 일부 성과

"문화와 역사,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문화의 물길'로 4대강을 재탄생시키겠다." 2008년 12월말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 말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경남 창녕 합천 등 4대강 공사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4대강을 문화가 흐르는 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공언은 어느 정도 지켜졌을까. 문화재 발굴조사를 보면 기대 이하다. 4대강 사업이 토목공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문화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진 탓이다.

■유물 나와도 덮기 급급

4대강 문화재 발굴조사는 지표조사 때부터 말들이 많았다. 문화재청은 2009년 초부터 유물 산포지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4대강 전역의 지표조사 대상 면적은 2억9435만㎡. 3~4개월 간의 지표조사 결과, 유물 산포지 225곳이 확인됐고, 발굴조사가 필요한 곳이 166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낙동강이 가장 많은 81곳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김해 매리지역을 제외하면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사업 일정에 쫓기다보니 중요한 유적이 보존되지 못하고 다시 묻히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3월 경남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 합천보 인근에서 조선시대 삼가마(삼베를 짜기 위한 가마) 4기가 발굴됐으나, 기록만 남긴 채 다시 매몰 조치됐다. 이곳엔 합천보에 딸린 수력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발굴을 담당한 한국문물연구원 측은 "조선시대 때 이곳에서 도자기·옹기·삼베 등 생활용품을 생산해 근처 나루터를 이용해 낙동강 건너 창녕 이방장에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의미있는 생활유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경남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농지 리모델링 지구에서는 석기와 무문토기, 고려·조선시대 유물, 초본류 화석 등이 발견됐으나 이곳도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낙단보 옆 마애불의 눈물

경북 의성군 낙단보 주변에서 구멍난 채 발견된 마애불.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지난해 10월 중순 경북 의성군 낙동강 낙단보 공사 현장에서 높이 3m 가량의 마애불이 발견됐다. 그러나 인자한 표정의 마애불 얼굴 오른쪽 광배에 지름 약 10㎝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발견된 지점은 4대강 사업 낙단보 현장 통합관리센터 부지. 터잡기 작업 중 자갈과 흙으로 덮힌 마애불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강하게 항의했고, 지난 2월 18일 문제의 마애불 앞에서 훼손 규탄 1080배를 갖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훼손 부위를 보수키로 했으나, 불교계 일각에선 훼손 부위를 그냥 놔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묘한 신경전 속에 마애불은 현재 천막에 덮힌 채 참배객을 맞고 있다.

문화재청 신희권 학예연구관은 "훼손된 마애불은 안전성과 적절한 보존을 위해 조만간 수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루터 복원 사업 차질

김해시가 추진해 온 김해권 낙동강 나루터 6곳에 대한 복원사업은 국비 지원이 안돼 사실상 무산될 상황이다. 김해시는 4대강 사업과 연계해 생림, 상동, 대동면 일대의 낙동강(창암~대저수문까지 28㎞)과 서낙동강 일대(대저수문~조만강 입구까지 14㎞) 등에 70억 원을 들여 뱃길과 나루터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창암문화체험공간 조성 사업(예산 23억, 국비 50% 지원)을 낙동강 특화사업으로 지정하고 다른 것은 외면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나루터 복원사업이 용역 과정에서 바뀐 것 같다"면서 "국비 지원이 안되면 사실상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문화부는 올초 4대강 사업과 관련, 낙동강의 나루문화를 복원하고 친환경적인 레저 스포츠 거점 조성을 목표로 '강변 문화관광권 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낙동강 선도사업'을 발표했다. 낙동강 3대 선도사업은 ●낙동강 신(新)나루 문화벨트 조성(상주~구미~고령) ●낙동강 레저스포츠 체험밸리 조성(고령) ●생태습지관광 체험루트 조성(창녕)이다. 이와 연계한 낙동강 신(新)나루 문화벨트 사업은 안동 개목나루, 예천 삼강나루, 상주 회상나루, 구미 비산나루, 고령 개경포 나루가 포함됐다. 대상지가 경북지역에 치우쳐 있다.

■속도전 속에서 캐낸 성과

문화재 발굴조사의 경우 성과가 없진 않다. 양산 물금의 황산진지(黃山津祉) 유적은 이번 4대강 발굴조사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2009년 말~2010년 초 이곳에서 고려시대 석축 제언(제방)과 조선시대 '황산언(黃山堰)'으로 추정되는 제언이 나왔다. 조사된 건물지는 황산진지에 딸린 관청으로 추정되고, 제방은 물금지역에 닥친 낙동강의 범람사를 증언해준다.

이곳은 현재 역사공원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부산국토관리청 담당자는 "조사로 드러난 2.8㎞의 제방 유적 위에 폭 15m 가량의 잔디를 깔고 3곳에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문화재청과 협의가 됐고 연말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 처자교(處子橋) 유적도 의미있는 발굴이다. 한 처자(처녀)와 중이 사랑을 하다 다리쌓기 시합을 했다는 전설이 녹아있는 데다, 옛 영남대로의 노선을 증언해주고 있다. 규모가 폭 4.2m, 길이 25m로 제법 크고, 낙동강으로 흐르는 지천 위에 쌍무지개 형태(홍예교)의 석교라는 것도 이채롭다.

발굴을 담당한 우리문화재연구원 권순강 과장은 "밀양지명고에 처자다리(處子橋)와 중다리(僧橋)에 대한 설화가 실려 있고, 작원진석교비와 작원대교비에 조성 시기(1642년)와 내력이 적혀 있어 문헌, 비석, 현장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밀양시는 "처자교 유적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신청키로 했다"면서 인근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승교(중다리)를 함께 발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산국토관리청은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 "물금~삼량진을 역사 문화벨트로"

- 발굴조사 중 '지워진 영남대로' 발견

양산시 물금~원동~밀양시 삼랑진읍 작원관(鵲院關)~처자교(유적)는 옛 영남대로가 지나던 구간이다. 영남대로는 조선 초기부터 일제시대까지 부산 동래에서 시작해 한양까지 이어지던 대로. 지금은 경부철도가 놓였지만, 옛날에는 낙동강변의 벼랑을 끼고 걸어야 하는 험로였다. 얼마나 가파르고 험했던지, 물금~원동 구간은 황산잔도, 원동~삼랑진 구간은 작천잔도라 불렸다. 잔도(棧道)는 사닥다리를 달아내 만든 벼랑길이란 뜻. 좁고 급경사를 이루는 벼랑길이 끝나는 곳에 영남 제1 관문으로 불리는 작원관이 있다.

물금 황산진지 유적과 삼랑진 처자교 유적은 잠자던 영남대로의 존재를 깨우고 있다. '영남대로'의 저자인 최영준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영남대로의 평지 노선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처자교가 노선을 정확히 일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때맞춰 양산시가 물금~원동 간 1.9㎞ 구간에 국비 지원을 받아 '황산도 벼랑길'을 추진하고 있다. 인제대 이영식(사학과) 교수는 "물금~삼랑진 구간을 길과 강, 문화가 하나로 엮이는 역사문화벨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의 주요 유적과 문화재를 보면, 물금 황산진지- 물금취수장 물박물관- 경파대- 임경대- 화제 도요지- 김정한 '수라도' 현장-원동 가야진사- 작원관- 처자교와 중다리가 모두 역사문화 벨트로 엮일 수 있다.

논란이 컸던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의 가야진사(민속자료 제7호)는 보존이 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에는 가야진사 사당과 가야진용신제(경남 무형문화재 제19호) 전수관이 4대강 준설선에 인접해 이전하도록 돼 있었으나, 지난 연말 주변 발굴조사에서 고려∼조선시대 건물터와 함께 제사 유물이 나와 역사성이 재평가된 것.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일단은 존치키로 했지만 하천구역이어서 향후 물길에 지장을 줄 경우 이전될 수도 있다"고 했다.가야진용신제보존회 이희명(61) 이사장은 "최근 홍수주의보 때 현장에 가 봤더니 약 3m 정도 여유가 있었다"면서 "이곳을 유적공원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