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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1. 10:47 연예와 문화

"운명을 굴릴 수 있다 생각해?"

  • 입력 : 2011.08.20 03:25
나는 한 마리 개미
주잉춘 그림|저우쭝웨이 글|장영권 옮김|펜타그램|120쪽|1만5000원

표지에 제목이 없다. 흰 바탕 위를 1~2밀리미터 남짓한 개미 다섯 마리가 기어다니는 그림뿐. 그래서 책 사진을 실을 수도 없다. 본문을 펼치니 더 당황스럽다. 글자는 왼쪽 페이지 아래 두세 줄이 고작, 주인공 개미는 걸핏하면 귀퉁이에 처박힌다. 중국의 북 디자이너가 그림과 디자인을 맡은 책은 파격적이고 어른을 위한 명상 동화 같은 느낌이다.

햇살에 등짝을 데인 개미는 그림자를 갈망하다 바퀴 아래 깔릴 뻔한다. 바람은 그를 거미줄로 날려버린다. 개미는 어느 날 동료 개미들이 진딧물을 '노예'로 키우는 걸 보면서 "힘없는 자가 힘센 자에게 복종한다"는 걸 깨닫는다. 영웅이 되려고 동료를 이간질해 대규모 전투를 일으키는 개미. 마음을 나눈 친구가 그에게 말한다. "너는 운명을 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실은 운명이 너를 굴려 가는 거야."

읽는 데 10분도 안 걸리는 짧은 책인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첫 장을 다시 펼치게 된다. "허물을 버려야 날아오를 수 있다"는 매미,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온도계, "시간의 존재를 제대로 알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화석이 된 물고기 등이 더불어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개미는 우리 자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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