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4. 17:18
연예와 문화
[정민영의 그림으로 배우는 자기계발 전략] 장승업 ‘홍백매 병풍’ | |
※오원,생명의 신비에 취하다 그림은 화가의 마음이다. 마음의 지문이다. 그런 만큼 그림에는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움직임이 드러난다. 흔히 그림에 혼을 담는다고 한다. 화가의 혼이 조형적인 몸을 얻은 것이 그림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그 혼과 대화하는 과정이다. 시인 김수영은 시 ‘폭포’에서 “곧은 소리는 곧은/소리를 배운다”고 했다. 이 말은 내가 먼저 감동하면 타인도 감동한다는 뜻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보는 이가 그림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면, 그것은 그림에 깃든 예술혼 때문이다. 마음 없이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걸작은 보는 이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지문을 남긴다. ■가슴으로 토해놓은 매화 그림 오원 장승업(1843∼97)의 ‘홍백매 병풍’(10폭)은 기운이 넘친다. 밑동이 벌어진 늙은 매화나무에 팝콘이 터지듯 점점이 핀 매화송이가 장관을 이룬다. 화가의 격정이 마음껏 표현되어 있다. 힘찬 필묵에서 귀기마저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손가락으로만 그렸겠는가. 자신이 받은 감동의 물결에 휩싸여, 그것을 토해놓은 것이 이 그림이 아닐까. 우리가 받는 벅찬 감동 역시 그림에 녹여진 오원의 감동에 힘입고 있다.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인 오원은 현동자 안견, 단원 김홍도와 더불어 조선의 3대 화가로 꼽힌다.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새, 동물, 각종 풀과 꽃, 나무를 그린 그림), 기명절지화(진기한 그릇이나 제기와 꽃·과일·화초를 그린 그림)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그는 단원 김홍도를 의식하여 호를 ‘오원’이라고 지었다. ‘나도 원이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자기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컸다. 그런데 오원에 관한 기록은 턱없이 부족하다. 작품은 많이 남아 있으되, 알려진 바는 적다. 조선시대에 통역을 담당하던 관리였던 역관 이응헌의 집에 더부살이하며 수많은 소장품을 어깨 너머로 보고 그림을 배웠다든가, ‘취화사’라 불릴 만큼 술에 취해서 그림을 그렸다든가, 일자무식에 뜬구름 같은 삶, 수수께끼 같은 죽음 등 생애가 온통 흐릿하다. 당연히 오원의 그림은 ‘문자향(문자의 향기)’과 ‘서권기(책의 기운)’와는 거리가 멀다. 시대적으로 현대와 가장 가까운 19세기 후반을 살았던 그의 화풍은 한국 근대화단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매화나무에 깃든 감동의 비밀 오원에 대한 정보는 ‘홍백매 병풍’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림에 녹여진 감동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먼저 매화가 매우 감각적이라는 점이다. ‘문자향’ ‘서권기’로 무장한 선비의 고고한 인품이 담긴 매화가 아니다. 그래서 선비들의 이념을 상징하는 매화처럼 체형이 앙상하지 않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한바탕 큰 소리로 웃는 것처럼 호방하다. 이런 매화는 우봉 조희룡의 감각적인 매화(‘홍매대련’)와 통한다. 우봉은 당시 문인화론의 대세였던 ‘문자향’과 ‘서권기’에 제동을 걸며, 손재주의 중요성을 역설한 인물이다. 화론의 이념보다 화가의 기량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했다. 오원은 매화그림으로 자신의 뛰어난 기량과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굵은 매화나무 등걸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에서 화가의 신명이 느껴진다. 과감한 생략과 절단의 미학도 눈길을 끈다. 우봉의 ‘홍매대련’과 혜산 유숙의 ‘혜산유숙필매화도’(8폭 병풍), 소치 허련의 ‘노매도’(10폭 병풍)도 소재의 생략과 절단을 통해서 진경을 연출한다. 이는 당시 유행하던 조형방식의 하나였던 것 같다. 매화나무를 클로즈업시켜서 필요한 만큼만 화면에 담고 나머지는 화면 밖에 두었다. 나무의 위아래 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가운데 부분만 포착한 것이다. 이는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무한히 확장된다. 나무를 다 그리지 않음으로써 결국 다 그린 셈이다. 감동의 또다른 출처는 ‘대비’다. 매화나무는 족히 100년은 넘었을 것 같은 고목이다. 그러기에 만개한 매화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고목이 피워 올린 여린 생명, 이 늙음과 다시 태어남의 극적인 연출. 또 매화나무 등걸의 동적인 체형과 꽃의 정적인 표정. 매화나무의 우람함과 꽃의 미미함 등 역동성을 풀무질하는 소재의 대비가 절묘하다. 감동의 숨은 힘은 여기서 발원한다. ■활짝 핀 오원의 웃음소리 이 ‘홍백매’ 그림은 오원의 체험에 근거한 것 같다. 어느 봄날, 죽은 듯한 고목에서 여린 꽃이 피는 것을 본 오원은, 그 놀라운 생명의 신비에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신들린 듯 매화도를 그린다. 그러고는 흐드러진 매화꽃처럼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그러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이 매화나무는 허옇게 치아를 드러낸 채 파안대소하는 것 같다. 세속적인 가치나 명예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가로 생을 마친 오원의 웃는 모습이 저렇지 않았을까. 껄껄껄 오원의 웃음소리 같은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artmin21@hanmail.net ※키포인트=남을 감동시키려면 자신부터 감동해야 한다. 고객 감동경영도 마음에서 시작하는 이심전심의 경영이다. 타인의 감동은 나의 감동에서 점화된다. 내가 웃으면 타인도 웃는다. ■도판설명=장승업, 「홍백매 병풍」(10폭, 부분), 종이에 담채, 90×43.5㎝, 조선시대, 호암미술관 소장 2007-03-22 17:31:59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출처: 파이낸셜뉴스] |
'연예와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일락말락` …마돈나·브룩쉴즈로 변신한 솔비 (0) | 2009.02.15 |
---|---|
커피 한잔 이미지모음 (0) | 2009.02.15 |
곤충, 아름다움을 찾다 (0) | 2009.02.14 |
22살 연상남자와 계약 결혼! 하룻밤에 50만엔? (0) | 2009.02.14 |
사랑의 묘약 과학은 안다 (0) | 2009.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