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기인했지만, 심리적 나이의 축소는 정신적으로는 노화에 대응하는 건강한 반응이 될 수도 있다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관점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보다 자신을 젊게 생각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지나침은 늘 부족함보다 못하는 법. 강박적으로 젊음을 추구하거나, 젊은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병을 얻을 수도 있단다. 손 원장이 제시하는 생리학적 나이와 심리학적 나이의 간극은 ‘+/- 5년’.
심리적 나이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도 크다. 앞서 소개한 미국 미시간대 사회조사연구소의 노화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외모가 몇 살이나 돼 보인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남자는 ‘7년 젊어 보인다’, 여자는 ‘평균 4년 더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여성들은 용모에 대해 남성보다 민감하고, 특히 늙은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멋지고 당당하게 늙는 법
미국 사회학 교수 월리엄 새들러는 <핫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인생 성공은 마흔 이후 인생의 항로 수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기에는 ‘나이 듦’보다 ‘성장’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 그 시작은 자신의 나이를 사랑하는 데 있다. 선배들은 나이 듦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보자.
“눈가 주름 대신 깊어진 눈을 봐주세요”
얼마 전 내한한 추억의 스타 소피 마르소는 기자회견장에서 “40대 정도 되면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이나 보톡스를 고려해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보기에 제가 성형수술이 필요한가요? 그렇게 늙어 보여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담배도 끊고, 다이어트에 좋은 김치도 자주 먹죠. 일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고, 젊은데 뭘 더 바라죠? 삶은 원래 주름으로 가득 찬 거 아닌가요?”
한 인터뷰에서 밝힌 여배우 이미연의 일침은 또 어떤가. 그녀는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의 눈가 주름을 보지 말고, 눈동자가 얼마나 깊어지는지를 봐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랑받는 배우들에겐 당당히 자신의 현재를 인정하는 모습이 있다. 그를 발판으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젊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아닌 건강을 위한 꾸준한 노력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꾸준한 피부 관리’(32%), ‘아침저녁 운동’(17%),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 - 신조어, 신곡, 유행 등 섭렵’(15%),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수 있는 취미 생활’(15%) 등이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들이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최윤호 교수는 노화 방지와 장수에 관련해 열량 제한(caloric restriction), 즉 식사량을 줄여 소식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소개한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등 건강에 관심이 많은 생활 태도를 지니는 것도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한 비결.
경험과 경력… 나이 들어 좋은 점을 즐기자
두렵고 서러운 나이 듦에서 벗어나 한쪽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나이 듦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들을 가졌다. 서른, 다시 마흔을 지나면서 어릴 때보다 매사에 노련해지고,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졌다. 부모님이나 주변의 간섭이 줄고 정서적 안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나이 들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어디 그뿐일까?
‘시인들의 노년, 노년의 시와 삶’이라는 기획 특집을 다룬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겨울호을 살펴보면, 국내 대표 원로 시인 10인은 ‘여유’를 나이 듦의 최고 선물로 꼽았다.
성찬경 시인은 “완전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고, 김남조 시인은 “애환의 파도가 줄어 삶이 평온해졌다”며 나이 듦의 즐거움을 설명한다. 김규동 시인은 “누워서 쉬어도 되고, 차 한 잔 끓여 가지고 오랫동안 명상에 잠겨도 옆에서 곱게 봐주는 일이 기쁘다”고 했다.
올해 드디어 두 아이를 모두 결혼시킨 이효녀 씨(58) 역시 “30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 제2의 신혼을 음미하고 있다”며 “남편과 함께 삶을 명상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라 말한다. 윤미래 씨(42)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나이 들면서 얻은 값진 선물”이라 밝힌다.
이처럼 나이 듦으로 더욱 행복해진 사람들도 주위엔 수없이 많다. 자신의 나이 듦을 인정한 것이 그들의 행복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