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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7. 13:22 연예와 문화
부산지역 문학비의 모든 것







허공에 사라지는 '말'을 붙잡기 위해 인류는 '글'을 고안했다. 글이 인간의 가장 지극한 표현수단이라면, 이 지극함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것은 문학이다. 문학은 인간과 삶의 정곡에 육박한다. 문학인의 생애는 유한하나, 그가 남긴 문학작품은 무한하다. 글의 감동은 세월의 풍화를 견뎌 살아남기 때문이다. 문학의 정수를 일상에서 호흡하려는 인간 의지의 산물이 바로 문학비와 시비. 부산 곳곳에는 80여개의 비석이 서 있다. 가히 '문학비와 시비의 도시'라 할 만하다.

대부분 시민들 많이 찾는 공원에 건립…부산진구 31개 양적으로 최다
총괄적 정리 일목요연한 자료 없고 위치 선정·사후 관리 소홀 아쉬워



# 부산 시내에 산재한 80여개의 문학비·시비

부산의 문학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나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다. 본보가 16개 구·군의 관련 자료를 분석, 답사에 나선 뒤 큰 그림을 그렸다. 헤아려보니 부산에 산재한 문학비·시비는 모두 80여개.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에 문학비는 몰려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대표적인 것은 부산문단의 거목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비(1978)다. 놀이동산 쪽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화강암 바탕의 중앙 오석에 단편소설 '산거족'에 나오는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구절이 가슴을 때린다. 놀이동산 옆 수변공원에 정상구 시비(2005)가 최근 세워졌고, 7월께 이동섭 시비가 요산 문학비 위쪽에 건립된다고 한다.

금강공원은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문학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왼쪽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이주홍 문학의 길'이라는 작은 표지석과 함께 서 있는 이주홍 문학비(1988)와 마주친다. 이주홍은 김정한과 함께 부산문단의 양대 봉우리. 해맑은 동시 '해같이 달같이만'이 선생 자신의 글씨체로 아로새겨져 있다. 단출하게 세워진 최계락 시비(1971) 아래 쪽에 자리한 이영도 시비(1996)는 여성 시조시인을 기리는 비석의 단아한 조형미가 단정하다.

이 밖에 이기대 공원, 사직야구장 인근 사직공원, 영도 동삼동 미니공원에서도 조형적 아름다움이 눈에 띄는 문학비들을 만날 수 있다.

암남공원 순환도로와 범어사 우회도로, 낙동강 제방도로는 도로변에 문학비가 세워진 경우다. 특히 낙동강변을 따라 세워진 7개의 시비는 단순한 비석 형태를 넘어 다양한 형상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신기해하며 많이 찾는다"와 "거창하고 꾸밈이 많으면 순수한 시의 모습과 정신을 해칠 수 있다"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엇갈린다.

최근에 건립된 것으로는 해양대에 세워진 '선장시인' 김성식의 시비(2004)가 볼 만하다. 커다란 자연석에 손글씨로 새겨진 자연스러운 형식미가 일품이다.

구별로는 부산진구에 무려 31개의 문학비가 있어 양적으로는 최다를 기록했다. 어린이대공원 삼림욕장에 몰려 있는 작고 조악한 비석들과 각 동별로 벌인 '시비갖기' 운동 때문이다. 부산진구에는 또 개인의 의지로 탄생한 주목할 만한 시비 2개가 있다. 주지가 세운 전포동 보광원 사찰의 한용운 시비와 유족들이 만든 연지한신타워 입구의 살매 김태홍 시비가 그것.

수영구와 해운대, 기장군에는 의외로 문학비가 적다. 정과정곡비, 박인로 가사비, 최치원 한시비, 윤선도 시비 등 고전문학비가 대부분이다. 현대문학비로는 일광해수욕장에 있는 오영수 갯마을 시비가 유일하다.

# 신중한 위치선정·지속적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문학비가 많다는 건 축복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태어난 문학을 풍성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비는 접근성과 조형미,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세웠더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면 소용 없다. 과연 부산 시민들이 진심으로 찾아와 음미하는 문학비들은 얼마나 될까.

어린이대공원의 요산 김정한 문학비를 보노라면 쓸쓸해진다. 오래 전 산책로의 외진 곳에 세워진 이 비석은 그다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다. 부산문단의 큰 어른에 대한 대접으로는 너무 조촐하다는 느낌이다. 이주홍과 유치환의 문학비도 각각 시내 4곳에 걸쳐 세워져 있지만 부산문단의 대표작가를 기리는 문학비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에덴공원의 청마 유치환 시비를 마주할 땐 더욱 우울하다. 이 시비는 부산문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대표적인 문학비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이제는 공원의 산책로가 사라져버려 시비를 찾으려면 한참이나 헤매야 한다. 돌보는 주체도 없고 세월의 풍파에 마모되고 퇴락한 흔적이 역력하다. 부산의 문학비 건립에 여러 차례 주도적 활동을 한 바 있는 박응석 시인은 "재정비를 통해 에덴공원 입구 쪽이나 을숙도, 혹은 또다른 공공장소로 옮기는 방안이 나와야 하고, 문인단체나 지자체에서 마땅히 사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동래부사 이안눌 시비(1996)는 홀대 받는 시비의 운명을 잘 보여준다. 원래 아쿠아리움 자리에 있었다가 바다파출소 앞으로 옮겨지더니 지금은 화장실 인근으로까지 밀려난 처량한 신세다.

용두산공원 진입로 '시의 거리'에 세워진 9개의 시비 역시 여러 가지로 아쉽다. 커다란 관광버스가 좁은 진입로를 수시로 오가는데 진득한 감상이란 요원한 일이다. 더구나 비석들을 보려면 고개를 한껏 쳐들고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눈높이가 맞지 않는 데다 1m 간격으로 촘촘히 나열돼 감상하는 맛이 좀 싱겁다.

부산의 문학비 자료를 10년 이상 수집하고 있다는 김성배 도서출판 해성 대표는 "위치선정이 잘못되고 똑같은 형태의 문학비가 양산된다면 그것은 시인들의 무덤이 된다"고 지적했다.

범어사 우회도로에 세워진 문학비들도 조형성은 뛰어나지만 차들이 다니는 내리막의 경사진 길 모퉁이에 위치해 제대로 몰입하기에는 불안하다. 암남공원 순환도로의 김민부 시비도 길 옆에 충분한 감상 공간이 없기는 마찬가지.

문학비나 시비는 작가들이 중심이 돼 자금을 십시일반 모아 추진하는 경우도 있고,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건립하는 사례도 있다. 근래에는 지방자치와 함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문학비 건립에 나서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학비의 인물이 중복되고, 제대로 평가 안 된 작가가 많다"거나 "생존작가까지 다룰 정도면 지금의 문학비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학비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화의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문인 주도건 관 주도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해 건립목적과 작가·위치선정, 비석의 형태, 예산확보 등 신중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문학계의 중론이다.

<출 처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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