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개봉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는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영화는 시카고 대학에서 뉴욕으로 가려는 해리(빌리 크리스털)와 샐리(멕 라이언)가 처음 만나 같은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친구 사이로 12년을 보낸 후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는 내용의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이 영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1년에 만들어졌다면 영화제목이 아마 <해리가 샐리에게 문자를 보냈을 때>로 바뀌었지 않았을까?
해리가 샐리에게 문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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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라이언 빌리 크리스탈 주연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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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인 1980년대는 인간관계가 모두 전화나 편지, 또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현대인들은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을 하는데 있어 소셜 미디어를 의지하는 경향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사랑하는 대상을 찾아 연애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로 RSCG 월드와이드(Euro RSCG Worldwide)가 18세 이상 미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1이 넘는 34%가 인터넷을 통해 남녀간의 사랑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응답자들은 무려 41%가 인터넷을 통해 사랑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28%만 인터넷을 통한 사랑의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사랑의 관계 형성에 좀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이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65세 이상 노인 응답자들의 26%도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연령과 성별에 관계 없이 현대인들의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 실제로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한 경우도 남성의 경우 응답자의 약 4분의 1인 22%로 나타났으며, 여성의 경우 인터넷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사례가 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노인 응답자들의 7%가 인터넷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응답하고 있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이제 일반적인 인간관계 형성의 주요 통로의 역할을 넘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연령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온라인에서 로맨스와 애로티시즘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터넷이 더 이상 가상세계가 아닌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온라인 사랑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반경 내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 사랑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의 특성상 상대방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 올린 내용을 근거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들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내용은 신뢰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만남은 만남과 헤어짐이 쉽게 일어나 인간관계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가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관계를 청산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온라인상에서의 인간관계가 쉽게 깨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 관계에 파고든 SNS | | |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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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성 응답자의 39%와 여성 응답자의 23%는 사귀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난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기혼 응답자의 18%도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난 사람과 바람을 피운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혼 응답자의 3분의2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기혼자들에게 바람을 피울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해 인터넷의 가정파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가 현실세계의 인간관계를 방해해서 우리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불륜과 왜곡된 인간관계가 현실세계의 가족관계와 인간관계에 악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