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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13. 17:40 연예와 문화

조선 사군자의 절정 엿보다

기사입력 2011-05-13 03:00:00 기사수정 2011-05-13 06:27:54

간송미술관, 15일부터 봄 정기전
이정-강세황 등 걸작 100여점 소개

‘사군자 대전’에 선보인추사 김정희의 난초 그림.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15∼29일 사군자(四君子)를 주제로 봄 정기전을 연다. 1976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 최대 규모로 마련한 ‘사군자 대전’이다. 조선 최고의 묵죽화가로 꼽히는 탄은 이정(1554∼1626)부터 이인상 강세황 최북 조희룡 민영익 김진우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의 시기별 대표작을 가려 뽑아 1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유교문화권에서는 눈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척박한 환경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난초, 서리 내리는 가을에 꽃피우는 국화, 수직으로 곧게 뻗어나 절도 있게 자라는 대나무를 사군자로 일컬으며 시화의 소재로 삼았다. 이 중 대나무는 군자다운 강인한 기상을 표상하는 소재로 문사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다. 전시에선 임진왜란 2년 후인 1594년에 그린 ‘고죽’, 세찬 바람과 맞선 ‘풍죽’ 등 탄은이 절정의 기량을 담아낸 그림 5점을 볼 수 있다. 탄은 다음으로 대나무를 잘 그렸던 유덕장의 ‘설죽’, 화면을 대각선 구도로 분할한 김홍도의 대나무 그림에선 사생적 회화성이 돋보인다.

‘사군자 대전’에 선보인 탄은 이정의 ‘풍죽’ 간송미술관 제공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수척하면서도 고고한 추사의 난초와 추사의 예술관을 이어받은 흥선대원군의 묵란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묵매의 대가 어몽룡의 매화, 사대부 화가 심사정의 국화도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실장은 “중국 일본과 달리 조선의 사군자는 우리 민족의 미감인 굳세고 강인함, 명정함을 드러낸다”며 “같은 소재를 표현한 그림을 통해 시기별로 문화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02-762-0442

고미석 기자 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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