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8년 세조가 능림 지정 이후 시험림으로 관리
 소리봉 정상에 오르자 인수봉,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천마산, 축령산이 경기도 진접읍의 아파트 단지와 함께 한눈에 들어왔다. 광릉 숲은 서울에서 불과 39㎞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숲의 생물다양성은 북한산, 소백산, 주왕산 등 국립공원보다 우수하다. 단위면적당 생물 종을 따지면 국내 최고 수준이다. 광릉 숲 2,240㏊에는 식물 865종, 곤충 3,925종, 조류 175종 등 모두 5,710종의 생물이 산다. 여기엔 흰진달래 등 광릉 숲 특산식물과 장수하늘소 등이 포함돼 있다. 단위면적당 식물종 수는 광릉 숲이 ㏊당 38.6종으로 설악산 3.2종, 북한산 8.9종을 크게 웃돈다. 곤충도 광릉이 175.2종으로 설악산 4.2종, 주왕산 12.3종보다 많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데는 무엇보다 인간활동이 집중되는 온대 중부지역에서 이례적으로 장기간 숲이 보전됐기 때문이다. 1468년 조선 7대 왕 세조는 이 지역을 왕릉인 광릉의 부속림으로 지정해 산직을 두어 엄격하게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부터 현재까지 한 해도 멈추지 않고 임업 시험림 구실을 해 왔고, 이에 따라 개발과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광릉 숲의 절반은 인공림
 그러나 산림 보전과 생물다양성만 본다면 광릉 숲의 반쪽만 보는 셈이다. 광릉 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임업 관련 기관이 들어서, 한반도에 적합한 나무를 어떻게 심을지를 연구해 온 우리나라 임학의 산실이다. 김석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장은 “광릉 숲의 가치는 자연림 못지않게 인공림에 있다”며 “90여 년 전부터 나무를 심어 가꿔온 광릉 숲에서 우리나라 숲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 숲에서 핵심구역은 소리봉과 죽엽산(600.6m)을 중심으로 한 천연 활엽수림 755㏊이다. 핵심구역을 둘러싸는 완충지역 1,657㏊는 인공림이다. 김석권 박사의 안내로 임도인 직동로를 따라가며 광릉 숲 인공림의 모습을 살펴봤다. 1914~1917년 심었다는 팻말이 붙어 있는 낙엽송이 앞을 가로막았다. 가슴높이 둘레가 1m가량이고 높이는 20여m로 하늘로 쭉 뻗은 모습이 “쓸모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