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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6. 00:11 구름에 달가듯

부산 문현동 안동네. 문현동 23-1번지 일대다. 문현동에서 전포동으로 넘어가는 전포고개 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외지인들은 주로 돌산마을 또는 안동네라 부르고 마을에 사는 이들은 황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까닭에 황령마을이라고 부른다. 공식적으로는 안동네다. 안동네는 벽화마을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3월 부산시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주민들과 학생, 시민 등 자원봉사자 230여명이 참여해 3개월간 벽화 47점을 그렸다. 스산한 회색빛 골목은 화사한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골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동네는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명소로 떠올랐다. 어린이집 담벼락에 그려진 30m 길이의 그림 ‘시골마을 운동회 풍경’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내용의 벽화가 이어진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맨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 1 담장 너머에 돌고래가 살고 있을까? 당신은 잠수함을 타고 골목을 여행 중이다.
  • 2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모여있는 집들.
  • 3 푸른 축대 위,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검은 항아리와 빨간 대야가 놓였다.
  • 4 고단한 삶을 대변하듯 낡은 자전거가 벽에 기대어 있다.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는 골목

“딱히 볼 것도 없는 마을인데 요즘 들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 담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까 그것 보려고 오는 거겠지 뭐. 사진도 찍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다가 가지.마을 초입에서 만난 박덕주(69)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박 할아버지가 안동네에 들어온 때는 1983. 전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박 할아버지는 사진관 운영이 여의치 않자 이곳으로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집은 고작 열두 채가 전부. 1986년 부산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포플러 나무가 많았는데 나무 사이에 집을 지으면 밖에서 잘 띄지가 않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 미군들 군수물자를 날랐던 폐상자가 많았던 탓에 판잣집을 지을 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마을이 커지게 된 이유다.

안동네 골목길은 빗 모양으로 생겼다. 차가 한 대 정도 지날 만한 도로가 있고 그 길 왼쪽, 산 아래 쪽을 향해 작은 골목이 6개 곁가지를 치고 있다. 차례대로 돌산 1, 돌산 2, 돌산 3길 식으로 이름이 붙어있다. 편의상 이름만 이렇게 붙였을 뿐이지 큰 의미는 없다. 골목을 따라 10~20m 정도만 내려가면 마을 가운데를 관통하는 골목이 나오는데 이 골목으로 인해 모든 골목은 다시 이어진다.골목은 사람 두 명이 어깨를 스치고 겨우 지날 만큼 좁다. 바닥에는 거친 시멘트가 발라져 있다. 집들은 대부분 블록집이다. 지붕에는 슬레이트를 얹었다. 집은 작고 지붕은 낮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 설 만 한 크기의 대문이 있고 도화지만한 창문이 나 있다. 골목은 급한 꺾임도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심하지 않은 편이다. 평탄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느릿느릿 걸어도 좋을 만한 호흡이다. 길 양 옆으로는 낮은 담이 이어진다. 많은 골목들의 담이 사람 키보다 훨씬 높지만 안동네 골목의 담들은 가슴 높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집주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다.

김기보(67) 할아버지는 안동네에서 25년째 살고 있다. 건설 관계 일을 하다 몸이 아파 퇴직 후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김 할아버지 집의 대문 역시 무릎 높이 밖에 되지 않는다. 문 앞에 열쇠가 매달려 있지만 그다지 소용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살림살이라고 해야 숟가락 몇 개랑 이불 밖에 더 있나. 가져갈 것도 없으니 문을 잠글 필요도 없지. 이십 년 넘게 살면서 아직 도둑 들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어 봤어.골목을 걷다 보면 심심찮게 무덤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이 들어선 자리가 원래 공동묘지였던 까닭이다. 지금도 명절이면 성묘를 하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골목마다 스며있는 진솔한 생활의 풍경

안동네 골목을 걷는 일은 즐겁다. 골목에 서 있는 담마다 화려한 원색의 벽화로 치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색빛이 대부분이었지만 벽화 조성 사업을 하며 푸른색,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연두색 등 원색으로 칠해졌다. 안동네 골목은 긴장감이 넘치거나 다이내믹한 구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벽화로 인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안동네 골목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골목마다 넘치는 생활의 풍경이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고양이와 개가 담벼락 아래에서 졸고 있다. 골목마다 내놓은 커다란 항아리 화분에는 대파가 심어져 있다. 누군가 듣고 있는 정오뉴스가 담 너머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담벼락에는 낡은 자전거가 햇빛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울려 뭉클하고 생생한 한 풍경을 빚어낸다. 삶의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넘쳐난다.마을 사람들은 마당 가꾸기를 취미로 하는 게 분명했다. 이집 저집 많은 마당을 기웃거렸지만 쓰레기며 휴지조각 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 꽃들은 어찌나 많이 심어놓았는지 철쭉이며 장미며 유채가 마당마다 환했다. 꽃구경 하느라 한참을 멈춰 서 있기도 했다. 그러노라면 다정한 손짓으로 외지인을 불러들여 커피를 내주기도 했다. 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은 “벽화가 그려진 후부터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고 말했다.

저녁이 되자 골목으로 황금빛 햇살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멀리 서면의 휘황한 네온사인이 하나 둘씩 불을 밝혔다. 안동네 아래쪽에 있는 문현현대2차아파트 단지에도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골목 곳곳마다 깃들어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고 지붕 아래로 주황색 불빛이 새어 나왔다. 골목은 고요해졌다. 어두운 골목을 따라 한 노인이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 가고 있었다. 밤이 내린 안동네 골목을 바라보며 이 골목은 찾아드는 이들에게 뭔가 해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골목을 한 나절만 천천히 걸어보세요.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 문현안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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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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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현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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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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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문현안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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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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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달동네 거리벽화' 공공디자인 최우수상 수상/연합뉴스 200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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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 안동네의 변신/부산일보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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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계간 <문학동네>에 시 '밀물여인숙'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시집 [단 한 번의 사랑]을 펴냈다. 일간지와 여행 잡지에서 여행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다. 여행사진 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과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를 펴냈다. 지금은 시를 쓰고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다.

발행일 2009.04.30

사진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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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