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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wave의 아름다운 세상을 방문해 주신 파란가족님들께 행운과 사랑을 한아름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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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16. 08:24 새들의 합창

나뭇가지에 별 걸리다
ⓒ2006 김민수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옷깃을 여밀 정도의 싸늘함은 아니지만 이제 곧 옷깃을 여미게 되겠지요. 그러다 이내 겨울이 오고 다시 따스한 계절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이 가을이 지나면, 가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계절 중에서는 가장 평등한 계절, 먹을 것도 많아 가장 평등한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선풍기 아니 손부채 하나로 여름을 나야했던 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연탄 한 장으로 추운 겨울밤을 지새워야 할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은 평등한 계절입니다.

ⓒ2006 김민수
단풍이 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나뭇잎이 있었습니다. 물기라고는 전부 말라버린 나뭇잎은 가을바람에 부시럭거리며 자기 목소리를 내어봅니다. 그러나 이내 바스라져 흙으로 돌아갈 운명, 점점 흙의 색깔을 닮아갑니다.

나른한 가을햇살이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가 봅니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아직도 나뭇잎이라고 소리지르듯 아름다운 모습니다.

ⓒ2006 김민수
앙상한 나뭇가지에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이 남아있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저 남은 것들과 떨어진 것들 그들은 하나지요. 사람사는 세상에서나 떨어진 것들과 남은 것들의 구분이 확연할 뿐이지요.

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그들은 또 봄을 꿈꾸며 긴 잠을 잘 것입니다. 긴 겨울잠을 잘 때 행여 얼지 말라고 자기 안에 있는 물들을 전부 내어놓을 것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말입니다.

ⓒ2006 김민수
사철 푸른 나뭇잎에 살포시 앉은 낙엽, 누가 누구를 시샘할까요? 사시사철 푸른 나뭇잎은 나도 저렇게 예쁜 옷 입고 싶다 할 것이고, 낙엽은 사시사철 푸른 나뭇잎처럼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품겠지요. 누구나,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소망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한가 봅니다.

ⓒ2006 김민수
벌레들에게 제 몸을 주고도 넉넉하게 살아온 나뭇잎입니다. 자신을 갉아먹는 벌레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요? 떨쳐버리고 싶어도 떨쳐버리지 못했던 지난 날, 때가 되니 그들 스스로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이제 남은 계절 송송 뚫린 마음으로 가을하늘을 담아봅니다.

우리 삶에 떨쳐버리고 싶어도 철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고 힘들게 하는 것조차도 때가 되면 저렇게 떨어져 나가겠지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모두 그 아픔을 떨쳐버릴 수 있길….

ⓒ2006 김민수
거미줄에 붙잡힌 낙엽, 거미줄도 늘 거미를 배부르게 하는 먹이만 채는 것에 싫증이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사는 삶, 간혹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그런 시간을 누구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일탈이라는 단어가 참 아름다운 단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 김민수
열매들도 하나 둘 익어갑니다. 가을의 색,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이유는 그 어딘가에 따스한 기운이 들어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무리 냉혹한 사람이라도 그 어딘가에는 따스함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일 것입니다. 따스함, 그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면 살아도 살았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이 따스한 마음 품고 살아가도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게 살아가려다 실망한 이들에게 희망이 가득 피어나길 바랍니다.

ⓒ2006 김민수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상을 꾸미고 싶었을까요? 낙엽이 하나둘 쌓여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 서로 아름다워지는 것이겠지요.

ⓒ2006 김민수
산수유 열매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단단하고 입에 넣어보면 떫은맛이 납니다. 조금만 더 익으면 그도 부드러워지고, 물기를 다 빼내고 나면 그윽한 산수유향기를 가득 품을 것입니다.

인생의 연륜이라는 것, 그것이 자연처럼 어김없이 우리 사람들에게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철모르는 사람들, 철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2006 김민수
서울의 가을, 아직은 사실 푸른 빛, 여름의 빛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이내 푸른 빛보다 가을빛이 더 많은 시절이 오겠지요.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따스한 것이 조금씩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가을빛 속에 남아있는 따스한 기운, 얼어붙은 역사 그 어딘가에서도 따스한 기운이 살아있음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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