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9. 10:44
살며 사랑하며
"女상사가 엉덩이를 만져도"… 성폭력에 세번 우는 男 피해자들
노컷뉴스 | 기사전송 2010/08/19 06:0
[피해봐서 울고, 주변시선에 울고, 법의 보호 못 받아 또 울어]
[CBS사회부 김정남 기자] 갓 입사한 A(28,남)씨는 그토록 바라왔던 출근이 요즘 두렵다.
출근 첫날 여자 상사가 "신입사원 한 번 안아보자"며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이렇게 가끔 양기를 흡수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
매우 불쾌했지만 입사 첫날부터 '찍힐까봐' A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다.
하지만 그 뒤에도 "영계 같아서 좋다", "얘는 내 거야" 등 여자 상사의 도를 지나친 스킨십과 성적 언행은 계속됐다.
A씨는 "어렵게 들어온 회사인데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B(남)씨에게 군대시절은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이등병 때부터 1년 동안 매일 선임병에게 불려가 성행위를 재연할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
B씨는 "속옷을 입지 않고 안마를 하게 한 적도 있다"며 "모욕감과 수치심 때문에 군대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받은 남성 피해자는 단 42명(3.1%).
하지만 실제 피해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담조차 받길 주저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사실상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성인 남성의 경우 군대, 교도소 등 위계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2004년 이후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인권위 등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10%가 피해를 인정한 적이 있으며, 남성 재소자의 피해만도 연간 100여 건에 이른다는 예전 법무부 연구자료 등을 통해 그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숨기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고가 우세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피해자=약자'라는 등식 속에서 남성 피해자는 일반인들에게 "오죽 못났으면..." 하고 부끄럽게 인식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박모(25,남) 씨는 이런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아무래도 남잔데 굴욕감이나 수치심이 심할 것 같고 어디 가서 말하기도 뭐할 거 같다"며 수긍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은심 활동가는 "남성의 경우 자신이 피해자가 될 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록 그 수는 여성보다 적을지 몰라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가혹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하다는 것이다.
용케 용기를 냈더라도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남성이 입소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주요 성폭력 상담기관에서 성별에 구분 없이 상담접수를 받고 있지만 워낙 '여성을 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상담소에 '남자도 전화해도 되나요?'와 같은 질문이 종종 들어온다"며 "대부분 성폭력피해가 여성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이 입을 열고 도움을 청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법제도 역시 아직 시대에 한참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법이 강간피해자를 '부녀'로만 한정한 탓에 남성에 대해서는 강간죄(3년 이상의 징역)보다 법정형이 낮은 강제추행죄(10년 이하의 징역) 혐의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위원장 이재상 이화여대 교수)에서 남성에 대해 범행을 저질러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 시안을 마련했지만 시행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그 사이 피해사실에 울고, 주위의 시선에 울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또 우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오늘도 그저 꾹 참고 고통을 홀로 견뎌내고 있다.
jnkim@cbs.co.kr
[관련기사]
● 직장인 절반 "성희롱 경험 있지만 참았다"
● 정치인 '남이 하면 성희롱, 내가 하면 성재롱(?)'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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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김정남 기자] 갓 입사한 A(28,남)씨는 그토록 바라왔던 출근이 요즘 두렵다.
출근 첫날 여자 상사가 "신입사원 한 번 안아보자"며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이렇게 가끔 양기를 흡수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
매우 불쾌했지만 입사 첫날부터 '찍힐까봐' A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다.
하지만 그 뒤에도 "영계 같아서 좋다", "얘는 내 거야" 등 여자 상사의 도를 지나친 스킨십과 성적 언행은 계속됐다.
A씨는 "어렵게 들어온 회사인데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B(남)씨에게 군대시절은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이등병 때부터 1년 동안 매일 선임병에게 불려가 성행위를 재연할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
B씨는 "속옷을 입지 않고 안마를 하게 한 적도 있다"며 "모욕감과 수치심 때문에 군대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받은 남성 피해자는 단 42명(3.1%).
하지만 실제 피해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담조차 받길 주저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사실상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성인 남성의 경우 군대, 교도소 등 위계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2004년 이후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인권위 등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10%가 피해를 인정한 적이 있으며, 남성 재소자의 피해만도 연간 100여 건에 이른다는 예전 법무부 연구자료 등을 통해 그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숨기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고가 우세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피해자=약자'라는 등식 속에서 남성 피해자는 일반인들에게 "오죽 못났으면..." 하고 부끄럽게 인식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박모(25,남) 씨는 이런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아무래도 남잔데 굴욕감이나 수치심이 심할 것 같고 어디 가서 말하기도 뭐할 거 같다"며 수긍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은심 활동가는 "남성의 경우 자신이 피해자가 될 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록 그 수는 여성보다 적을지 몰라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가혹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하다는 것이다.
용케 용기를 냈더라도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남성이 입소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주요 성폭력 상담기관에서 성별에 구분 없이 상담접수를 받고 있지만 워낙 '여성을 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상담소에 '남자도 전화해도 되나요?'와 같은 질문이 종종 들어온다"며 "대부분 성폭력피해가 여성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이 입을 열고 도움을 청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법제도 역시 아직 시대에 한참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법이 강간피해자를 '부녀'로만 한정한 탓에 남성에 대해서는 강간죄(3년 이상의 징역)보다 법정형이 낮은 강제추행죄(10년 이하의 징역) 혐의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위원장 이재상 이화여대 교수)에서 남성에 대해 범행을 저질러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 시안을 마련했지만 시행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그 사이 피해사실에 울고, 주위의 시선에 울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또 우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오늘도 그저 꾹 참고 고통을 홀로 견뎌내고 있다.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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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남이 하면 성희롱, 내가 하면 성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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