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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8. 18:05 마음의 등불

[시가 있는 아침] 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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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 유지소(1962~ )

내 음성이 “너·무·해” 하고 너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네가 사라져버렸어 왜냐하면, 동시동작으로, 내 마음이 “너·無·해”라고 단호하게 너를 삭제해 버렸거든

그때, 기우뚱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어 나무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쿡쿡,

나를 <나·無>로 인식했거든 나도 삭제되고 말았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나무만 있었어

천 개의 혓바닥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어




나는 없습니다. 주민등록 번호로 존재할 뿐입니다. ‘삭제’의 키를 누르면 그 어떤 확고한 이름도 삭제되어 버리는 오싹한 경험을 매일 하고 있을 세대인 컴퓨터 세대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럴 때 쓰는 시는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까요? 가장 인간적인 시쓰기라는 영역, 여기서만이 우리는 만화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키가 인조대리석의 기둥 옆에서 왜소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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