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bluewaves
Bluewave의 아름다운 세상을 방문해 주신 파란가족님들께 행운과 사랑을 한아름드립니다 ^^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Tag

2009. 2. 17. 23:44 연예와 문화

[트렌드] 하루 건너 ‘~데이’ 괴롭데이!

기사입력 2009-02-17 09:37


찜질방데이, 삼겹살데이, 오이데이, 추어탕데이, 허그데이…

연애 2년차인 대학생 이은지(26)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다퉜다. ‘핫데이’(1월 19일·커플끼리 찜질방 가는 날)에 같이 찜질방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친구가 신경질을 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다이어리를 선물로 교환한 ‘다이어리 데이’(1월 14일)가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보지도 듣지도 못한 찜질방데이까지 있다니 짜증이 났다”며 “이런 데이들을 도대체 누가 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온갖 것을 기념하는 ‘○○데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핫데이’ ‘오이데이’ ‘키스데이’ ‘브래지어데이’ 등 국적 불명의 기념일들이 달력을 빼곡하게 채운다.

‘구구데이’ (9월 9일)

‘○○데이’의 원조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다. 1950년대 후반 일본에서 초콜릿을 더 많이 팔려는 한 제과점의 이벤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밸런타인데이를 본떠 화이트데이(3월 14일·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가 만들어졌고, 이를 시작으로 매달 14일에 상업적 목적에서 각종 데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데이들은 그 상술적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고 있다. 30년 넘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아직도 초콜릿과 사탕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 둘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로즈데이’ ‘실버데이’ ‘와인데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5월 14일 로즈데이는 화훼업계에서 대박시즌(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으로 꼽히는 5월에 카네이션이 아닌 장미 매출을 급증시킨 공신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지하상가의 한 화훼매장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꽃 구매가 줄어든 편이지만 ‘로즈데이’ 때는 여전히 손님들이 장미를 사려고 줄을 선다”며 “처음 듣는 각종 데이에 연인들끼리 선물하기 위한 꽃 주문이 느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0개가 넘는 각종 데이들 중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 연인용 기념일로 만들어진 것으로는 ‘키스데이’ ‘그린데이’ ‘포토데이’ ‘허그데이’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산림욕으로 더운 여름을 이기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그린데이는 모 소주업체에서, 애인과의 스킨십을 허용해준다는 취지의 키스데이와 허그데이는 제과업체나 화장품업체에서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데이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정부기관이나 지자체 등도 홍보를 위한 ‘데이 제조’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삼겹살데이’는 축협, ‘오이데이’는 농촌진흥청, ‘추어탕데이’는 남원시, ‘구구데이(닭을 먹는 날)’는 농림부에서 만들었다. 잘못을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자는 ‘사과데이’는 특이하게도 학교폭력대책국민협회에서 만들었다. 홍보대행업체 ‘굿앤굿’의 박준영 팀장은 “대중에게 ‘~데이’로 인식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웬만한 광고의 몇 십 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빼빼로데이’의 빼빼로 매출은 1년 판매액의 30%나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와인데이’ (10월 14일) (photo 조선일보 DB)

쏟아지는 기념일에 대한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밸런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다는 대학생 김이랑(25)씨는 “직접 준비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받는 사람도 더 감동할 것 같다”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김선중(29)씨는 “남들에 덩달아서 국적 불명의 데이를 챙기는 게 싫어 얼마 전 여자친구와 둘만의 기념일만 챙기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직장인 김준(52)씨도 “국경일도 제대로 모르는 아들이 실버데이에 은반지를 산다고 용돈을 달라고 해 기가 찼다”며 “어린 아이들이 업체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유행처럼 번지는 각종 데이와 이벤트성 사랑은 돈이라는 물질적 측면을 강조할 뿐”이라며 “타인의 시선과 외형적인 면에 집착하는 연애 풍토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 또 다른 ‘2월 14일’ |

밸런타인데이 아닌 V-day


여성단체 “性 재발견의 날로”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세계적 단체인 ‘V-day’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V-day로 정의한다. 여기서 V는 ‘Victory(성적주체로서의 여성), Valentine(밸런타인데이), Vagina(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2월 14일은 더 이상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성이 지닌 쾌락과 위험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새롭게 성찰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V-day는 매년 이날 여성의 성기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버자이나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를 공연하기도 한다.

기사원문보기


/ 김유석 인턴기자
uskimgood@naver.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