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사랑과 비밀
마네와 모리조, 연인과 가족 사이. 에두아르 마네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얼굴도 잘생긴 데다 늘 최신 유행에 맞는 옷을 걸쳤다. 마네는 여러 여인들의 마음을 울렸지만, 자신의 가족과 얽힌 여인 두 명 때문에 울었다.
Olympia 1863 년[전체 그림]확대
마네의 아내 수잔 렌호프는 마네의 아버지 오귀스트의 정부였다. 마네와 결혼하기 전 수잔은 사생아를 하나 낳았는데, 이 아이는 사실 오귀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로 맺힌 열매였다. 아버지의 여자를 아내로 삼다니, 믿기 힘든 일이지만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에서는 그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을 비밀리에 용인했다. 가족의 명예와 아버지의 위신을 위해 마네는 아버지의 정부와 결혼하고, 자신의 동생을 대자로 삼았다. 마네의 분노는 비밀로 갈등하는 듯한 부모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 ‘오귀스트 마네 부부의 초상’에 담겼다.
[전체 그림]확대
베르트 모리조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성이었다. 예술적 재능도 뛰어났다. 모리조는 20대 초반부터 화가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나갔다. 소개로 만난 모리조와 마네는 곧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모리조는 마네의 아내를 질투했고, 마네는 모리조의 매혹적인 자태를 화폭에 담았다. 항상 주위에서 둘을 지켜봤던 사람은 “마네가 유부남이 아니라면, 모리조와 마네가 결혼했을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부남과 미혼 여성의 관계가 어떻게 양지로 나갈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마네는 모리조에게 자신의 동생 외젠 마네와 결혼을 권했다. 모리조는 절박한 사랑의 차선책으로 연인의 동생과 결혼해 연인의 가족이 되는 길을 택했다. 당시 시대 분위기상 30살이 넘도록 여성이 독신상태를 유지하는 일도 버거웠을 것이다.
마네가 죽은 후 모리조는 마네의 사후전시회를 기획했고, 마네의 작품 몇 점을 사들이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모리조는 ‘눈부신 마네의 희미한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 남편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막상 남편이 죽자 죄의식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다. 자신의 체면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 택한 방패인 결혼은 모리조에게 묵직한 사슬이었고, 심지어 방패 두 개를 들어야 했던 마네도 평생 그 무게에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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