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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9. 11:31 연예와 문화
국내 인상학 박사 1호, 주선희 교수
얼굴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얼굴을 경영한다는 건 마음을 경영한다는 얘기예요.” 얼굴경영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선희 교수가 간결하게 답한다. 그로 말하자면 인상학이라는 장르를 처음 열어젖힌 주인공이자, 얼굴경영을 학문으로 체계화한 학자다. 더불어 얼굴경영을 바탕으로 남매를 훌륭히 길러낸 엄마다. 이 모든 것이 상대방의 얼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 주선희(51) 학과장과 인터뷰 약속이 있던 날, 아침부터 연신 거울을 들여다본다. 얼굴색이 너무 탁하지는 않은지, 전날 늦은 취침으로 푸석하지는 않은지, 눈빛이 풀리진 않았는지… 인상학자 주선희 교수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사뭇 긴장된다. 약속 장소에서 마주한 주선희 교수의 눈빛은 그런 속내라도 들킬까 싶을 만큼 강렬하다. 찰나에 상대방의 얼굴을 읽어내는 눈빛이 느껴진다. 그는 언제부터 사람의 얼굴을 조목조목 들여다보기 시작했을까?
나이 마흔에 들어선 인상학자의 길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배운 거 같아요.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께 배우셨겠죠. 할아버지께서 조선시대 관상감(천문지리학 등을 관할하던 관청)에 근무하셨거든요.”
조상때부터 이어진 인상학에 대한 조예는 아버지와 그를 거치면서 더욱 깊어졌다. 그의 아버지는 인상학을 바탕으로 6남1녀를 길러내셨는데, 특히 균형과 조화를 중시했단다. 한번은 아버지께서 뚱뚱한 형제에게는 천천히 걸으라 하고, 마른 그에겐 빨리 걸으라 해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몸집이 큰 사람이 빨리 걸으면 급한 일이 있는 듯 허둥대는 것처럼 보이고, 몸이 가벼운 사람이 천천히 걸으면 몸이 아파서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 답하셨단다.
각기 다른 7남매의 이목구비도 아버지의 육아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눈이 작은 오빠에겐 어디를 가든 꼭 행선지를 밝히라고 하셨지만, 제겐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죠.”
눈은 마음의 창으로 눈이 크면 감정이 풍부하여 표현을 잘하고, 작으면 표현을 잘 못 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 결국 눈이 작은 오빠에게 표현하는 법을 일찌감치 길러준 것이다. 주선희 교수는 이렇게 인상학을 직접 배우며 자랐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가 인상학자가 되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그의 전공은 교육학. 이후 논술과 발표력 지도로 유명세를 탔는데, 여기엔 어릴 적부터 배워온 인상학의 도움이 컸단다. 아이의 인상 속 기질을 파악해 그에 맞는 발표력을 키워준 덕이다. 아버지가 하신 것처럼 부족한 것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거두는, 균형과 조화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의 논술 강의는 곧 인상학 강의로 이어졌다. 한 기업 사보에 게재한 인상학 관련 글이 일파만파 퍼져 나간 것.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이 이어져 낮에는 인상학, 밤에는 논술 지도를 한 것도 수년. 결국 그는 인상학자로 나선다. 그의 나이 마흔 무렵의 일이다.
생긴 대로 산다? 사는 대로 생긴다!
그가 인상학자로 나선 걸 두고 운명이라 말하지는 말자. 오히려 그는 ‘복이 있게 생기면 끝까지 잘 산다’는 사람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이 길로 나섰단다. 관상학이 생긴 대로 사는 거라면, 인상학은 사는 대로 생긴다는 의미와 가깝다고. 자주 인상을 찡그리고 예민한 사람은 명궁(눈썹 사이. 인상학에서 복이 들어오는 자리로 일컫는 부위)에 주름이 파이는데, 그러면 행운이 왔다가도 문이 닫혀 들어가지 못한다고.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좋은 일이 생기더라는 이치다. 즉 좋은 인상으로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 역시 절체절명의 시기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한번은 운전을 하다가 백미러로 내 얼굴을 봤죠. 그런데 명궁에 주름이 생겼지 뭐예요. 사람들에게 많이 웃으라고 수없이 말하고 강의하면서 정작 인상을 쓴 거죠. 애들은 어리지, 강의는 해야지, 살림도 버겁지…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그날 이후 주 교수는 그 주름을 펴지 못하면 더 이상 인상학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다. 아이에게 화낼 일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칭찬을 하고, 스스로 많이 웃고 좋은 기운이 오도록 신경을 썼죠. 6개월 뒤 그는 지인에게 “성형했네~ 주사 맞았구나?”라는 얘기를 들었단다. 있던 주름이 감쪽같이 사라지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웃을 때마다 눈썹 끝이 들리면서 긍정적인 근육이 붙어 명궁의 주름이 싹 사라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용기를 내어 경희대학교 사회학 박사 과정에 돌입했다. 동서양의 인상을 사회학적으로 비교한 그의 논문은 인문사회 계열 최우수 논문상이라는 기록을 쌓았다. 이렇게 하여 2004년 8월 국내 인상(사회)학 박사 1호가 탄생했다. 같은 해 대학에 얼굴경영학을 개설하면서 얼굴경영을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그에게 ‘좋은 인상’란 반드시 갖춰야 할 사회적 책무다.

마흔… 이제 자신의 얼굴에 책임질 나이
그가 개설한 얼굴경영학 지망생을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성형외과 의사부터 치과 의사, 은행 지점장, 이미지메이킹 전문가 등 50퍼센트 이상이 학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들이다. 과연 그들이 다시 중년의 나이로 얼굴경영을 공부하려는 이유는 뭘까?

“흔히 인상이라고 하면 눈, 코, 입만 생각하지만 인상에는 그 사람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평소 기분은 어떤지, 자주 하는 습관은 무언지 알 수 있죠.”
실제 사람의 얼굴에는 근육이 64개 있는데, 찡그리고 웃고 화내고 슬퍼하면서 그 표정들이 얼굴에 자리 잡는단다. 마치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팔뚝이 좋아지듯, 인상에서 부족한 부분은 마음 성형으로 채워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인상을 결정하는 마음과 행동, 태도, 습관을 경영해야 한다는 것.


전공은 얼굴경영이지만, 학과목에는 인성 읽기, 사람의 기질 읽기, 몸의 제스처 표현 등 다양한 이론이 포함된다. 사귀고 싶은 상대의 기질과 속성을 파악해 그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다가가는, 그리하여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 바로 그것이 그 사람과 관계, 즉 얼굴경영의 의미다. 인상이 좋을수록 연봉이 높고, 판사가 내리는 형량도 인상이 좋을수록 낮다는 연구 결과도 얼굴경영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끝으로 그에게 좋은 인상이란 과연 어떤 얼굴을 뜻하는지 물어보았다.
“좋은 인상은 볼수록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거겠죠. 나를 이해해줄 것 같은 편안한 인상이오. 결국 좋은 인상을 가지는 것 자체가 능력인 셈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부터 예쁘게 성형해야 해요.”


마흔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던 링컨의 말처럼, 우리 모두 어느덧 자기 얼굴에 책임질 나이가 되었다. 과연 오늘 나는 어떤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한동안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에 뭐 묻었나 보지 말고 내 마음 경영, 내 마음 성형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라”던 그의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주선희 교수는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얼굴로 나이를 먹어가는 지 궁금하다면 지금의 사진과 10년 전의 사진을 비교해보라 권한다. 잘 웃는 사람은 긍정적 근육의 효과로 얼굴에 탄력이 더 붙지만, 자주 인상을 쓴다면 오히려 주름만 늘었을 터! 하지만 사진 속의 내 얼굴이 너무 늙었다고 우울해하지는 말자. 그의 말처럼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 아닌가. 아직 웃을 시간이 많다.


취재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사진 박경섭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