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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7. 19:37 구름에 달가듯

[중국 윈난,시간이 멈춘 원시속으로]

(下) 끝없이 펼쳐진 초원..여기가 샹그릴라다

▲ 중국 윈난성 리장과 샹그릴라를 잇는 국도변 언덕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이 곳곳에 들어서 나그네의 눈길을 잡아끈다. /사진=곽인찬기자

【윈난(중국)=곽인찬기자】 리장에서 샹그릴라로 가는 길은 험했다. 샹그릴라는 3000m급 고원으로 리장보다 1000m가량 높다. 양쯔강의 원류인 진사강(金沙江)을 따라 굽이굽이 뚫린 도로는 V자처럼 급강하한 뒤 급상승한다. 일행을 태운 소형 버스도 헉헉 숨을 몰아쉰다. 지난 며칠간 내린 비로 진사강은 누런 황톳물을 토해낼 듯 거칠다.

드디어 샹그릴라다. 거대한 산줄기 아래 지평선이 보일 만큼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다.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이 1933년 장편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이상향으로 묘사했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샹그릴라도 식후경. 장족(藏族) 식당에서 버섯탕으로 배를 채운다. 여기서도 고춧가루로 버무린 무 생채가 나온다. 수유차도 처음 맛본다. 달착지근하면서 짭짤한 게 좋다. 야크젖으로 만든 버터와 보이차를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 수유차는 주로 고기를 섭취하는 장족의 소화를 촉진시키고 비타민·미네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수유차 없는 장족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윈난과 티베트를 잇는 차마고도가 융성했던 것도 뿌리를 캐면 장족의 차 사랑에 닿아 있다. 차는 7세기 티베트를 통일한 송첸캄포왕(605년쯤∼649년)이 당나라 문성공주를 왕비로 맞아들일 때 따라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티베트 라싸에 포탈라궁이 있다면 샹그릴라에는 송찬림(松贊林·쑹짠린)사가 있다. 라마교 사원인 송찬림사는 흔히 '작은 포탈라궁'이라 부른다. 장족어로 쑹짠린은 하늘 3계의 세 신이 노는 땅이란 뜻이다. 대웅전 불상은 한국 어느 절에서도 본 불상보다 크고 화려하다. 사진 촬영도 금지돼 있다. 사실 윈난에서 본 불상들은 하나같이 휘황찬란하다. 사찰 건축 양식도 요란한 편이다. 절제의 미덕을 추구하는 한국식 절에 익숙한 이에겐 좀 생경하다.

샹그릴라에도 고성(古城)이 있다. 다리·리장에 비하면 작고 관광객이 뜸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등산점이 있는 걸 보니 히말라야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리라. 상점 간판 곳곳에 독극종(獨克宗)이란 단어가 보인다. 티베트어로 두커쭝으로 읽히는 독극종은 당나라 때 티베트 왕국이 이곳에 신천도독부를 두면서 세운 요새, 곧 샹그릴라 고성의 다른 이름이다. 두커쭝은 '달빛의 성'이란 뜻이다.

▲ 윈난성 샹그릴라에 있는 라마사원 송찬림사는 라싸의 포탈라 궁으로 본떠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린다. 장족어로 송찬림, 즉 쏭잔린은 하늘 3계의 세 신이 노는 땅이란 뜻이다.

사실 샹그릴라(香格里拉)라는 지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은 윈난성 디칭(迪慶) 장족자치주에 속하지만 원래 이곳은 티베트 땅이었다.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은 이곳을 윈난성에 포함시켰다. 그리곤 원래 중뎬(中甸)으로 부르던 이곳의 이름을 2001년 샹그릴라로 바꿨다. 그로부터 9년 만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샹그릴라로 부르고 있으니 선점 효과는 참 대단하다. 선점에서 밀린 티베트와 쓰촨(四川)성은 '샹그릴라'가 자기 땅에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는 진짜 샹그릴라가 히말라야 은둔국 부탄에 있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윈난성 샹그릴라도 과연 힐튼이 이상향으로 그린 '샹그릴라'답다. 해발 3266m의 납파해(納?海)는 비가 오면 호수, 건조할 땐 초원이 되는 수륙양용의 고원계절성 호수다. 워낙 넓어 호수에 바다 해(海)자를 붙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일망무제의 초원에 벌렁 누워본다. 야생화가 만발했다. 한국에선 설악산처럼 높고 깊은 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솜다리가 지천으로 피었다. 초원의 높이가 실감난다. 초원을 따라 듬성듬성 들어선 마을엔 집집마다 귀리 말리는 틀이 즐비하다. 꼭 강원도 황태덕장을 보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샹그릴라에서 왠지 모를 우수를 느낀 건 왜일까. 다리와 리장에서 느꼈던 들뜬 분위기를 여기선 찾기 힘들다. 동행한 한국학연구소의 박현 소장은 "샹그릴라의 겨울은 길고 춥다. 10월부터 3월까지 여섯 달 동안은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 이것이 샹그릴라의 진실"이라고 설명한다. 1년 내내 봄처럼 포근한 다리·리장과는 다르단 얘기다. 차마고도는 샹그릴라∼더친∼옌징을 거쳐 라싸로 길이 이어진다. 강과 산을 헤치고 나아가는 그 길은 목숨을 건 사투였다. 한여름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객의 눈에 비친 샹그릴라와 현실의 샹그릴라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초원과 평행으로 달리는 국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전통 옷을 차려입은 장족 아이들 대여섯명이 달려온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만국 공통 브이(V)질을 하면서 깔깔댄다. 티없이 맑은 그 모습에 금세 여행자의 마음까지 환해진다.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온다. 리장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리장공항에서 쿤밍까지 비행기를 탈 작정이다. 리장으로 돌아가는 길, 멀리 합파설산(哈巴雪山)이 슬쩍 모습을 드러내고 언덕엔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과 계단식 논밭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합파설산과 옥룡설산 사이 협곡이 저 유명한 호도협(虎跳峽)이다. 호랑이가 훌쩍 뛰어넘을 만큼 강폭이 좁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믿거나 말거나 호도협은 사나운 굉음에 귀가 멍해질 수도 있다니 조심할 일이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로 스구전(石鼓鎭)에 들른다. 바로 홍군장정도강(紅軍長征渡江) 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국공 내전 때 나시족이 홍군 편에 서서 싸운 것을 칭송하기 위해 세웠다. 눈을 들면 장강(長江) 제1만이 드넓게 펼쳐진다. 중국 근대사의 한 장면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갔던 윈난 여정을 여기서 접으려니 아쉽기만 하다. 한바탕 꿈을 꾼 듯 몽롱하다. 이튿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하고서야 퍼뜩 꿈에서 깨어났다.

파이낸셜뉴스

/paul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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