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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7. 22:13 마음의 등불

[시가 있는 아침] 물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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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 박영근(1958~2006)

밤 두시나 세시

한밤중 골목길을 홀로 걷는데

맨 홀의 캄캄한 구멍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하수도 속을 흘러가는

물소리

형체도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어두움을 벗고

제 몸마저 벗고

생의 어디쯤에서 나의 사랑도

썩을 대로 썩어

온갖 수사와 비유를 벗고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세상의 캄캄한 구멍을

울릴 수 있을까

간절하게 나를 부를 수 있을까

(하략)



그 소리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밤 두시나 세시’ 홀로 흐르는 ‘하수구의 물소리, 썩을 대로 썩은 그것. 고단한 그것.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간절함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간절함에 자기의 얼굴을 비빈다.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세상의 캄캄한’것들을. ‘온갖 수사와 비유’의 장신구들을 벗은 그것에. 아마 그래서 그는 이 고단한 세상을 일찍 떠났을 것이다.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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