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그는 '얼굴없는 천사 집배원'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1-02-19 03:09 최종수정 2011-02-19 03:55
![]() "'얼굴 없는 천사 집배원' 아저씨를 꼭 좀 찾아주세요." 지난해 3월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에 한 초등학생이 글을 올렸다. "얼마 전 학교에서 뜻하지 않게 장학금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 학교 선배인 집배원이 준 것이라고 들었는데, 내년에 제가 졸업하는 모습을 꼭 봐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충남 공주시 우성면 귀산초등학교 6학년 노선주(13)양의 사연이었다. 주인공을 찾아나선 우정사업본부 등을 통해 선주양의 이런 바람을 알게 된 공주우체국 집배원 노보섭(47)씨는 지난 1년간 고민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8년째 익명으로 매년 20만원씩의 장학금을 보낸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창피할 정도로 적은 액수라 아이들 앞에 나서기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주양이 보고 싶었다. 노씨는 결국 지난 17일 귀산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선주양과 만났다. 분홍색 꽃다발을 든 그는 "네가 선주구나? 만나서 정말 반갑고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서투른 인사를 건넸다. 선주양은 말없이 전날 밤 천사 집배원에게 쓴 편지를 건넸다. 하얀색 편지지에 삐뚤빼뚤 쓴 글씨는 "아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저였다면 그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못 쓰고 제가 다 쓸 것 같거든요. 아저씨 덕분에 '아, 나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사는 멋진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어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는 노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송원 기자 lssw@chosun.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블로그와 뉴스의 만남 블로그뉴스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 (0) | 2011.02.27 |
---|---|
물빛 그리움에 사무치다 - 전북 임실 (4) | 2011.02.21 |
우는 남자들이 끌리는 이유… (2) | 2011.02.15 |
사람은 사람과 살 때 행복하다 (0) | 2011.02.05 |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0) | 2011.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