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5. 08:23
영화와 스토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감독 : 하워드 혹스
출연 : 제인 러셀, 마릴린 먼로, 찰스 코번, 엘리엇 레이드
로렐라이 리는 돈에 환장한 나머지 여자는 돈많은 남자를 만나야 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쇼걸이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파트너인 도로시는 반대로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영리하며 눈치가 빠르다. 로렐라이는 자신에게 푹 빠진 부잣집 아들 에스먼드와 파리에서 결혼하기 위해 유람선을 탄다. 도로시도 그녀와 동행하는데, 에스먼드의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 상대가 어떤 여자인지 살펴보기 위해 사립탐정인 말론을 보낸다. 에스먼드가 없는 상태에서 유람선 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로렐라이와 도로시에게 눈길을 주고, 남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광산 소유주인 피기 비크먼도 로렐라이에게 푹 빠진다. 로렐라이는 피기 비크먼의 아내가 가지고 있는 티아라 다이아몬드관에 눈독을 들인 나머지 비크먼에게 꼬리를 치고, 로렐라이와 도로시에게 접근한 말론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로렐라이는 티아라 다이아몬드관을 가로채는데 성공하지만 그 관이 그녀와 도로시를 곤경에 빠뜨린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는 하워드 혹스가 만든 이상한 뮤지컬이다. 로렐라이 리는 돈과 다이아몬드에 환장한 쇼걸인데, 그 백치미가 보는 사람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배에 머무르는 운동선수 한 명과 로렐라이가 나누는 대화 한 토막.
Olympic athlete : Hi. Remember me?
Lorelei Lee : Yes. You're one of the Olympic athletes.
Olympic athlete : I'm the only 4-letter man on the team.
Lorelei Lee : You should be ashamed to admit it. No, don't say another word. No, don't say another word.
이 대화가 무슨 말인지 자막에 의거해서 해석하자면 이렇다. 운동선수와 로렐라이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운동선수는 자신이 팀의 주장이라고 로렐라이에게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로렐라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뭘 주장하시려는 거냐고 묻는다. 로렐라이가 비크먼 부인의 티아라 다이아몬드관을 머리에 써보고는 다이아몬드를 걸칠 수 있는 데를 한군데 더 알았다고 감탄하는 장면에서도 그녀의 백치미가 관객을 압도한다.그런 백치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로렐라이의 속물근성인데, 로렐라이는 앞서 말했듯 돈과 다이아몬드에 눈이 먼 사람이고 하워드 혹스는 그녀의 그런 면모를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령피기가 다이아몬드 광산의 소유주라는 것을 알게 된 로렐라이의 눈에 피기의 얼굴과 다이아몬드가 겹쳐 보이는 식이다. 조금만 영리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욕심을 적당히 포장할 수 있을 텐데백치미 넘치는천진난만한 로렐라이는 절대 그렇게 하지않고, 결국 그런 욕심이 그녀를 위기에 빠뜨린다. 피기를 구슬러서 티아라를 가로챈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의 부인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한 것. 보험회사에서는 로렐라이가 티아라를 돌려줄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를 해 버린다.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욕심내지 말지어다. 결국 영리한 도로시가 로렐라이인척 하고 프랑스 법정에 출두하여 법정을 무대로 대소동을 일으키는데, 이 장면은 제인 러셀의 마릴린 먼로 패러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정녕 놀라운 것은, 로렐라이가 자신 앞에 있는 근본적인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식에 있다. 로렐라이는 결국 에스먼드의 아버지와 마주치게 된다.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묻는 그에게 로렐라이는 대답한다. 돈 많은 남자는 예쁜 여자와 비슷하다. 남자는 여자가 예뻐서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결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딸이 있다면 당신은 딸을 가난한 사람에게 시집보내겠느냐? 왜 나는 그런 당연한 걸 원하면 안 되느냐. 이 물음에 에스먼드의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하고 결국 로렐라이와 아들의 결혼을 허용하게 된다. 즉 로렐라이는 자신의 속물근성을 당당하게 밝힘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것은 로렐라이라는 인물 특유의 천진난만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욕망을 긍정함으로써 사회의 도덕관을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대부분에서 백치같았던 로렐라이가 자기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는 윤리적인 면에서 굉장히 현대적이고(너무 현대적이어서 당혹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이게 아마 칙릿의 원조?), 여성주의적인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자신이 된장녀임을 인정함으로써 된장녀를 비난하는 시선을 돌파하기?). 어떤 시네토크에서 누군가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마지막 장면인 두 쌍의 결혼식은 마치 여자와 여자의 결혼식처럼 보인다는 말을 했는데, 그건 절대 빈말이 아니다. 그 장면에서 남자 두 사람은 프레임 아웃되어있고, 여자 두 사람만화면 중앙에서 카메라에 잡혀 있다. 여자와 여자의 결혼식같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결혼식의 주인공은 로렐라이와 도로시 콤비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로렐라이가 에스먼드의 돈을 따라 결혼했을 뿐인데도 그녀는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않는다.
오프닝의 노래. 우리는 리틀락에서 온 두 미녀, 키가 작든 크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어요. 부자면 돼요.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가장 좋은 친구랍니다.
출처:http://flyingpink.tistory.com/476 산으로가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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