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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 비밀코드 <1> 설문조사에 비친 부산사람

bluewaves 2011. 1. 3. 15:16

부산사람 비밀코드 <1> 설문조사에 비친 부산사람

"부산생활 만족" 50% 겨우 넘겨… '정 많고 순박함' 장점 꼽아

- 삶에 만족 못하는 이유… 수도권보다 뒤처진 생활수준, 교육·문화인프라 부족 등 꼽아
- 소득 높을수록 만족 떨어져

- 자이언츠가 부산대표 이미지? 76%가 "그렇다" 대답
- "'친구'가 부산대표 영화인가"…절반이 "그렇지 않다" 평가, 폭력성에 대한 거부감인 듯

■생활 만족도 "글쎄요"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하고 정이 많은 반면, 거칠고 조급한 기질을 갖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 보면 이러한 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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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51.7%), '아니다'(48.1%), '모르겠다'(0.2%). 만족도가 가까스로 50%를 넘기고 있지만, 아닌 경우도 결코 만만치 않다. 지금 부산에서의 삶이 크게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지역사회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수도권에 비해 생활 수준이 뒤처져서'(19.8%), '교육·문화 인프라가 부족해서'(18.2%), '도시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아서'(9.3%) 순으로 나타났다. 열거한 이유 '모두 해당된다'고 답한 경우도 무려 50.0%에 달했다. 이 밖에도 '지방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젊은 층이 없어서' '치안이 불안해서' '일자리가 부족해서' '빈민층이 많아서' 등의 대답도 나왔다.

만족한다고 말한 시민들은 '자연경관 등 생활환경이 좋아서'(50.0%)라는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어울려 사는 이웃이 좋고 정겨워서'(12.3%), '집값을 포함한 물가가 전반적으로 싸서'(10.5%)가 뒤를 이었다.

생활 만족도는 중졸 이하 저학력층의 만족 비율이 57.9%로 높은 반면, 고졸자 이상의 비율은 52.7%로 낮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만족 비율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생활 만족 여부와 부산사람의 부정적 기질을 교차분석해 보니 다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부산사람의 기질을 '거칠다' '조급하다' '좋은 게 좋다' 순으로 답한 응답자의 경우, 부산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은 반면, '철저하지 못하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고 답한 경우 불만족 비율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사람 공동연구팀은 "여기서도 부분적으로 '부산병적 징후'를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순박하고 정이 많다"

물론 부산사람들의 장점도 많다. 긍정적 기질을 묻자 '순박하고 정이 많다'(31.5%), '단순, 솔직하다'(25.3%), '의리가 있다'(19.3%), '타인을 배려한다'(15.2%), '뒤끝이 없다'(6.1%) 순으로 답변(복수응답 허용)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의리'를 더 강조하였고, 성별 관계없이 '순박하고 정이 많다'를 가장 높게, '타인 배려'를 가장 낮게 평가했다. 학력별로 보면 중졸 이하 저학력군에서는 '순박하고 정이 많다'를, 대학생 이상 고학력군에서는 '단순하고 솔직하다'를 더 높게 평가했다. 출신지(원적지) 별로는 충청권과 기타지역(제주,이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순박하고 정이 많다' '단순하고 솔직하다' 순으로 높게 평가한 반면, 강원도 출신자들은 '단순하고 솔직하다'보다는 '의리가 있다' '뒤끝이 없다'에 더 비중을 두었다.

■롯데자이언츠와 부산 이미지

롯데자이언츠에 대해 시민들은 두 가지 감정을 표출했다. 먼저, '부산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76.2%)는 대답이 많았다. 그 이유로는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어서'(42%), '다들 그렇게 생각해서'(34%), '그냥 무조건 좋아서'(17%)라고 답했다. '롯데가 야구 자체를 잘하는 팀이어서'라는 답은 4%에 그쳤다.

롯데자이언츠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민들은 그 이유로, '롯데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부산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 생각해서'(33%)를 가장 많이 꼽았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롯데가 부산을 대표하는 것 같지 않아서'(28%), '롯데라는 기업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13%), '롯데가 야구를 잘 못해서'(7%) 순서로 대답했다. 롯데자이언츠의 응원문화에 대해서는 '보기 좋고 기회가 되면 참여하겠다'(68.8%)는 대답이 가장 높았으나, '너무 지나쳐 부담 된다'(18.3%)거나 '필요 이상의 지나친 응원'(9.7%)이란 의견도 가볍지 않았다.

'부산에 롯데가 아닌 또 다른 야구단이 생겨도 롯데를 계속 응원하겠느냐'는 질문에는 56.7%가 '그렇다'고 했고, 29%는 '잘 모르겠다' 14.3%는 '타구단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친구' 마냥 좋아할 수 없어

지난 2001년 개봉돼 800만 관객을 모은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 대해서는 의외로 냉랭한 평가가 내려졌다. '친구'가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은 편'(31.4%), '전혀 그렇지 않다'(17.6%)가 절반에 육박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조폭 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풀이된다.

'친구'가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라고 보는 요인에 대해서는 '사투리나 배경 등에 부산 정서가 배어 있어서'(66.3%)란 답이 가장 많았고, '친구 간의 의리를 강조하는 내용이어서'(18.1%)가 뒤를 이었다. '친구'가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 이미지냐는 물음엔 학력이 높아질수록 대표성에 대한 부정적 응답 비율이 높았고, 30~40대가 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대의 경우 대표성을 긍정하는 응답 비율이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라대 유영달(가족·노인복지학) 교수는 "조사에서 드러나듯 부산사람의 성향과 기질, 정체성이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부산병의 진단, 치유 방안도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설문조사 이끈 차재권 교수

- "예상밖 적극적 답변에 '깜짝'… 부산에 대한 편견 깨져"

처음 '부산사람 비밀코드'란 공동기획안을 접했을 때 기획 의도에 맞춰 설문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약간의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었다. 도대체 '부산 사람'이란 꼬리표를 달 수 있는 색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평소 '롯데 야구'라면 사족을 못 쓰고 영화 '친구'라면 지금도 몇몇 대사를 거뜬히 외우는 나였지만, 그런 단어들을 통해 어떻게 '부산'과 '부산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한단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모든 조사를 마치고 보고서를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그런 의문과 염려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실소하게 된다.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조사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선거 관련 설문조사에 비해 훨씬 길고 까다로운 설문임에도 대부분 끝까지 충실히 답변을 이어갔다. 일부 고령층 응답자들은 설문 중간 중간에 '부산'과 '부산 사람'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물론 문제의식으로 설정한 '부산병'과 관련된 부산의 정체성 문제와 지역 현안 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의견을 숨김없이 표출했다. 이 바람에 20분 넘도록 조사원이 거꾸로 고문(?)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부산 사람들만큼은 '롯데 야구'나 영화 '친구' 하면 고향인 부산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의 근거 없는 편견은 무참히 깨어져야 했다. '롯데'는 '롯데'이고 부산은 부산이다, 조폭이 주름잡는 영화 '친구' 하나로 부산을 재단하지 마라 등등…. 시민들이 쏟아낸 거칠고 직접적인 반응들은 오늘날 부산의 현주소라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느낌과 견해를 생생하게 접하며 그들의 지역에 대한 불만과 바람, 애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던 색다른 설문조사 경험이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부산시민 의식조사는 국제신문과 신라대 부산학센터, 동의대 선거정치연구소가 공동기획했다.

설문조사는 20세 이상 부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7~19일 무작위 표본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로 이뤄졌다. 성별로는 남자가 484명, 여자가 516명, 학력은 고졸 이하가 469명, 대재 이상이 530명이었다. 거주연수는 30년 이상이 627명(62.7%)으로 가장 많았고, 10~30년 351명, 10년 미만이 22명이었다. 응답률은 2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부산사람 공동연구팀

▶김영일(팀장·신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부산학센터 소장) ▶구모룡(한국해양대 교수·문학평론가) ▶유영달(신라대 가족·노인복지학과 교수) ▶김용규(부산대 영문과 교수) ▶차재권(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선거정치연구소장)


〈 공동기획 〉신라대 부산학센터, 동의대 선거정치연구소, 국제신문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입력: 2011.01.02 20:35/수정: 2011.01.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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