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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6. 21:51 와인의 향기
【조정용의 와인투자】와인 보관방법 따라 몸값 천차만별
포장 김치 한 포기의 값이 어디서나 같은 것처럼 와인 한 병 역시 가격이 같아야 하겠지만, 와인 중에는 그 값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게 있다. 값의 차이는 그 맛과 향의 깊이가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며, 그 다름을 체험하려는 시음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치의 맛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보자. 땅 속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방금 꺼낸 김치는 맛이 살아있다. 김치의 발효와 숙성을 이상적으로 도모할 수 있어 그 맛에서 생기를 느낀다. 아삭거리며 특유의 매운 맛에서 감칠 맛을 느끼는 한마디로 할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와인의 경우는 어디서 저장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저장의 조건을 살피는 일이다. 투자용으로 마련되는 와인은 상당 기간 동안 한 곳에서 저장되기도 하고, 소유자의 손 바뀜으로 인해 움직임이 많을 수도 있다. 같은 빈티지를 지닌 동일한 와인이더라도 과거 소유자가 한 명인지 아니면 여러 명인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와인의 인생을 설명한다고 할까.

그 와인이 어떠한 소장 기록을 지녔는지에 따라 저장 조건이 결정된다. 이러한 소장 기록을 프로버넌스(provenance)라고 한다. 미술품에서도 역시 소장기록이 중요하다. 확실한 소장 기록은 작품이 진품임을 보증하는 수표와도 같다.

20세기 최고의 와인으로, 죽기 전에 꼭 마셔볼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무통 로쉴드 1945 빈티지가 한 병 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다다르던 해의 벌판에서 잉태되었다. 전쟁터로 떠밀려간 농부들은 포도밭을 멀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인적이 드문 땅에 하늘의 자비가 불어 닥쳤다. 포도 한 송이 한 송이가 다 잘 익었다. 포도 한 알 한 알까지도 완벽하게 익었다. 일손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튼실하게 여문 포도 송이를 따 내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빈티지였다. 엄청난 포도 알들이 모두 다 완숙했기에 최고급 품질의 와인이 다량 양조된 것이다.

무통 로쉴드 1945 한 병의 가격은 대략 1만 달러다. 하지만 소장 기록이 파악되면서 이동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라면 이보다 휠씬 가격이 높다. 2007년 2월 말에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무통 로쉴드 1945는 무려 31만 달러가 넘었다. 물론 이 한 병에는 4.5리터가 들어있어서 일반 병으로 보면 6병짜리다.

병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만 달러를 상회한다.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싸게 거래되었을까. 해답은 신뢰할만한 소장기록에 있다. 가짜 와인이 활개를 치는 고급 와인 시장에서 염려를 단번에 날릴 만큼 투명한 소장기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매 와인을 위탁한 이는 다름아닌 양조장의 주인이었다. 샤토 무통 로쉴드의 여주인이 그 주인공이다. 와인을 만들고 난 직후 지하 저장고에서 60년 이상을 잠자코 누워있던 와인이다. 소장기록도 분명하고, 저장 조건도 완벽했으며, 오래된 코르크까지 갈아 끼워 품질을 확실하게 보증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뉴욕에서 벌어진 애커 경매회사의 출품와인은 전부가 다 한 사람의 셀러에서 나왔다. 소장자 이름과 와인 애호 경험까지 소상하게 기록된 책자를 발간하며 소장기록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었다.

[출처: 헤럴드경제/와인.푸드]

posted by bluewa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