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유물
초식동물이 인류진화 기반 조성
bluewaves
2012. 5. 29. 09:32
<과학> 초식동물이 인류진화 기반 조성
(서울=연합뉴스) 인류의 요람이 된 초원 지대가 형성된 과정이 고대 동물들의 치아 화석을 통해 드러났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4일 보도했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진은 코끼리와 코뿔소, 하마, 소, 돼지 등 오늘날 초식동물들의 조상이 풀을 뜯어 먹으면서 인류의 진화가 가능한 초지 환경이 조성됐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의 육지 면적 가운데 20% 이상이 초지로 덮여 있지만 아프리카의 사바나가 등장한 것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니드(사람과<科>동물: 사람,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을 포함하는 영장류)가 등장하기 직전이었다.
연구진은 "C4 초지에는 전세계 식물 종의 1% 미만이 서식하지만 지구상의 바이오매스 총량 중 30%를 차지한다. 인간은 C4형 식물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어떻게 새로운 유형의 식물에 적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 유인원들이 살았던 케냐의 3개 지역에서 수집한 452종의 초식동물 치아 화석을 분석했다.
C3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가장 가벼운 탄소-12 동위원소를 선호하지만 C4 식물은 탄소-12와 이보다 무거운 탄소-13을 함께 사용한다.
어떤 먹이를 먹느냐에 따라 동물들은 체내에 특정 탄소 동위원소를 축적하는데, 연구진은 바로 치아 화석에 축적된 이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고 발견된 지층의 연대를 추적함으로써 지난 1천만년전부터 300만년 전 사이에 이들이 언제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를 밝혀냈다.
그 결과 온난기 식물로 먹이를 전환한 최초의 동물은 약 990만년 전 얼룩말의 조상이었고 그다음은 960만년 전 일부 코뿔소의 조상과 가젤, 윌더비스트(뿔이 휜 큰 영양), 아프리카 물소 등 솟과 동물이었다.
초식 생활은 약 740만년 전 코끼리의 조상에게 퍼졌고 이들은 약 100만년 전까지 계속 초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아프리카와 아시아 코끼리들은 대부분 C3 식물을 먹이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하마는 훨씬 나중에야 풀을 먹게 됐으며 덤불멧돼지, 흑멧돼지의 조상인 멧돼지과(suidae) 동물 역시 그랬다. 반면 높은 곳의 나뭇잎을 먹도록 태어난 기린들은 나무와 관목 숲을 떠나지 않았다.
C4 식물을 처음 먹은 초식동물은 나뭇잎을 찢기 쉬운 긴 치아를 갖고 있었으며 덕분에 거친 풀잎들은 먹혀 없어지지 않은 채 시간을 벌었다. C4 식물은 C3 식물보다 섬유질은 많고 영양가는 떨어지지만 점점 풀이 흔해지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동물들에게는 새로운 먹잇감이 된 것이다.
연구진은 동아프리카에 광범위한 초지가 등장한 420만년 전 이전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소화하기 힘든 C4 식물이 지구 생태계에서 이처럼 중요성을 띠게 된 원인은 아직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초지가 오늘날 동아프리카에서처럼 중요한 생태계가 된 것은 불과 지난 100만년 사이이지만 420만년 전 이전에도 이미 동물들은 C4 식물을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전지구적, 혹은 국지적인 기후 변화가 숲이 초지로, 혹은 반대로 바뀌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변화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났다면 심한 경우 동물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주하거나 멸종했을 것이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동물들은 먹이를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늘날 화석 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C3 식물이 점점 유리하게 돼 가고 있다면서 이 모든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식물학자들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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