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bluewaves
2010. 7. 25. 16:02
+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 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김종해·시인,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