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이야기
`가을엔 선경(仙境)에서 신선(神仙) 한번 돼보세요`
bluewaves
2010. 9. 13. 08:24
"가을엔 선경(仙境)에서 신선(神仙) 한번 돼보세요"
[알림]신선학교(교장 김성환) 제3기 참가 안내
기사입력 2010-08-31 오후 4:16:2
온 산천이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10월 말에, 백두대간 가운데서 날개 펴는 학의 기상이라 '청학산(靑鶴山)'으로 불린 오대산과 내린천 원시림 미산계곡에서 제3기 신선학교(교장 김성환. 군산대 교수)를 엽니다. 늘 그렇듯이, 신선학교의 공부 주제는 〈신선놀음: 風流〉입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신선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세속을 초월해 아득한 선경(仙境)에서 영생의 약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유유자적 노닙니다.
그이가 곧 신선(神仙)입니다. 불교와 유교가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신선은 이 땅의 어른이었고 우리 문화의 진정한 주인공이었습니다.
고조선 단군의 다른 이름이 선인(仙人) 왕검이었고, 고구려의 주몽은 용의 머리를 발로 딛고 홀연히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명산대천에서 대자연과 한 몸이 되어 천지의 기운을 호흡하고 신명을 밝혔으니, 이를 <풍류(風流: 바람타기)>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선도(仙道)와 풍류가 있다면 중국에는 도교가 있습니다. 이는 모두 고대 동이(東夷)문화에서 발원했습니다. 중국 작가 노신(魯迅)도 "중국의 뿌리는 죄다 도교에 있다"고 했지만, 신선문화는 단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신선학교에서 잊혀진 옛 신선문화를 찾아 다시 <바람타기>를 하는 풍류의 길에 나섭니다. 우선 이 땅의 명산대천에 들어 옛 신선의 자취와 숨결을 느끼고, 신선의 수련과 놀이로 현대 물질문명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쉼표를 찍읍시다.
김성환 교장선생님은 덧붙여 이렇게 얘기합니다.
"속도와 효율의 복음이 누항에 가득하고 승자독식의 경쟁이 지고의 가치로 숭배되는 시대에 신선놀음이라니, 참 생뚱맞은 공부다 싶습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약탈로 곳곳이 아픈 지구가 신음하고, 기상이변과 자연재앙이 속출하고, 도처에서 분규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과 폭력에 시달리는데 신선놀음이라니, 어떤 이는 너무 한가한 놀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끝없는 탐욕과 소비욕구에 찌들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쫓는 황금만능시대의 인간을 치유할 묘약(妙藥)이 신선놀음에 있는 것을."
지난 5월 민족의 영산 두류방장(頭流方丈)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운을 받고 거문고 신선 옥보고 선생의 얼이 깃든 운상원(雲上院)에서 신선놀음으로 문을 연 신선학교는 지난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간 제2기 행사로 중국 북방 도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서안(西安) 종남산(終南山)과 화산(華山) 일대를 순례한 바 있습니다.
10월 23-24일 신선학교 제3기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23일(토요일)>
아침 7시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여행사 경기76아 9111호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너무 화려하지 않은 단정한 색상의 가벼운 의복, 산행에 대비한 신발, 세면도구 등을 준비합니다. 정오 전까지 오대산으로 이동합니다. 가을 단풍관광의 절정기라 교통체증이 예상되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먹습니다. 이동 중 차 안에서 김성환 교장선생님이 신선놀음과 풍류에 관한 <신담선화(神談仙話)>를 진행합니다.
월정사 앞동네에 도착하는 대로 오대산 산채 선식(仙食)을 점식으로 먹습니다.
<백두대간 오대산 기운맞이>
점심식사 후 오후 4시 무렵까지 오대산을 오르내리며 <백두대간 기운맞이>를 합니다. 상원사까지 버스로 이동해,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상원사-사자암(30분)-적멸보궁(10분)-비로봉(60분) 구간을 다녀옵니다(산행이 어려운 분은 사자암이나 적멸보궁에서 쉽니다). 백두대간의 중앙에서 학이 날개를 펴는 형상이라고 해서 일명 '청학산(靑鶴山)'으로 불린 오대산은 태백산-설악산-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옛 화랑의 풍류 순례길에서 중요한 수련장이었습니다. 특히 오대산 적멸보궁은 예로부터 음중양(陰中陽)의 지기(地氣)가 샘물처럼 용출하는 <생기처(生氣處)>로 유명합니다.
적멸보궁의 정기(精氣)를 담고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毘盧峰: 1,563m)에 오릅니다. 그곳에 올라서면 비로봉과 호령봉(虎嶺峰:1,531m)·상왕봉(上王峰:1,491m)·두로봉(頭老峰:1,422m)·동대산(東臺山:1,434m)의 다섯 봉우리가 가을단풍에 물들어 붉은 연꽃으로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백두대간의 기운을 심신에 충전하는 수련을 합니다. 하산 길에 시간이 허락하면 월정사를 잠시 둘러보고 오후 4시에 개인산방으로 출발합니다.
<개인산(開仁山) 미산계곡 개인산방>
오후 5시 30분 무렵 <미산계곡 개인산방(開仁山房)>에 도착합니다. 개인산방은 개인약수로 유명한 개인산(1341m) 자락의 내린천변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풍광은 가히 국보급의 명승(名勝)입니다. 미산 신남휴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가꾼 공간이며, 약 5년간 더불어숲학교가 열렸던 곳으로 그 절경이 널리 알려졌는데 당시 더불어숲학교(교장 신영복)는 이곳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비경 내린천,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미산계곡의 절정에 '개인산방'이 있습니다. 장엄한 암벽과 소나무, 개울이 어우러져 실경산수화를 재현하고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는 '비조불통(飛鳥不通)' 계곡의 원시미(原始美)가 압도하는 그 곳에 조그만 학교를 세웠습니다. 대자연의 깊고 아늑한 품에서 휴식하며 우리의 삶과 영혼을 문화로 살찌우는 뜻 깊은 주말, 미산의 푸른 교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여정을 푼 뒤, 단풍에 물든 미산계곡이 석양에 불타는 황홀한 가을 선경(仙境) 속을 노닐다가 7시 30분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공부하러 모여 앉습니다.
<강의와 풍류>
저녁 7시30분부터 8시50분까지 김성환 교장선생님이 동아시아의 신선문화와 수련법 등에 대해 강의하고 토론합니다.
저녁 9시부터 10시30분까지 교장선생님의 지도로 선도(仙道)수련을 공부하고 율려(律呂)가 있는 신선놀음을 진행합니다.(공부 일정은 당일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신선학교 공부에는 늘 깜짝 놀랄만한 게스트들이 자리를 빛내주고 계십니다. 제3기 신선학교에는 어떤 분이 함께 해주실지 참 궁금하네요~^^>
여기서 잠깐, 1기와 2기 때의 모습을 돌아볼까요.
◇ 신선학교 제1기에는 거문고의 김무길 명인님과 판소리의 박양덕 명창님, 고려대학교 심우경 교수님,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커크우드(N. Kirkwood) 교수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 중국으로 떠난 신선학교 제2기에는 세계금선학회(世界金鮮學會) 최병주 회장이 동행해주셨고, 숭산(嵩山)과 화산(華山), 서안(西安), 북경(北京)을 돌며 중국도교협회 임법융(任法融) 회장님을 비롯한 중국도교 지도자들로부터 국빈(國賓?)급의 융숭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10월 24일(일요일)>
<기상 및 아침공부>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자리를 정돈하고,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1시간 정도에 걸쳐 개인산(開仁山) 미산계곡의 신선한 아침기운을 운공조식(運功調息)하는 아침수련을 합니다.
7시30분에서 9시까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10시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와 대화 시간을 가집니다.
<미산소요(美山逍遙) 신선놀음>
10시부터 12시까지 내린천 상류의 원시림에서 소요(逍遙)하는 <미산계곡 즐기기> 신선놀음을 합니다.
<하교와 귀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서울로 출발합니다. 오후 5시 경 서울에 도착합니다.
<규칙과 재계(齋戒)>
신선학교의 공부는 다음 세 가지 규칙에 따릅니다.
첫째, 천지의 기운을 호흡하며 논다.
둘째, 술 없이 맑은 정신에서 논다.
셋째, 산에 오르고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선악(仙樂)·선무(仙舞)의 율려(律呂), 그리고 제의를 병행합니다.
공부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늦어도 3일 전부터 아래의 5가지 재계(齋戒)를 꼭 지켜야 합니다. (재계는 중요한 행사나 일을 앞두고 심신을 깨끗이 하고 근신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첫째, 술과 담배를 끊거나 자제한다.
둘째, 채식과 소식 위주로 식사를 조절한다.
셋째, 가까운 등산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기초체력을 기른다.
넷째,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내고 반성한다.
다섯째, 소란하고 번잡한 환경을 멀리하고 맑고 담백하게 지낸다.
규칙과 재계는 공부의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전제입니다. 신선놀음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서 평소의 삶과 아주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놀이의 세계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일상과 분리된 나름의 절대적이고 고유한 질서가 지배합니다. 규칙과 재계는 이런 놀이질서를 지키는데 필요합니다. 만약 놀이질서가 파괴되면 그 순간 놀이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예컨대, 아이들의 학교놀이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모델(role model)이 무너지면 그 순간 학교놀이가 끝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신선놀음의 참여자들은 놀이에서 단지 신선의 '흉내 내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신선학교로 출발하는 버스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당신은 신선이고, 그 순간 이미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다른 차원의 존재여야 합니다. 그것이 단지 '놀이'라는 생각조차 물리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규칙과 재계는 당신이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신선놀음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하지만 신선놀음에서 '신선'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고, 신선놀음의 방해자도 나 자신입니다.
신선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 식수, 윈드자켓,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 개인용 깔개, 자외선 차단제, 헤드랜턴(손전등), 세면도구(수건 포함), 필기도구 등(기본 비상약은 준비됨)
신선학교 제3기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와 다과, 강의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050-5609-5609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이메일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선선학교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를 위해 학교 자료를 소개합니다>
<일과 놀이>
현대사회에서 일은 놀이와 극적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일하고 노는 장소가 나뉘었고, 일과 놀이의 시간이 구분되었습니다. 이런 분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오직 '일'만이 가치 있고 중요하고 쓸모 있으며, '놀이'는 무가치하고 하찮고 쓸모없고 심지어 위험한 시간낭비라고까지 여깁니다. 효율과 경쟁을 숭배하는 시장만능의 복음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한순간도 일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강제성이 있고 고통이 따르지만, 물질적 보상이 대가로 주어지므로 사람들은 기꺼이 일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일이 되는 즉시 인간을 소외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의 작동원리와 정반대인 활동이 있습니다. 곧 놀이입니다. 놀이는 일과 달리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행해지며,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일상의 어떤 활동도 놀이로 뒤바꾸는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이가 만약 일이 된다면, 어느 아이도 그 놀이를 더 이상 즐기려 들지 않을 겁니다.
인간은 본래 <노는 존재(homo ludens)>입니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원초부터 놀이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상은 일터이기 전에 먼저 놀이터였습니다. 인간은 이 놀이터에서 영적 신성을 체험했고, 학문과 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정치와 경제까지 아우르는 일체의 문화를 창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일하는 인간들은 놀이의 그 풍성한 결실들을 죄다 파괴하고 말았습니다. 황금만능의 물신주의에 찌든 각박한 시선으로 놀이를 삶에서 추방했고, 학문과 예술과 스포츠를 승자독식의 장터로 내몰았습니다. 종교를 낳은 놀이의 영성은 배금주의의 복마전이 된 신전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건강을 위한 운동조차 일처럼 합니다. 체중 감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정해 놓고 마치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듯 러닝머신을 달립니다. 공부 또한 더 이상 배움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학벌이나 취업을 보상으로 얻으려는 고단한 경주마의 질주, 인력시장에서 자신을 더 값나가는 상품으로 가공하는 비루한 노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기만 하는 대통령과 대학총장과 예술가와 종교인과 국가대표와 CEO가 추앙받는 시대란, 제대로 놀지 못하는 인간이 만족과 즐거움을 모르는 괴물로 변한 시대의 다른 얼굴이 되었습니다. 놀이를 상실한 시대의 풍경이 도시의 일상을 수놓으며 흘러가는 오늘, 열심히 일하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신선놀음: 풍류(風流)>
신선놀음은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걱정과 근심을 털어버리고, 물 좋고 산 좋은 명산대천에 노닐면서 몸과 마음을 닦아 인간 본연의 자연스런 본성을 회복하고 천지와 하나가 되는 놀이이자 수련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이를 <풍류(風流)>라고 불렀습니다. 곧 <바람 타기>라는 뜻입니다.
풍류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일상이 답답하고 복잡할 때 사람들은 흔히 바람 쐬기를 합니다. 잠시나마 각박한 일상의 굴레를 벗고 바깥으로 나와 호흡을 깊게 하고 정신을 되돌려봅니다. 잠깐 동안의 바람 쐬기에서 격식과 규모를 조금 더 갖춰서 기운(氣) 좋은 명산대천으로 나서면 그게 바로 신선놀음, 즉 바람 타기의 풍류가 됩니다.
풍류에는 고달픈 현실에서도 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습니다. 신라의 화랑도를 비롯한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仙道)는 이런 풍류에 근본을 두었습니다. 신라 때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라에 깊고도 오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 가르침의 근원이 선사(仙史)에 상세히 갖춰져 있으니, 실로 이는 유불도 삼교를 포함하고 뭇 생명을 접해 교화한다."
선(仙)은 본래 긴소매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춘다는 뜻의 '선(僊)'에서 유래했습니다.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신령한 존재, 그가 곧 신선이었던 것입니다. 고구려 벽화에는 용과 봉황을 타고 날거나 영원한 생명의 나무 옆에서 노니는 신선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대개 대금을 불거나 거문고와 비파를 타거나 긴 날개옷을 펄럭이며 놀고 있습니다. 이런 신선의 모습은 가무와 더불어 천지자연의 기운을 호흡하며 심신의 자유와 평안을 구하던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신선학교의 풍류-신선놀음>
식민지배와 이념대립 그리고 서구화와 산업화로 이어진 20세기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우리는 수천 년의 고유한 풍류를 철저히 망각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이 찾아왔지만, 제대로 놀 줄 모르는 군중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심신은 갈수록 황폐해집니다. 하여, 이제는 치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황금만능의 물신주의에 물든 세상의 치유를 말하기 전에, 나 자신의 탁하고 병든 심신부터 맑히는 치유가 필요합니다.
신선학교는 <풍류-신선놀음>으로 현대인의 영성과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학교입니다.
풍류는 그 자체의 즐거움과 만족 외에 다른 목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보상의 놀이입니다. 신선놀음을 한다고 돈이 생기지도 출셋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경치를 구경하고 이것저것 사며 기웃거리는 관광도 아닙니다. 풍류는 비록 여럿이 어울리지만 서로 방해를 주고나 받지 않으면서, 내면의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데 집중하는 놀이입니다.
풍류의 정신은 곧 자유정신입니다. 놀이는 자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제한된 일상의 삶을 벗어나 자유로운 활동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심신을 다 바쳐 놀이에 빠지고, 그것이 놀이라는 생각마저도 떨쳐버립니다. 순수하고 무의식적인 진짜 놀이를 하는 인간은 더 없이 진지하면서도 자유롭고 황홀한 무아의 상태로 들어갑니다. 즉 천진무구한 놀이는 자유와 무아지경의 한가운데 위치합니다.
풍류는 또한 제의(祭儀)와 가무를 함께 합니다. 제의가 놀이와 함께하는 것은 결코 신성모독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의는 다른 무엇도 의식하지 않는 천진무구한 놀이가 될 때 가장 성스럽고 찬란한 경지에 오릅니다. 풍류의 신선놀음에서도 하늘에 올리는 제의는 늘 춤과 음악을 동반했습니다. 가무는 무아의 경지에서 선계(仙界)의 계단을 오르는 놀이였고, 이런 풍류에서 놀이와 예술과 성스러움은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만추의 오대산ⓒ오대산국립공원 |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신선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세속을 초월해 아득한 선경(仙境)에서 영생의 약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유유자적 노닙니다.
그이가 곧 신선(神仙)입니다. 불교와 유교가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신선은 이 땅의 어른이었고 우리 문화의 진정한 주인공이었습니다.
고조선 단군의 다른 이름이 선인(仙人) 왕검이었고, 고구려의 주몽은 용의 머리를 발로 딛고 홀연히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명산대천에서 대자연과 한 몸이 되어 천지의 기운을 호흡하고 신명을 밝혔으니, 이를 <풍류(風流: 바람타기)>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선도(仙道)와 풍류가 있다면 중국에는 도교가 있습니다. 이는 모두 고대 동이(東夷)문화에서 발원했습니다. 중국 작가 노신(魯迅)도 "중국의 뿌리는 죄다 도교에 있다"고 했지만, 신선문화는 단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신선학교에서 잊혀진 옛 신선문화를 찾아 다시 <바람타기>를 하는 풍류의 길에 나섭니다. 우선 이 땅의 명산대천에 들어 옛 신선의 자취와 숨결을 느끼고, 신선의 수련과 놀이로 현대 물질문명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쉼표를 찍읍시다.
김성환 교장선생님은 덧붙여 이렇게 얘기합니다.
"속도와 효율의 복음이 누항에 가득하고 승자독식의 경쟁이 지고의 가치로 숭배되는 시대에 신선놀음이라니, 참 생뚱맞은 공부다 싶습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약탈로 곳곳이 아픈 지구가 신음하고, 기상이변과 자연재앙이 속출하고, 도처에서 분규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과 폭력에 시달리는데 신선놀음이라니, 어떤 이는 너무 한가한 놀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끝없는 탐욕과 소비욕구에 찌들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쫓는 황금만능시대의 인간을 치유할 묘약(妙藥)이 신선놀음에 있는 것을."
지난 5월 민족의 영산 두류방장(頭流方丈)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운을 받고 거문고 신선 옥보고 선생의 얼이 깃든 운상원(雲上院)에서 신선놀음으로 문을 연 신선학교는 지난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간 제2기 행사로 중국 북방 도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서안(西安) 종남산(終南山)과 화산(華山) 일대를 순례한 바 있습니다.
10월 23-24일 신선학교 제3기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23일(토요일)>
아침 7시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여행사 경기76아 9111호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너무 화려하지 않은 단정한 색상의 가벼운 의복, 산행에 대비한 신발, 세면도구 등을 준비합니다. 정오 전까지 오대산으로 이동합니다. 가을 단풍관광의 절정기라 교통체증이 예상되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먹습니다. 이동 중 차 안에서 김성환 교장선생님이 신선놀음과 풍류에 관한 <신담선화(神談仙話)>를 진행합니다.
월정사 앞동네에 도착하는 대로 오대산 산채 선식(仙食)을 점식으로 먹습니다.
▲오대산 계곡ⓒ오대산국립공원 |
<백두대간 오대산 기운맞이>
점심식사 후 오후 4시 무렵까지 오대산을 오르내리며 <백두대간 기운맞이>를 합니다. 상원사까지 버스로 이동해,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상원사-사자암(30분)-적멸보궁(10분)-비로봉(60분) 구간을 다녀옵니다(산행이 어려운 분은 사자암이나 적멸보궁에서 쉽니다). 백두대간의 중앙에서 학이 날개를 펴는 형상이라고 해서 일명 '청학산(靑鶴山)'으로 불린 오대산은 태백산-설악산-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옛 화랑의 풍류 순례길에서 중요한 수련장이었습니다. 특히 오대산 적멸보궁은 예로부터 음중양(陰中陽)의 지기(地氣)가 샘물처럼 용출하는 <생기처(生氣處)>로 유명합니다.
적멸보궁의 정기(精氣)를 담고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毘盧峰: 1,563m)에 오릅니다. 그곳에 올라서면 비로봉과 호령봉(虎嶺峰:1,531m)·상왕봉(上王峰:1,491m)·두로봉(頭老峰:1,422m)·동대산(東臺山:1,434m)의 다섯 봉우리가 가을단풍에 물들어 붉은 연꽃으로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백두대간의 기운을 심신에 충전하는 수련을 합니다. 하산 길에 시간이 허락하면 월정사를 잠시 둘러보고 오후 4시에 개인산방으로 출발합니다.
<개인산(開仁山) 미산계곡 개인산방>
오후 5시 30분 무렵 <미산계곡 개인산방(開仁山房)>에 도착합니다. 개인산방은 개인약수로 유명한 개인산(1341m) 자락의 내린천변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풍광은 가히 국보급의 명승(名勝)입니다. 미산 신남휴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가꾼 공간이며, 약 5년간 더불어숲학교가 열렸던 곳으로 그 절경이 널리 알려졌는데 당시 더불어숲학교(교장 신영복)는 이곳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비경 내린천,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미산계곡의 절정에 '개인산방'이 있습니다. 장엄한 암벽과 소나무, 개울이 어우러져 실경산수화를 재현하고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는 '비조불통(飛鳥不通)' 계곡의 원시미(原始美)가 압도하는 그 곳에 조그만 학교를 세웠습니다. 대자연의 깊고 아늑한 품에서 휴식하며 우리의 삶과 영혼을 문화로 살찌우는 뜻 깊은 주말, 미산의 푸른 교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미산계곡 풍경ⓒ더불어숲학교 |
여정을 푼 뒤, 단풍에 물든 미산계곡이 석양에 불타는 황홀한 가을 선경(仙境) 속을 노닐다가 7시 30분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공부하러 모여 앉습니다.
<강의와 풍류>
저녁 7시30분부터 8시50분까지 김성환 교장선생님이 동아시아의 신선문화와 수련법 등에 대해 강의하고 토론합니다.
저녁 9시부터 10시30분까지 교장선생님의 지도로 선도(仙道)수련을 공부하고 율려(律呂)가 있는 신선놀음을 진행합니다.(공부 일정은 당일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신선학교 공부에는 늘 깜짝 놀랄만한 게스트들이 자리를 빛내주고 계십니다. 제3기 신선학교에는 어떤 분이 함께 해주실지 참 궁금하네요~^^>
여기서 잠깐, 1기와 2기 때의 모습을 돌아볼까요.
◇ 신선학교 제1기에는 거문고의 김무길 명인님과 판소리의 박양덕 명창님, 고려대학교 심우경 교수님,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커크우드(N. Kirkwood) 교수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신선학교 제1기에서 김무길 명인의 거문고와 박양덕 명창의 판소리 공연 모습ⓒ신선학교 |
▲신선학교 제1기에서 하버드대 커크우드 교수(오른쪽)와 고려대 심우경 교수(가운데)의 특강 모습. 왼쪽은 김성환 신선학교 교장선생님ⓒ신선학교 |
◇ 중국으로 떠난 신선학교 제2기에는 세계금선학회(世界金鮮學會) 최병주 회장이 동행해주셨고, 숭산(嵩山)과 화산(華山), 서안(西安), 북경(北京)을 돌며 중국도교협회 임법융(任法融) 회장님을 비롯한 중국도교 지도자들로부터 국빈(國賓?)급의 융숭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신선학교 제2기 당시 중국도교협회 총본부가 자리한 북경 백운관(白雲觀)에서 신선학교 일행을 환영하는 중국도교협회 장계우(張繼禹) 부회장과 백운관의 도사들ⓒ신선학교 |
▲신선학교 제2기 당시 서안(西安) 누관대(樓觀臺)에서 중국도교협회 임법융(任法融) 회장과 환담을 나누는 신선학교 일행ⓒ신선학교 |
<10월 24일(일요일)>
<기상 및 아침공부>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자리를 정돈하고,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1시간 정도에 걸쳐 개인산(開仁山) 미산계곡의 신선한 아침기운을 운공조식(運功調息)하는 아침수련을 합니다.
7시30분에서 9시까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10시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와 대화 시간을 가집니다.
<미산소요(美山逍遙) 신선놀음>
10시부터 12시까지 내린천 상류의 원시림에서 소요(逍遙)하는 <미산계곡 즐기기> 신선놀음을 합니다.
<하교와 귀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서울로 출발합니다. 오후 5시 경 서울에 도착합니다.
<규칙과 재계(齋戒)>
신선학교의 공부는 다음 세 가지 규칙에 따릅니다.
첫째, 천지의 기운을 호흡하며 논다.
둘째, 술 없이 맑은 정신에서 논다.
셋째, 산에 오르고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선악(仙樂)·선무(仙舞)의 율려(律呂), 그리고 제의를 병행합니다.
공부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늦어도 3일 전부터 아래의 5가지 재계(齋戒)를 꼭 지켜야 합니다. (재계는 중요한 행사나 일을 앞두고 심신을 깨끗이 하고 근신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첫째, 술과 담배를 끊거나 자제한다.
둘째, 채식과 소식 위주로 식사를 조절한다.
셋째, 가까운 등산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기초체력을 기른다.
넷째,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내고 반성한다.
다섯째, 소란하고 번잡한 환경을 멀리하고 맑고 담백하게 지낸다.
규칙과 재계는 공부의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전제입니다. 신선놀음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서 평소의 삶과 아주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놀이의 세계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일상과 분리된 나름의 절대적이고 고유한 질서가 지배합니다. 규칙과 재계는 이런 놀이질서를 지키는데 필요합니다. 만약 놀이질서가 파괴되면 그 순간 놀이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예컨대, 아이들의 학교놀이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모델(role model)이 무너지면 그 순간 학교놀이가 끝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신선놀음의 참여자들은 놀이에서 단지 신선의 '흉내 내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신선학교로 출발하는 버스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당신은 신선이고, 그 순간 이미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다른 차원의 존재여야 합니다. 그것이 단지 '놀이'라는 생각조차 물리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규칙과 재계는 당신이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신선놀음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하지만 신선놀음에서 '신선'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고, 신선놀음의 방해자도 나 자신입니다.
신선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 식수, 윈드자켓,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 개인용 깔개, 자외선 차단제, 헤드랜턴(손전등), 세면도구(수건 포함), 필기도구 등(기본 비상약은 준비됨)
신선학교 제3기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와 다과, 강의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050-5609-5609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이메일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선선학교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를 위해 학교 자료를 소개합니다>
<일과 놀이>
현대사회에서 일은 놀이와 극적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일하고 노는 장소가 나뉘었고, 일과 놀이의 시간이 구분되었습니다. 이런 분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오직 '일'만이 가치 있고 중요하고 쓸모 있으며, '놀이'는 무가치하고 하찮고 쓸모없고 심지어 위험한 시간낭비라고까지 여깁니다. 효율과 경쟁을 숭배하는 시장만능의 복음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한순간도 일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강제성이 있고 고통이 따르지만, 물질적 보상이 대가로 주어지므로 사람들은 기꺼이 일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일이 되는 즉시 인간을 소외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의 작동원리와 정반대인 활동이 있습니다. 곧 놀이입니다. 놀이는 일과 달리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행해지며,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일상의 어떤 활동도 놀이로 뒤바꾸는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이가 만약 일이 된다면, 어느 아이도 그 놀이를 더 이상 즐기려 들지 않을 겁니다.
인간은 본래 <노는 존재(homo ludens)>입니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원초부터 놀이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상은 일터이기 전에 먼저 놀이터였습니다. 인간은 이 놀이터에서 영적 신성을 체험했고, 학문과 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정치와 경제까지 아우르는 일체의 문화를 창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일하는 인간들은 놀이의 그 풍성한 결실들을 죄다 파괴하고 말았습니다. 황금만능의 물신주의에 찌든 각박한 시선으로 놀이를 삶에서 추방했고, 학문과 예술과 스포츠를 승자독식의 장터로 내몰았습니다. 종교를 낳은 놀이의 영성은 배금주의의 복마전이 된 신전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건강을 위한 운동조차 일처럼 합니다. 체중 감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정해 놓고 마치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듯 러닝머신을 달립니다. 공부 또한 더 이상 배움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학벌이나 취업을 보상으로 얻으려는 고단한 경주마의 질주, 인력시장에서 자신을 더 값나가는 상품으로 가공하는 비루한 노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기만 하는 대통령과 대학총장과 예술가와 종교인과 국가대표와 CEO가 추앙받는 시대란, 제대로 놀지 못하는 인간이 만족과 즐거움을 모르는 괴물로 변한 시대의 다른 얼굴이 되었습니다. 놀이를 상실한 시대의 풍경이 도시의 일상을 수놓으며 흘러가는 오늘, 열심히 일하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고구려 고분벽화의 신선도ⓒ신선학교 |
<신선놀음: 풍류(風流)>
신선놀음은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걱정과 근심을 털어버리고, 물 좋고 산 좋은 명산대천에 노닐면서 몸과 마음을 닦아 인간 본연의 자연스런 본성을 회복하고 천지와 하나가 되는 놀이이자 수련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이를 <풍류(風流)>라고 불렀습니다. 곧 <바람 타기>라는 뜻입니다.
풍류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일상이 답답하고 복잡할 때 사람들은 흔히 바람 쐬기를 합니다. 잠시나마 각박한 일상의 굴레를 벗고 바깥으로 나와 호흡을 깊게 하고 정신을 되돌려봅니다. 잠깐 동안의 바람 쐬기에서 격식과 규모를 조금 더 갖춰서 기운(氣) 좋은 명산대천으로 나서면 그게 바로 신선놀음, 즉 바람 타기의 풍류가 됩니다.
풍류에는 고달픈 현실에서도 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습니다. 신라의 화랑도를 비롯한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仙道)는 이런 풍류에 근본을 두었습니다. 신라 때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라에 깊고도 오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 가르침의 근원이 선사(仙史)에 상세히 갖춰져 있으니, 실로 이는 유불도 삼교를 포함하고 뭇 생명을 접해 교화한다."
선(仙)은 본래 긴소매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춘다는 뜻의 '선(僊)'에서 유래했습니다.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신령한 존재, 그가 곧 신선이었던 것입니다. 고구려 벽화에는 용과 봉황을 타고 날거나 영원한 생명의 나무 옆에서 노니는 신선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대개 대금을 불거나 거문고와 비파를 타거나 긴 날개옷을 펄럭이며 놀고 있습니다. 이런 신선의 모습은 가무와 더불어 천지자연의 기운을 호흡하며 심신의 자유와 평안을 구하던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신선도ⓒ신선학교 |
<신선학교의 풍류-신선놀음>
식민지배와 이념대립 그리고 서구화와 산업화로 이어진 20세기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우리는 수천 년의 고유한 풍류를 철저히 망각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이 찾아왔지만, 제대로 놀 줄 모르는 군중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심신은 갈수록 황폐해집니다. 하여, 이제는 치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황금만능의 물신주의에 물든 세상의 치유를 말하기 전에, 나 자신의 탁하고 병든 심신부터 맑히는 치유가 필요합니다.
신선학교는 <풍류-신선놀음>으로 현대인의 영성과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학교입니다.
풍류는 그 자체의 즐거움과 만족 외에 다른 목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보상의 놀이입니다. 신선놀음을 한다고 돈이 생기지도 출셋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경치를 구경하고 이것저것 사며 기웃거리는 관광도 아닙니다. 풍류는 비록 여럿이 어울리지만 서로 방해를 주고나 받지 않으면서, 내면의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데 집중하는 놀이입니다.
풍류의 정신은 곧 자유정신입니다. 놀이는 자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제한된 일상의 삶을 벗어나 자유로운 활동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심신을 다 바쳐 놀이에 빠지고, 그것이 놀이라는 생각마저도 떨쳐버립니다. 순수하고 무의식적인 진짜 놀이를 하는 인간은 더 없이 진지하면서도 자유롭고 황홀한 무아의 상태로 들어갑니다. 즉 천진무구한 놀이는 자유와 무아지경의 한가운데 위치합니다.
풍류는 또한 제의(祭儀)와 가무를 함께 합니다. 제의가 놀이와 함께하는 것은 결코 신성모독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의는 다른 무엇도 의식하지 않는 천진무구한 놀이가 될 때 가장 성스럽고 찬란한 경지에 오릅니다. 풍류의 신선놀음에서도 하늘에 올리는 제의는 늘 춤과 음악을 동반했습니다. 가무는 무아의 경지에서 선계(仙界)의 계단을 오르는 놀이였고, 이런 풍류에서 놀이와 예술과 성스러움은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