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가듯

네바다 사막의 불야성…`환락과 도박의 도시`를 가다

bluewaves 2010. 9. 25. 20:38

네바다 사막의 불야성…'환락과 도박의 도시'를 가다



[자동차로 미국누비기④] 욕망의 오아시스 '라스베이거스'

[CBS정치부 이재기 기자]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도박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의 불야성이다.

불빛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사막을 가로 질러 놓여있는 I-15 고속도로를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길은 정말, '어둠을 뚫고 달린다'는 말 처럼 먹물 같이 꺼먼 어둠이 사방팔방을 뒤덮고 있었다.

미국의 고속도로엔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운전하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마침 주행하는 자동차가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모래폭풍을 동반한 부슬비까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밤이었다.

허리케인 같은 폭풍이 자이언캐년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달리는 동안 쉼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행여 사고나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손바닥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밤길을 운전한 지 2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불빛에, 어둠에 잠긴 네바다 사막이 서서히 형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목적지 라스베이거스에 닿기전 마지막으로 넘어선 언덕 마루에 다다랐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누런 황금빛 도시였다. 호텔과 카지노, 환락가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네온싸인 불빛이 어둠과 대비됐기 때문일까? 전설 속의 황금도시 엘도라도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현란하게 반짝이는 네온싸인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일제히 사막의 어둠 속으로 빛을 발산하는 도시, 현대판 오아시스 라스베이거스 관광은 그렇게 시작됐다.

카지노, 호텔들이 몰려 있는 도시 중심가는 대낮 처럼 환했다. 도시를 가득 채운 카지노는 '잭팟'을 기대하는 수많은 관광객과 도박사들로 북적였다. 축구장 한 두 개는 족히 될 카지노는 매케한 담배연기로 가득차 있다.


호텔마다 로비에 설치된 카지노는 한쪽에서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고 넓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관광객들은 저마다 담배를 뽑아 문 채 게임기의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도박꾼들이 쏟아내는 환호성과 탄식, 수 백대의 게임기들이 쏟아내는 전자음은 보는 이의 머리를 산란하게 만든다.

라스베이거스의 첫날 밤, 라스베이거스 블러바드 이른바 스트립(Strip)으로 더 잘 알려진 라스베이거스의 신도심 가장 자리에 위치한 3성급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호텔에 들었다. 350미터 높이의 타워 전망대는 이 호텔의 테마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을 뿐아니라 멀리 사막도 조망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도박의 도시란건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막상 가족과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문득 호텔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 후회가 든다. 게임에 몰두한 어른들, 시끄러운 소음, 매케한 담배연기...

개중 품위있게 도박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지만 담배를 꼬나 물고 도박에 빠진 모습이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박장을 피해 다닐 재간도 없다. 이 도시에 있는 거의 모든 호텔들은 1층(로비)에 카지노를 배치해 고객들이 카지노를 거치지 않고는 객실이나 카운터로 갈 수 없도록 설계해 놨다. 라스베이거스가 모든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관광객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호텔 예약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 닷컴(priceline.com)에서 비딩 즉, 입찰을 통해 별 3개짜리 호텔을 단돈 41달러에 예약했다. 호텔이 오래되긴 했지만 특급호텔들이 즐비한 스트립에서 가깝고 내부 시설도 그리 나쁘진 않아 굿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오산임을 깨닫고는 라스베이거스의 상술에 또다시 혀를 내둘렀다.

저렴한 호텔 객실가격은 고객을 끌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돈을 싸게 냈다고 기분좋게 호텔에 갔더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무선 인터넷도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미국 거의 대부분 관광지에서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는 기본으로 비치돼 있지만 라스베이거스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비치한 호텔은 단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호텔 역시 없다. 미국의 웬만한 호텔과 카인에서는 빵과 와플에다 쥬스와 우유를 곁들인 '컨티넨털 블랙퍼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발레파킹(Valet) 비용까지 감안하면 다른 도시의 비슷한 수준 호텔 비용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이 모든 유료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싼 호텔이라도 1박에 줄잡아도 70~90달러는 든다.

그러나, 자동차에다 부식거리와 취사도구까지 가지고 다니는 알뜰여행족이라면 굳이 추가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사실 특급호텔 내부에서 취사를 한다는 것이 다소간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하지 말라고 제지하거나 '금지'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호텔마다 발레파킹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차를 맡기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든 호텔들이 넓고 좋은 self parking lot을 운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서부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을 요량이었기 때문에 첨엔 스트라토스피어 호텔에서 한 사나흘 정도 머물러 갈 예정이었지만 혹 다른 호텔은 어떨까 기대를 갖고 다음날 바로 방을 뺐다. 둘째날 캘리포니아주의 데스벨리 국립공원을 다녀와 묵은 호텔은 다운타운에 있는 별 2개짜리 골든 게이트 호텔, 세금을 포함해 35.19달러였다. 더 저렴했다.

비록 아침은 제공하지 않았지만 인터넷과 주차가 무료인데다 호텔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인 '프리몬트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어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 거리에는 450미터 길이의 아케이드 천장에 1600만개의 발광다이오드가 장식돼 매 시간 현란한 조명쇼가 펼쳐진다.

도착 셋째날부터 본격적인 라스베이거스 시내 관광이 시작됐다. 이번엔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명물인 테마호텔에 묵어 보기 위해서 숙소를 옮겼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이집트 룩소신전의 이름을 딴 '룩소'였다. 이 호텔은 이집트 문명과 문화를 철저히 베껴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집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룩소는 전면에 이집트의 피라미드 앞에 있는 것과 똑같은 스핑크스가 버티고 앉아 있고 그 뒤로 피라미드와 완벽하게 같은 모양의 호텔건물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오벨리스크와 이집트 건물, 군병들, 파피루스에 새겨진 이집트문자 그 곳의 모든 것은 이집트 진품의 모형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이집트를 흉내냈다.

그래서, 호텔에 들어서면 마치 이집트의 한 피라미드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라스베이거스엔 룩소 같은 테마호텔이 20여개나 있다. 테마호텔들은 대부분 명물인 스트립 거리 즉 '시내 중심축도로' 주변에 자리잡고 있어서 스트립 여행은 곧 라스베이거스 여행이라고할 정도로 볼 것 많고 아름답고 즐길거리도 넘겨난다. 테마에 따라 호텔들이 특색있게 지어졌고 멋진 수변, 조경공간을 갖추고 있어 호텔에서 호텔로 돌아다니는 것이 곧 관광이다.

멋진 호텔의 외관을 감상하면서 분수쇼나 볼케이노쇼 같은 무료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아름다운 조명에 비쳐진 스트립 밤거리는 환상적인 라스베가스 관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테마호텔들은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리조트다. 보통 한 개 호텔이 2천~5천개의 룸을 갖춰 한 방에 3명이 묵는다고 가정할 때 하룻밤에 1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자그마한 도시와 맞 먹는 수준이다. 건립에 드는 비용만 2억에서 6억여 달러나 된다고 한다.

호텔의 규모가 워낙 커 걸어서 바로 옆 호텔로 옮겨 가는데도 일 이 십분이 족히 걸릴 정도, 때문에 호텔과 호텔사이는 트렘으로 연결된 곳도 많다. 호텔들이 차용한 테마는 세계 각국의 유명한 도시와 문화, 랜드마크 조형물들. 시저스 팰리스는 로마의 황제이자 유명한 전략가이기도 한 시저의 이름을 빌려 로마의 화려했던 문명을 그대로 라스베가스에 옮겨놨다. 실내장식이나 건물외부의 기둥들, 옥외분수까지 모두 로마의 것 그대다.

룩소는 이집트문명, 엑스칼리버는 중세 유럽의 기사와 성, 뉴욕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등 뉴욕의 랜드마크를 재현했고 몬테카를로는 모나코 수도 몬테카를로, 벨라지오는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 파리스는 에펠탑과 파리, 트레저 아일랜드는 카리브의 해적, 플라밍고는 홍학, 베니시안은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베낀 것이다.


베꼈지만 오리지날에 못지 않게 정말 잘 베꼈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에펠탑은 크기만 조금 작을 뿐 실물과 완벽하게 똑같다. 에펠탑은 파리 에펠탑의 절반인 50층 높이로 세워져 엘리베이터로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테마 호텔들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리조트로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설을 자랑한다. 카지노와 쇼, 뷔페, 레스토랑, 어트렉션, 풀, 피트니스클럽, 숍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먹을거리와 잠자리, 놀이, 쇼핑 모든 것이 호텔내에서 원스톱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도박이 취미인 사람은 특급호텔에 들면 굳이 차를 이용해 다른 곳에 나갈 필요가 없다.

스트라토스피어와 뉴욕뉴욕은 롤러코스트가 유명하고 만달레이 베이에는 파도풀과 모래사장이 설치된 물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밖에 MGM그랜드는 나이트쇼 'Ka'가 인기를 얻고 있고 호텔 바로 옆에 '월드 오브 코카콜라'-콜라병 모양의 랜드마크가 있다. 유리로 된 거대한 콜라병 내부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선물가게도 있다.

벨라지오는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 서커스단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나이트쇼 'O'와 분수쇼, 파리스는 에펠탑, 미라지에서는 볼케이노쇼와 모창으로 유명한 대니겐스의 원맨쇼를 볼수 있다. 베니시안호텔에서는 유대인 상인 샤일록이 등장하는 세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된 리알토다리를 볼 수 있고 호텔의 전면은 유명한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광장' 분위기이다. 베네치아 처럼 곤돌라도 탈 수 있다. 구겐하임 에르미타주 미술관도 이 호텔에 있다.

호텔 몬테카를로 뷔페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본격적인 스트립 관광에 나섰다. 화산 폭발을 재연한 볼케이노쇼와 로마풍의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시저스 펠리스호텔을 거쳐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쇼가 공연되는 벨라지오 호텔 쪽으로 이동하면서 보는 라스베가스의 밤풍경은 아주 낭만적이었다.

라스베가스의 밤을 수 놓는 벨라지오 호텔의 현란한 분수쇼와 길 건너편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호텔파리스의 에펠탑, 라스베가스의 낭만적 정취에 빠진 연인들, 명동 밤거리를 방불케할 정도로 수 많은 관광인파 세계인들이 라스베가스를 찾는 이유를 알듯도 했다.

분수쇼를 보던 우리는 서둘러 벨라지오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서커스단 시르크 뒤 솔레이유(Cirque du soleil)의 공연 'O'(물)가 막을 올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1층에 거대한 카지노가 자리잡고 있는데 내부 홀의 엄청난 규모와 럭셔리한 실내장식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쇼는 광대들의 도입 2인극으로 부터 시작돼 수중발레와 다이빙, 공중그네타기, 중국식 아크로바트의 다양한 레퍼토리, 불과 물, 배, 모형 말 등 수 많은 소품과 완벽한 의상이 완벽하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O'쇼의 압권은 거대한 풀 위에 설치된 수상무대, 공연 'O'의 핵심적인 소품이다. 무대가 위 아래로 이동하면서 때로는 거대한 풀이 됐다가 다시 물이 빠지고 무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완벽한 무대장치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단원들은 마룻바닥에서 무용을 하다가도 금새 풀로 바뀐 무대에서 수중발레와 다이빙을 선보이는가 싶으면 다시 호수위로 배가 떠다니고.. 무대기술이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해 버린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 단원들 조차 "단순한 거리 연기에서 화려한 오페라 공연까지 가능한 무대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것도 가능한 무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는 "시간을 초월한 작품 'O'에서 물의 예술적 테피스트리, 초현실주의, 연극적 낭만을 엮었다"고 자신들의 작품을 광고한다. 표는 현지에서도 구입할 수가 있지만 인터넷(http://www.cirquedusoleil.com)을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장료는 1인당 82.14달러.

전 세계에서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만큼 라스베가스에는 프리미엄급에서 아웃렛까지 쇼핑센터도 다양하다. 베네시안 호텔내에 있는 '그랜드 캐널 숍스'는 가장 인기있는 프리미엄급 쇼핑몰 가운데 하나, 도심에서 아주 가까운 라스베가스 프리미엄 아웃렛(875 south grand central pkwy. 702-474-7500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702-474-7500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연중무휴)은 좋은 접근성이 특장이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하고 코치와 폴로, 바나나 리퍼블릭, 에코 등 고급 브랜드숍들이 입점해 있다. 놀이면 놀이, 쇼핑, 음식, 호텔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라스베가스는 도박, 유흥, 소비의 천국이었다.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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