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3등석, 1등석 처럼 타는 방법은?
비행기에 피아노 선율만 흐르네 | |
소음제거 헤드폰 새 소음 발생시켜 소음 상쇄 지하철 등서 활용…값 비싸 | |
![]() | 구본권 기자 |
비행기로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게 신나면서도 피곤한 이유는 좁은 좌석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탓도 있지만, 오랜 시간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시간 제트엔진은 쉬지 않고 ‘붕~’ 소음을 낸다. 여객기 좌석이 앞쪽에서부터 1등석, 2등석, 3등석 순으로 배치된 이유도 소음 때문이다. 엔진음은 뒤로 전달되는 특성 때문에 같은 실내이더라도 앞으로 갈수록 기내 소음이 줄어든다.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보다 훨씬 높은 값에 팔고 있는 1, 2등석에는 승객이 소음에 덜 시달리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 소음제거(Noise Cancelling) 헤드폰이다. 최근 10시간 넘게 항공기를 타야 하는 유럽 출장길에 소음제거 기능의 헤드폰을 사용해봤다. 애초 이 기술은 항공기 소음 속에서 관제탑과 통신을 해야 하는 조종사용으로 개발됐다. 1990년대부터 승객용으로도 만들어져, 최근엔 많은 항공사들이 1, 2등석 승객에게 제공한다. 독일 음향기기 회사인 젠하이저의 여행용 블루투스 헤드폰(MM450)을 통해 소음제거 기술을 체험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엠피3 플레이어와 연결해 음악을 들어보니,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음악소리만 들려왔다. 쇼팽의 녹턴, 베토벤의 월광 등 피아노곡의 여린 선율을 비행기 안에서 고요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신기한 기술이었다. 90%의 외부 소음을 제거해준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어떻게 소음을 제거하는 것일까? 원리는 새로운 소음을 발생시켜 제거 대상 소음을 없애는 방식이다. 외부 소음의 주파수 대역을 분석해 이를 상쇄시키는 소음을 만들어내면, 소음이 중화돼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나 열차 소음 같은 일정한 저주파 소음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소음제거 기능을 활성화시켰을 때와 비활성화시켰을 때를 비교했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음악을 재생하지 않고 소음제거 기능만을 작동시켜도 ‘붕~’ 엔진 소리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기내에서 엔진음 제거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테스트하려 한 헤드폰이었지만, 소음 제거 기능은 곳곳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 기능을 사용해보니 열차 바퀴소리의 훼방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웅성웅성 말소리들로 꽉 찬 커피숍에서도 자신만의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내나 지하철에서는 안내방송도 소음 제거 기능으로 인해 안들릴 정도다.
음질도 뛰어나고 선이 필요 없는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편리한 헤드폰이지만, 값이 65만원으로 높은 게 부담이다. 소음제거 헤드폰과 이어폰은 소니, 보스 등 다른 음향기기 전문업체들도 출시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비싸다. 그래도 소음이 심한 곳에서 고요히 섬세한 음악을 즐기려는 귀 밝은 사람이나, 장거리 국외 출장이 잦은 부서에서 출장용으로 구입해 사용하면 만족도가 높을 제품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