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샘터

시트팩 써 봤더니,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더라

bluewaves 2011. 2. 6. 09:01

시트팩 써 봤더니,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더라

입력 2010.08.30 00:15수정 2010.08.30 09:29
자외선·먼지에 시달린 피부 진정효과

[중앙포토]
일본 속담에 피부가 좋으면 7가지 흉이 가려진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운 피부는 미인의 필수조건이다. 피부를 희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그리스인은 곡물가루를 개어 얼굴에 바르고 우유로 씻어냈다. 고려시대에는 복숭아꽃과 난초를 삶은 물로 세수를 했다. 미모가 경쟁력인 현대사회에도 고운 피부를 가지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피부를 가꾸고는 싶으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시트팩이 인기다. 시트팩의 최대 장점은 사용이 간편하다는 것이다. 눈·코·입의 생김새에 맞게 디자인된 시트를 펴서 얼굴에 붙이면 된다. 한번 쓸 시트마다 개별포장 돼 있어 여행지 등 언제 어디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소요되는 시간도 짧다. 피부가 푸석푸석한 날에도 화장 직전 잠깐 사이 피부를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다. 차병원 세포성형센터 진석인 교수는 “잠들기 전 15~20분만 투자하면 하루 종일 자외선과 먼지에 시달린 피부를 진정시키고,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시트팩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시트팩은 수분과 영양 공급에서 나아가 주름개선·미백·탄력증가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하고 있다. 얼굴 전체가 아닌 특정 부위만 집중 관리하는 시트팩도 있다. 쉽게 주름지기 쉬운 눈가나 입가, 목 부위 시트팩이 그것이다. 남성 전용 시트팩도 인기다. 시트 크기가 커 면도를 하는 턱 아래와 귓가까지 덮는 것도 있다. 팩을 하는 시간을 10분 이하로 줄인 제품부터 붙인 상태로 몇 시간 잠들어도 무방한 팩까지 다양하다.

수분증발 막아 잔주름 예방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이은빈(서울 서초구·27)씨도 시트팩을 애용하는 소비자 중 한 명이다. 일주일에 1~2회를 한다. 단 15분만 붙였다 떼어도 특별한 관리를 받은 것처럼 피부가 촉촉하고 환해지기 때문이다.

시트팩은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재료로 막을 형성해 피부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차단하고 각질층의 수분함량을 증가시킨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시트팩은 특히 보습효과가 뛰어나다”며 “막을 덮어놓고 영양을 주니까 일반 화장품을 발랐을 때보다 기능성 성분이 잘 흡수된다”고 말했다. 팩에는 영양성분이 많은 만큼 균이 쉽게 자랄 수 있으므로 보관에 유의하고 일단 개봉하면 빨리 쓰도록 한다.

보습은 잔주름과 피부 처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피부는 수분 손실을 막고 유해인자로부터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각질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때 피부가 견고하면서도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하려면 각질세포 내에 20~35%의 충분한 수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신사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각질층의 수분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각질이 이상탈락하며 피부표면이 거칠어진다”고 설명했다.

시트팩은 건조 과정에서 피부에 적당히 긴장을 주고 피부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피부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피부표면의 먼지와 노폐물, 각질세포가 팩을 제거할 때 함께 떨어져 나가면서 피부를 깨끗하게 만든다. 빠져 나왔던 노폐물이 다시 얼굴로 흡수되고 시트가 마르면서 얼굴의 수분을 빼앗지 않게 하려면 팩을 너무 오래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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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축·AHA 성분, 지나치면 부작용

팩을 구입할 때는 단순히 제품명이나 유명도로 판단하지 말고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부를 좋게 하려고 영양성분이 고농축된 팩을 썼다가 오히려 피부를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진석인 교수는 “팩 중에는 글리콜산·젖산·주석산·능금산 등 산성을 띤 AHA(Alpha Hydroxy Acid) 성분이 든 제품이 있다”면서 “이는 노화각질층을 벗겨내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나게도 하지만 농도가 15% 이상으로 진하면 의약품으로 분류돼 박피 필링제로 쓰이는 만큼 예민한 피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 고가 VS 저가 실험해보니 …

1 시트팩을 반으로 잘라 얼굴 오른쪽엔 고가, 왼쪽엔 저가 제품을 붙이고 효과를 비교했다 2 피부상태의 변화를 측정하는 진석인 교수 [사진제공=차병원]
시트팩 마니아를 자청하는 기자. 구매할 때마다 고민스럽다. 비싼 팩을 살까, 싼 팩을 여러 개 살까. 고가 시트팩은 제값을 하고 있을까.

직접 시중에 있는 시트팩의 가격을 점검해 봤다. 장당 500원도 안 하는 저가부터 2만원의 고가 시트팩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은 장당 1000~5000원 수준. 고가제품은 최소 6개씩 묶음판매를 하고 있었다. 좋은 시트팩을 한번이라도 써보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가 시트팩과 저가 시트팩의 효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난 25일 차의과대 차병원 세포성형센터 진석인 교수와 함께 차이를 시험해 봤다. 시험에는 건성피부인 기자(28)와 지성피부인 병원 직원 목진희(33)씨가 참여했다. 우선 피부진단장비로 세안 전 피부의 수분과 탄력도, U존과 T존의 유분 정도를 측정했다. 가격대비 효과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오른쪽 얼굴에는 고가, 왼쪽에는 저가 시트팩을 붙였다. 기자는 오른쪽에 장당 1만5000원인 A사, 왼쪽에는 350원짜리 B사 시트팩을 붙였다. 목씨는 오른쪽에 장당 2만원인 C사, 왼쪽에는 1000원짜리 D사 시트팩을 붙였다.

각각 15분간 팩을 붙였다 떼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30분 후 피부를 재측정했다. 그 결과 시트팩은 모두 피부의 수분과 탄력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 정도의 차이가 매우 비슷해 고가와 저가 제품의 효과를 비교하는 게 무의미했다. 오히려 탄력도 면에서는 저가인 B와 D가 고가인 A와 C보다 변화폭이 컸다. 그러나 그 폭이 유의하게 큰 것은 아니었다.



U존·T존의 유분 정도에는 고가와 저가에 차이가 있었다. 저가 시트팩은 시술 후 유분기가 거의 없었던 반면 고가 시트팩은 시술 후 유분이 크게 증가했다. 시술 전 검사에서 유분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기자의 건성피부에서도 기름이 배어난 점이 흥미로웠다. 시트팩의 성분을 확인한 결과 고가 제품에는 콩과 옥수수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이 들어있었으나 저가에는 없었다. 또한 저가 제품 중 하나인 D는 모공 크기가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을 이끌었던 진 교수는 “여러 명에게 동일한 팩을 수차례에 걸쳐 측정한 값이 아니라 정확한 결과라고 할 수 없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고가와 저가 시트팩에서 효과의 차이를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