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이야기

남부끄러운 일? 남부러운 재혼식 시대!

bluewaves 2011. 4. 22. 18:53

남부끄러운 일? 남부러운 재혼식 시대!

"두번째니 더 화려하게" 새 트렌드 예식비용 8000만원·지중해 크루즈…

"이혼하고 오랫동안 주변 시선이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더 재혼을 알리고 싶었다. 예식을 제대로 치르려고 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작년 5월 재혼한 플로리스트 김수연(37·가명)씨는 예식 비용에만 8000만원을 썼다. 국내 최고급 예식장 중 하나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식을 치렀고 드레스는 8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 제품을 입었다. 재즈 밴드에 예식 연주를 맡긴 흥겨운 결혼식. 신혼여행은 20박21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으로 정했다. 신랑 박진만(45·가명)씨는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에서 친구들과 댄스 공연까지 벌였다고. 두 사람은 "재혼까지 남의 눈치를 보며 예식을 치르고 싶지 않았다. 초혼 때 부모님 체면을 생각해 생략했던 파티를 맘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과거 재혼식이라면 가족 등 하객 몇 명만 불러 식당 등에서 요식행위로 간소하게 치르고 넘어갔던 게 일반적이었다. '재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남달랐던 시절의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재혼식을 오히려 초혼보다 성대하고 근사하게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혼 결혼식 때 미처 못 이룬 꿈을 재혼 때 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웨딩업계에선 내 집 마련, 각종 혼수 준비 때문에 예식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 초혼 커플과 달리 재혼 커플들은 한결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예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두 번째인데 더 멋지게 해야죠"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결혼건수 32만6100건 가운데 21.9%인 7만1300건이 재혼 결혼(재혼+재혼·재혼+초혼 포함)이다. 5쌍 가운데 1쌍은 재혼이란 얘기다. 1995년 재혼 비율이 전체 혼인 건수의 13.4%였던 때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혼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전체 회원 중 재혼 회원 비율은 2000년 7.46%이었지만 2010년엔 12.69%까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재혼식과 초혼식의 차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웨딩전문컨설팅 업체 '라라스타일즈' 박소현 대표는 "몇년 전만 해도 재혼 커플은 청첩장도 안 찍고 웨딩촬영도 생략했지만 지금은 초혼과 다름 없이 예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의류사업가 김원식(50)씨도 올해 1월 재혼하면서 성대하고 흥겨운 결혼식을 치러 주위의 시선을 모은 경우다. 하와이에서 신부와 촬영한 사진까지 새겨 넣은 청첩장을 지인 300여명에게 돌렸고, 선상(船上)예식장엔 얼음조각과 꽃 장식을 가득 채웠다. 김씨는 "초혼 땐 집 장만하느라 돈을 아끼기 위해 제대로 식도 못 치렀는데 아쉬움을 뒤늦게나마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신랑·신부 중 한 명이 초혼일 경우 결혼식 자체가 재혼자가 아닌 초혼자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도 재혼식이 점점 더 성대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28세의 초혼 신부를 두 번째 아내로 맞은 최형원(32·가명)씨는 "아내가 이혼남이랑 결혼한다는 사실 때문에 괜히 주눅들까 봐 결혼식을 최대한 화려하게 했다. 보석·드레스·메이크업에 특히 돈을 많이 썼다"고 했다.

혼수는 생략, 식장엔 돈 '펑펑'

재혼 커플은 초혼에 비해 전형적인 결혼 절차나 의식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주례·혼수·예단 등은 과감히 생략하고 그 돈을 예식 자체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듀오웨드 고미란 실장은 "가족끼리 편지를 낭독하거나 신랑 신부가 결혼선언문을 읽는 것으로 주례를 갈음하는 재혼 커플을 여럿 봤다. 예단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드레스·메이크업·예식장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편"이라고 했다.

재혼 커플은 신혼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허니문여행전문업체 '메리미' 이수연 실장은 "초혼 커플에겐 여전히 일주일 안팎의 동남아·하와이 여행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지만 재혼 커플은 유럽 고성(古城) 투어나 초호화 선박을 타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 상품을 선호하고 여행 기간도 2주일이 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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