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샘터

대사증후군, 뱃살 때문이야 ~ 뱃살 때문이야 ~

bluewaves 2011. 6. 2. 22:03

[건강]

대사증후군, 뱃살 때문이야 ~ 뱃살 때문이야 ~

ㆍ중년들에 ‘공공의 적’… 국민 25%가 해당

ㆍ금연·절주에 식이·운동·약물요법 병행을

“딱히 꼭 집어 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40대 후반의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건강진단에서 허리둘레 88㎝, 혈액 중성지방 155㎎/㎗, HDL콜레스테롤이 55㎎/㎗, 혈압 138/89㎜Hg, 공복혈당 110㎎/㎗ 등으로 진단 결과가 나왔다. 다섯가지 각각의 항목만 본다면 아직 질병으로 판정받을 수치는 아니다.

◇ 당뇨병도, 고지혈증도, 고혈압도 아니지만… = 하지만 박씨는 엄연히 ‘대사증후군’이라는 질병에 해당한다. 상당부분 기준값을 초과해 매우 불량한 건강지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사증후군이란 다음 다섯가지 주요 건강지표가 기준치를 넘거나 경계치에 머무는 경우를 말한다. 즉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5㎝ 이상)를 기본으로 하고, 혈액 내 중성지방(150㎎/㎗ 이상), HDL콜레스테롤(남자 40㎎/㎗, 여자 50㎎/㎗ 이하), 혈압(130/85㎜Hg 이상), 공복혈당(100㎎/㎗ 이상, 100 미만이라도 과거 당뇨병을 앓았거나 당뇨병 약을 먹고 있는 경우 포함됨) 등 4가지 중 2가지를 초과하는 것이 확진 기준이다.

박씨의 경우 중성지방과 혈압, 그리고 공복혈당 등 3가지가 해당된다. 따라서 기준을 초과한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아도 대사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한다.

당뇨병도, 고지혈증도, 고혈압도 아니지만 박씨의 건강상태는 질환에 못지않게 불량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씨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과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숨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4가지 중 3가지가 기준값을 벗어나 경계치에 머문다는 사실은 한가지 결정적인 질병을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사증후군 해당 항목 3가지를 모두 개선시켜 정상 수치로 회복하는 것은 질병 1~2가지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박씨에게는 생활 전반에 걸쳐 보다 획기적인 건강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가지 질병보다 더 위험하다 = 최근 들어 박씨 같은 대사증후군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 국민건강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2~3명이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7일 한국대사증후군포럼이 개최한 대사증후군세미나에서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대장암, 유방암 등 암을 일으키고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당뇨병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도를 기준으로 대사증후군 환자는 1050만416명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25%가 해당되는 수치다.

지 교수는 “정상인에 비해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경우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남자가 1.6배, 여자가 2.7배로 여자가 훨씬 높았다”면서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남자가 1.7배, 여자가 1.5배”라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전문센터 박성우 소장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40~50대, 여자는 폐경 이후에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특히 높다. 대사증후군에 해당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관상동맥질환이 생길 위험도가 4배 정도 높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약 3.5배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대사증후군은 특정질환과 약물에 의해 비롯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잘못이 원인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는 “대체적으로 잘못된 식생활,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건강을 해치는 생활 양식의 결과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활양식이 개개인의 유전적 배경과 상호작용해 결국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 김용성 회장(인하대병원 당뇨비만센터)은 “당뇨병 환자의 79~80%에서 대사증후군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은 상호작용이 매우 밀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방치하는 게 큰 문제 =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평소 혈당, 혈압, 고지혈증, 비만도 등 위험인자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 스트레스 해소 등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식이·운동·약물 요법 등을 전방위적으로 펼쳐야 ‘만성질병 예비군’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 조홍근 내과 원장은 “대사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혈관병의 예방과 당뇨병 및 고지혈증 예방의 열쇠가 된다”고 강조했다. 항산화작용, 인슐린저항성 개선, 복부비만 개선작용 등을 하는 영양제를 식사요법과 병용하면 약물 복용 이전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에 따르면 ‘엘 카르니틴’이라는 성분은 지방산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복부비만을 예방하는 보조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구로구보건소 대사증후군관리센터 조금주 소장은 “대사증후군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서는 보건소와 관내의 전문 의료기관 간에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는 기획과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실제 관리업무는 의료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만성질환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2005년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대사증후군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사증후군은 현재 특별한 질병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는 것이 큰 문제다. 대사증후군포럼 허갑범 회장은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의 대사증후군 예방 캠페인을 통해 연간 의료비 1000억엔을 절감하는 등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사증후군을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경향신문
기사원문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